바른손, ‘무슨 일’ 벌이고 있나?

미래랩, 돌연 지분매각후 거액챙기고 퇴장, 1대주주로 동방페레그린출신 투자사 등장 … 온갖 ‘설’ 무성

바른손에는 미래랩과 자회사들이 입주해 있다.지난 85년 문구팬시업체로 출발한 바른손이 자금난으로 부도를 맞은 것은 IMF직후인 지난 98년4월. 94년 코스닥에 등록한지 4년만에 바른손은 투자유의종목에서 관리종목으로 전전하면서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았다.화의기업인 바른손의 경영권이 올해들어 다른 기업으로 넘어간 것은 지난 5월 15일. 인삼제조업체인 고제가 50.4%의 지분을 인수하면서부터다. 정확하게 보름뒤인 5월31일 미래랩(이정석 사장)이라는 인터넷 인큐베이팅 회사가 바른손을 인수(지분 51%)하면서 상황은 1백80도 뒤바뀐다. 미래랩은 자회사인 프라이스키스(맞춤 경매 사이트) 그리고 스톡노트(금융 투자전략 허브사이트) 등을 거느린 업체로 홍콩의 투자운용사 ‘패러다임’이 대주주.미래랩이 바른손을 문구팬시 회사에서 미디어, 캐릭터,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아우르는 인터넷 지주회사로 변신시킨다는 소식에 6~7월까지 바른손 주식은 24일 연속 상한가를 친다. 이때를 전후해 바른손은 2천만달러의 해외전환사채의 발행에 성공했다는 발표를 했고, 이후 1천5백만달러의 추가 전환사채 발행에 성공, 투자자들의 엄청난 주목을 받았다. 이런 자금력을 바탕으로 바른손은 12월중 30억원 가량의 화의 채무를 변제, 화의기업의 오명을 벗겠다는 야심찬 계획까지 세우고 있다. 불과 6개월여만에 바른손엔 엄청난 일이 벌어진 것이다.지난 5월 미래랩과 함께 바른손의 주요주주로 홍콩에서 활동하는 로터스와 방계 펀드들도 들어왔다. 로터스는 앞서 밝힌 대로 동방페레그린 부사장 출신인 폴핍이 운영하는 투자자문사. 금융 전문가들에 따르면 “폴핍은 지난 97년 신동방과 동방페레그린이 미도파백화점을 적대적으로 인수합병하는데 밑그림을 짠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당시 미도파에 대한 적대적 M&A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부당한 방법으로 주식매매를 한 사실이 적발돼 동방페레그린은 증권감독원으로부터 기관경고와 함께 임직원 8명이 중징계를 당했다.바른손 임호석 사장은 “폴핍이 운영하는 로터스가 대주주인 것은 사실이지만 단기차익을 노리는 핫머니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바른손에서 이사로 활동할 동방페레그린 출신 펠릭스 소저도 바른손 주주인 홍콩계 펀드를 운영하지만 장기 투자가 목적”이라고 말했다.바른손 투자자를 두고 의혹의 눈길이 쏟아지는 것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미래랩은 지난 7월부터 자회사인 프라이스키스, 노튼힐(전신은 스톡노트)을 서울 서초구 방배본동으로 입주시키면서 바른손을 인터넷 지주회사로 변모시킬 채비를 갖춘다.‘단기차익 노리는 핫머니 아니다’ 해명나서미래랩이 구상한 바른손의 미래는 미디어, 캐릭터, 엔터테인먼트, 교육을 중심으로 주력 사업부문을 재편성하고 관련 업체들을 M&A하는 것. 이를 위해 바른손은 지난 7월부터 11월까지 총 1백11억5천만원을 투자, 8개 업체의 지분을 매입하거나 인수하면서 계열사를 늘려간다. 실례로 지난 7월25일 중고품 경매 전문사이트인 와와컴을 1백25억원에 인수했다. 와와컴은 옥션에 이어 경매 사이트 부문에서 국내 2위에 올라있는 업체로, 월 60억원이 거래되고 있다.지난 8월 홍콩의 웹사이트 운영업체인 아웃블레이즈(Outblaze)와 합작, 아웃블레이즈 코리아를 설립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아웃블레이즈는 일본 히카리 통신과 퍼시픽센추리사의 합작으로 지난 85년 홍콩에 설립된 업체.미디어 사업의 경우, 바른손은 SM엔터테인먼트, 강제규 필름, 엔씨소프트 등과 제휴해 지난 8월 아이스크림(Iscream)이라는 조인트 벤처(바른손 지분 6.5%)를 설립했다. 이 업체를 통해 바른손은 스타메이킹, 애니메이션제작, 게임, 캐릭터 개발, 음악 등의 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교육분야에는 코네스에 19억8천만원을 투자했다.또 바른손은 67억원을 출자한 유비즈시스템, 4억원을 출자한 중앙정보기술을 통해 CRM 솔루션과 지식기반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캐릭터 사업의 경우엔 임사장이 직접 최근 창립된 한국캐릭터문화산업협회의 회장직을 맡아할 정도로 관심을 보인다. 대부분의 사업분야가 아직 출범한지 얼마되지 않아 눈에 띄는 진척사항은 없지만 조직이 구성돼 있고 일을 추진중이다.이렇듯 인터넷 기업으로 변신한다는 바른손의 발표에 의구심을 갖게 하는 사건은 지난 11월 발생한다. 바른손의 미래그림을 임사장과 함께 그려가던 미래랩 이사장이 돌연 11월17일 보유중인 바른손 주식 2백4만주를 장내에 매도하면서부터. 미래랩은 주식매도로 2백억원의 차익을 남겼다. 이 자금중 1백10억원을 미래랩이 발행한 해외전환사채를 회수하는데, 나머지 90억원은 바른손 전환사채를 매입, 휴먼컴의 지분과 맞교환했다. 미래랩이 바른손 대주주에서 빠지자 바른손의 1대주주는 폴핍이 운영하는 홍콩계 투자사로 바뀌었다.미래랩이 챙긴 바른손 주식 매각 차익을 바른손에 반납해야 한다는 지적에 미래랩측은 “대주주가 아닌 상태에서 바른손 주식을 매입했고, 상당부분은 주식이 아닌 전환사채여서 매각 차익은 바른손에 반납할 의무가 없다”고 밝혔다. 증권거래법 188조는 대주주 등 내부자가 6개월내 주식을 사고팔아 차익을 남겼을 경우 이익은 회사에 반납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미래랩은 바른손의 지분을 인수할 당시 대주주가 아니었기 때문에 매각차익을 반납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미래랩측은 “대주주 상태에서 바른손 주식을 매각해 얻는 7억원은 바른손에 돌려주었다”고 밝혔다.이에 금감원 김호용 조사총괄팀장은 “증권거래소에서 감리 결과 위법사실을 통보해주면 내부자가 정보를 이용해 시세차익을 남겼는지 조사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임호석 바른손 사장과 이정석 미래랩 사장은 누구?처남매제간??? 미?홍콩 오가며 사업미래랩의 이정석 사장(34)은 미국 MIT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체이스맨해튼은행의 뉴욕지점에서 7년간 근무했다. 이후 홍콩과 한국을 오가며 사업 아이템을 찾았고 지난해 7월 미래랩을 창업했다. 미래랩이 인수한 바른손엔 임호석(36)사장이 영입된다. 임사장은 미래랩의 자회사인 스톡노트에서 이사로 재직한 인물. 미국 인디애나대에서 경제학과, 브라운대에서 경제학 석사를 받았다.이후 현대자동차에서 해외 비즈니스를 담당했고, 뱅커스트러스트(BTC)와 홍콩 투자자문회사인 BIBC에서 지사장으로 일했다. 재미있는 것은 이사장과 임사장의 관계인데, 서로 처남 매제 지간이다. 이들은 이같은 연결고리뿐 아니라 같이 미국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홍콩등을 오가며 금융비즈니스 감각을 키운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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