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사장학 ‘틴 타이쿤’이 뜬다

‘껍질’을 깨고 나오려는 10대들의 움직임이 드세다.단순히 부모로부터 용돈을 받아 생활하는데서 벗어나 자신의 사업을 통해 꿈을 이루려는 ‘틴(Teen) 비즈니스맨’들이다. 물론 어려움도 있다. 다른 10대들의 성공사례를 대단하다고 평가하면서도 자신의 자녀들이 사업을 한다면 일단 말리고 보는 이중잣대가 단적인 예다. 10대에 대한 편견도 장애물이다. “창업단계에서나 거래에서 10대라는 이유만으로 불신당하거나 낭패를 겪는 일이 허다하다”는 것이 10대 창업자들의 한결같은 하소연이다. 일부에서는 군복무도 지적한다. 한창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20대에 군복무를 한다는 것은 10대 창업자들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그러나 이런저런 걸림돌들이 놓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회만 닿으면 내 사업을 해보겠다’는 10대들의 창업열기는 상상을 뛰어넘는다. 예로 지난해 3월 삼성물산의 벤처투자팀인 골든게이트가 청소년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주니어 벤처과거’에 몰린 1천8백여건 가운데 40%가 10대들의 응모였을 정도다. 한국 청소년 인터넷비즈니스리그의 회장으로 선출된 권영건(18쪽 박스기사 참조)군도 “창업관련 문의를 해오는 청소년들이 하루 50∼60명씩 된다”는 말로 10대들의 창업열기를 설명했다.10대들의 이러한 창업과 관련한 움직임, 10대들의 도전과 좌절의 조각들을 더듬어보기 위해 지난 99년12월에 문을 연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의 ‘하자센터’를 찾았다. ‘튀는’ 외모의 10대들로 항상 북적거리는 곳이다. 겉모습만 보면 ‘문제아’들이라고 넘겨짚기 십상이다. 하지만 이곳의 정식명칭은 ‘서울시립 청소년직업체험센터’. 진로를 두고 고민하는 청소년들에게 미리 직업체험을 해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이다. 요란한 겉모습의 10대들도 자신이 원하는 길을 가기 위해 컴퓨터 영상 음악 애니메이션 등의 강좌에 참여하고 진로를 모색하는 청소년들인 것이다.10대 창업실험 ‘하자센터’ 북적북적그러나 하자센터를 찾은 것은 다른 이유 때문이다. 바로 이곳에서 행해지는 10대들의 ‘창업실험’ 때문이다. 지난해 8월에 시작한 ‘창업프로젝트’가 그 것이다. 청소년들의 창업경험을 위해 자금 장비 장소 등을 하자센터에서 제공하고 운영은 10대들이 하면서 자신들의 월급도 가져가는 프로젝트다. ‘하고싶은 일하면서 먹고살기’라는 주제로 인터넷라디오방송국과 명함숍을, ‘먹고살면서 하고 싶은 일하기’라는 주제로 스낵바를 열었다. 이 가운데 인터넷라디오방송국은 지난해 11월에 문을 닫았다. “참여자들간의 파트너십이 부족해 실패했다”는 것이 방송엔지니어로 참여했던 제리군(박재식, 19)의 말이다.또 다른 창업실험실로 ‘하고싶은 일 하면서 먹고살기’의 하나인 명함숍. 이곳에서는 약 60여종의 명함디자인을 갖춰놓고 인터넷이나 방문 등을 통해 판매한다. 가격은 1세트 5백장 단위로 2∼5만원. 매출은 다소 변동이 있지만 단체고객이 있으면 한달에 1백만원을 훌쩍 넘기도 한다. 여기서 디자인실장 남이(김남이, 19)양을 만났다. ‘자퇴일기’라는 책의 저자이자 미술관 극장 등에서 퍼포먼스를 펼치는 퍼포머이기도 하다. 원래 하자센터에서 파티기획을 했었지만 지난해 7월 명함숍에 합류, 지금까지 디자인팀을 이끌어오고 있다.“새로 디자인한 명함을 주문받았을 때 가장 기분이 좋다”는 남이양은 오후 1시에 출근, 밤 11시까지 디자인을 하는게 하루 일과. 요즘은 생활공예까지 맡아 일이 더욱 많아졌다. 하지만 싫지않은 표정이다. “다른 10대 친구들 가운데 창업프로젝트에 대해 문의하는 일이 많다”는 귀띔도 했다. 그만큼 사업에 관한 10대들의 관심이 크다는 것이다.“내 사업을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은 계속 가져왔지만 기회가 없었죠. 명함사업은 아이템이 상당히 좋은 것 같아요.” 사람을 보면 선호하는 명함스타일을 꼬집어낼 정도가 됐다는 남이양의 명함사업에 대한 평가다. 여기서의 경험을 살려 진로를 택할 것인지 물었다. “퍼포먼스와 디자인 다 하고싶은 마음이 굴뚝 같기 때문에 고민중”이라고.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던 남이양이 결국 내보인 속내는 비즈니스. “이곳 경험을 살려 디자인과 퍼포먼스 등이 연결된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좋은 작품이 결국 비즈니스의 대상이니까요. 지금 일도 그런 과정의 하나라고 생각해요.”“나이가 무슨 상관, 기회 오면 잡아라”디자인이 재미있고 명함사업을 내 일처럼 한다지만 불만이 없을 수 없다. “10대들을 너무 어리게만 보고 믿지 못하는 것 같아 불만”이라고. 10대가 사업을 한다면 관심을 끌고 그에 따른 혜택을 보는 이점이 있지만 실제 거래 등의 관계로 다른 사업자를 대하면 나이가 많은 사람을 찾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10대들이 자신이 하고싶은 일을 못하고 소극적이에요. 기회를 적극적으로 찾고, 기회가 오면 반드시 잡으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남이양이 또래들에게 들려주고 싶다는 맺음말이다.하자에 드나드는 사람치고 자기 모르면 간첩이라는 ‘김사장’(김은경, 김포 통진종고 3년)과 같은 반 문은혜(19)양이 운영하는 스낵바 ‘코코봉고’. 여기서는 라면 샌드위치 코코아 핫도그 등을 판다. 가격은 1천∼3천5백원선. 하루 매상은 대중이 없어 안되면 4만원, 잘되면 10만원 이상을 팔기도 한다. “파트너십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두 사람의 일과는 오전 11시에 문을 열어 밤 7시30분에 영업을 마친후 실내를 정리하고 퇴근하면서 하루를 마감하는 것.고달프거나 지루하지 않을까 하는 짐작과 달리 오히려 즐기는 눈치다. 두 사람 모두 전에 다른 곳에서 아르바이트한 경험이 있어 비교되는 점이 많다는 것이다. “막상 사장이 돼보니 할 일이 되게 많아 보여요. 사장이라는 자리의 어려움과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 경영마인드도 생각하게 되고요. 이를 경험삼아 나중에 크고 멋진 레스토랑과 바를 운영하고 싶어요.” 은경양의 말이다. 은혜양도 마찬가지 반응이다. “자신의 일을 한다는 것은 자유스럽고 도전해볼만한 멋진 일인 것 같아요.”먹고살면서 하고싶은 일하기가 주제인만큼 원하는 일을 이뤘는지 궁금했다. 두 사람 모두 “갖고 싶었던 악기를 구입했다”고 자랑이다. 김사장은 한술 더 떠 “조만간 카메라를 구입할 계획”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어른들이 ‘어린 네가 무슨 사장이냐’는 눈으로 바라볼 때 제일 기분상하죠. 아직 사회가 열린마음을 갖고 있지 못한 것 같아요.” 여유가 생기면 고객관리도 하고 주위를 살피고 싶다는 김양이 “하자센터의 창업실험은 아주 성공적”이라며 한 맺음말이다.외국 10대 창업 강좌참여 등 ‘열성’사업장을 갖춘 창업실험외에 하자센터가 벌인 또 다른 10대 창업프로그램은 바로 교육. 지난해 자체적으로 10대를 대상으로 창업강좌를 열었으며, 8월에는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열린 10대 비즈니스교육프로그램인 니프티(NFTE) 여름캠프에 하자센터회원을 참가시키기도 했다. 니프티캠프에서는 10대들을 대상으로 기업가정신과 마케팅 세일즈 전화매너 토론 무역 프리젠테이션 등 비즈니스관련 내용을 토론과 게임, 강연, 견학 등 다양하지만 철저하게 학생들의 흥미와 자발적인 참여를 유발하는 방법으로 가르친다.여기에 참가한 주인공은 10살까지 미국에서 살다가 귀국, 고교 1학년까지 다니다 중퇴한 ‘비키’(손보혜, 19)양. 학생들의 자신감을 부추기는데 상당히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데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는 비키양은 캠프참가로 의외의 수확을 얻었다고 자랑이다. 딱딱하고 어렵게만 느껴졌던 경영에 대한 관심이 커진데다 컴퓨터를 열심히 배워 이를 갖고 사업을 해보고 싶다는 바람이 생긴 것.“비즈니스의 매력은 무슨 일을 하든 비즈니스와 연결시킬 수 있다는 점인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사업가는 창조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면서 만족을 느끼는 예술가와 창조를 통해 필요를 충족시켜주는 과학자를 합해놓은 존재같아요.” 비키양이 니프티캠프 참가후 내린 사업가에 대한 정의다. 한편으로는 하자센터에서 창업실험에 참가한 10대들이나 비키양이 모두 꿈꾸는 미래의 모습이기도 하다.★ KYIBL(한국 청소년 인터넷 비즈니스 리그) 출범 / 10대 창업 특급도우미 ‘깃발’‘10대 비즈니스맨들이 뭉쳤다’.지난 1월17일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KYIBL(한국 청소년 인터넷 비즈니스리그)이 출범식을 가졌다. ‘대한민국 청소년 벤처도약 2001’이란 타이틀로 열린 이날 행사는 인터넷비즈니스를 전개하고 있는 10대 청소년 사업가들의 모임. 권영건(대구 강북고 3년)군이 공동창업자이자 기획이사로 재직중인 (주)조이비틀, 표철민(윤중중 3년)군이 운영하는 (주)다드림커뮤니케이션, 경남과학고 윤주현군이 차린 셈틀소프트, 고교 휴학중인 염창훈군이 세운 로그인디지탈 등 4개사가 발기인으로 참여했다.리그의 초대회장으로 선출된 권영건(오른쪽 사진)군은 “청소년 창업은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하나의 청소년문화로 10대들은 창의력과 투지라는 최고의 자본을 갖고 있다”며 “창업을 꿈꾸는 10대들을 전방위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모임을 결성하게 된 동기에 대해 권군은 “첫 단추가 중요한데 이를 잘 끼우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겠다”는 말로 설명했다. 창업을 원하는 10대들이 많지만 방법을 몰라 어려워하거나 벤처창업후 얼마 유지되지 못하고 문을 닫는 일이 많은데, 적어도 10대들이 세운 벤처만큼은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토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것이다.권군은 또 “세상이 10대들이 들어가기 힘든 점이 너무 많다”는 말도 덧붙였다. 청소년들이 법인설립을 시도할 때 등록증교부 등에 있어 세무서마다 달라 혼선을 빚는가 하면 10대들이 창업한다면 무시하거나 창업한 회사를 믿지 못하는 사례들이 수두룩하다며 예를 들기도 했다. 때문에 “기성세대들의 10대에 대한 그릇된 시각으로 인한 불리함이 커 이를 리그에서 해소시켜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는게 권군의 말이다.명함숍의 김남이.리그의 운영에 대해 권군은 “리그에서 창업 및 세무 특허관련 정보제공, 공동IR·마케팅 실시, 우수기업 투자유치, 강좌개설을 통한 전문경영인 육성, 창업경진대회를 통한 창업기회 제공 등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KYIBL은 창업희망자까지 포함해 누구나 회원이 될 수 있는 오픈그룹인 KYIBL과 리그의 일을 총괄하는 기구로 현재 창업해 운영되는 ‘기업’만을 회원으로 하는 KYICA(한국 청소년 인터넷기업협회)로 운영할 예정이다. KYICA 내에는 창업·세무·법률·특허·투자 등 5개 지원팀을 둘 예정이며, 현재 팀구성을 위해 변리사 변호사 세무사 등 전문가그룹을 접촉중이라는 것이 권군의 말이다.“앞으로 10대가 창업한 인터넷기업만이 아닌 오프라인기업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리그의 최종목표는 K(Korea)가 W(World)로 바뀌는 것, 즉 세계 청소년 인터넷비즈니스리그로 변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세계 10대 비즈니스맨들과 교류하고 나아가 10대-대학-성인으로 이어지는 벤처연결고리의 발판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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