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챔피언’ 지켜낸 ‘영원한 포스코맨’

강력한 이익구조 정착·투명경영 결실·민영화 성공까지 쾌속질주 진두지휘

국내대표선수 선발전에서는 꼭 1위를 하는데 국제대회 나가면 형편없는 게임을 보여주는 국내용선수(National Champion)들이 있다. 기업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국내시장에는 업종숫자만큼이나 내셔널 챔피언이 있지만 국제무대에 나가면 꼼짝 못하는 기업들이 많다. 단일품목이 아닌 기업 전체로 국제무대에서도 챔피언의 영예를 유지하는 국내의 유일한 기업이 포스코이다.포스코는 올초 미국의 잡지 로부터 ‘세계 최고의 철강기업’으로 꼽혔다. 또 지난 7월 으로부터는 매출액대비 순이익률과 총자산순이익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철강업체로 평가됐다.조강 생산량 같은 양적 기준이 아닌 질적 기준으로도 포철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게 된 요인은 이 회사의 탁월한 수익성을 빼놓고 말할 수는 없다. 그리고 이같은 수익성은 철강과 포스코를 잘 아는 경영자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20%대 이익률 기록 업계 부러움엔지니어출신 경영자인 유상부 포스코회장은 전정권의 정치적 압박으로 잠시 포스코를 떠나 삼성중공업과 삼성재팬사장으로 외도한 시절을 빼고는 포스코에 30년 이상 몸담아 왔다. 하지만 포스코를 떠난 기간의 경험은 그를 포스코가 종전의 관료적 분위기를 벗도록 이끄는 동인이 됐다.유회장이 98년 포스코회장으로 온 후부터 포스코의 기업문화는 많이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어깨에 들어갔던 힘이 빠졌다’ ‘고객입장도 생각한다’는 소리다. 유회장은 지금도 사내 CCTV 등을 통해 “포스코가 아직도 관료적”이라며 분발을 촉구한다. 포스코에서만 일해온 직원들이 대다수인 이 회사에서 바깥에서의 경험을 가진 최고 경영자이기에 가능한 지적일 것이다.유회장의 올해 가장 뚜렷한 성과는 역시 이 회사의 수익구조를 더욱 강력하게 끌어올렸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매출액순이익률이 14.6%였는데 올 상반기에 무려 22.6%로 높였다. 상반기 매출액 5조8천6백33억원에서 순이익만 1조3천2백70억원을 냈다.전세계적으로 철강업의 매출액순이익률은 다른 업종보다 평균적으로 떨어진다. 철강업체로서 20%대의 매출액순이익률은 벤처투자에서 엄청난 대박을 맞거나 수입철광석에서 어마어마한 황금이 나와야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는 수준이다.자기자본이익률(ROE) 역시 올 상반기 기준 27.8%로 국내철강업계 평균 5.4%는 물론, 제조업 평균을 크게 웃돈다.상반기부터 국제철강가격이 하락추세를 보였는데도 포스코의 3/4분기 실적은 더욱 좋아졌다. 3/4분기에 매출액은 전분기보다 다소 줄었는데도 영업이익은 오히려 늘었다. 주수출품목인 핫코일의 가격이 떨어졌지만 부가가치가 높은 아연도강판의 판매가 늘었기 때문이다. 물론 고부가가치제품의 비중을 늘린 투자의 결실이 나타난 것이다.미국신용평가기관 S&P사는 올해 포스코에 한국의 국가신용등급한도(BBB)에서 국내기업이 받을 수 있는 최상의 신용등급을 주었다. 이것은 세계 최고 수준인 포스코의 강력한 수익구조와 안정적 현금흐름능력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IR를 가장 잘 하는 기업에 꼽혀유회장은 당초 한전의 파워콤입찰에 참여한다고 발표했었다. 그러나 사업환경이 당초보다 악화되고 포스코의 수익성이 나빠질 것이라는 시장의 평가가 나오자 이를 겸허하게 수용, 입찰포기를 선언한 것도 시장참여자로부터는 높은 평가를 이끌어냈다.유회장은 올해 포스코의 오랜 숙원과제이던 민영화라는 과제를 해결해냈다. 98년 취임이후 민영화에 대비, 전문경영진의 책임경영과 이사회의 견제기능강화를 골자로 한 글로벌전문경영체제를 쌓은 것도 이를 위한 준비였다.유회장은 외국인투자자들의 한국기업에 대한 가장 큰 불만이 투명하지 않은 경영이라는 것을 일찍부터 파악하고 있었다. 기업의 본질가치에 걸맞는 시장가치를 정당하게 인정받기 위해서 유리판처럼 투명하게 경영해야 한다는 생각을 그래서 말이 아니라 실천으로 보여주는 이유이다. 그의 이같은 투명경영 노력은 주주나 기관투자가와의 관계를 대폭 향상시켰다.대외적으로도 포스코는 국내 다른 거대기업과 달리 IR에 가장 성의있는 기업으로 꼽힌다. 유회장은 올해 국내 및 해외에서 열리는 IR에 직접 참여하는 등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다는 비판을 받던 거대기업 포스코를 IR 잘 하는 기업으로 변화시켰다.거대한 규모의 기업에서 관찰되는 내부직원들의 낮은 신뢰도가 포스코에서는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는 것도 그의 투명경영 노력과 무관하지 않다.공기업 민영화하면 기업실적이나 사회적 기대와 무관하게 고용보장과 처우를 요구하는 종업원파업부터 연상된다. 지난 10월의 민영화 과정에서 포스코에서는 그런 모습이 관찰되지 않았다. 유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의 투명경영노력으로 직원과 회사경영층 사이에 형성된 신뢰가 바탕이 됐다고 해석할 수 있다.장기적인 기업가치 증대를 위해 국경을 넘는 제휴와 민영화 이후 있을 수도 있는 경영권 불안정을 막기 위한 전략적 행보도 빼놓을 수 없다.유회장은 지난해말 SK텔레콤과 신세기통신의 지분을 상호맞교환하면서 IMT-2000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텄다.올 8월에는 일본 신일본제철과 전략적 제휴를 했다. 유럽의 철강사들이 5개의 대형사로 재편되는 통합화 추세속에서 세계 1, 2위 업체의 제휴로 대응을 한 셈. 신일철과의 제휴는 기술개발 협력과 같은 일반적제휴 이외에 신일철이 포스코의 지분을 3%까지 늘릴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돼있다. 우호주주를 늘려놓음으로써 적대적 M&A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다.유회장은 올해 다른 회사의 철강기업간 전자상거래(B2B) 사이트에 참여하라는 제의를 거절하고 직접 구축했다. 이것은 미래 수익기반이 될 철강 e-비즈니스를 주도하겠다는 뜻이다. 21세기 문턱에서 공룡으로 멸종의 길을 갈뻔 했던 GE를 구해낸 잭 웰치 회장처럼 포스코의 ‘전통’이라는 항로를 미래로 돌린 것이다.포스코는 올 10월 세계철강업체 가운데 가장 존경받은 기업, 한국 기업가운데 가장 존경받는 기업이라는 평가를 미국잡지 로부터 받았다. 미국에서는 잭 웰치의 GE가 꼽혔고 일본에서는 도요타가 꼽혔다. 경영자의 능력이 그 첫번째 평가항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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