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시대 재테크 “이 상품에 투자하라”

2월들어 시중은행들이 1년만기 정기예금금리를 연 6% 수준으로 일제히 내리면서 국내 경제관심사는 초저금리의 향방에 쏠려있다.지난 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콜금리를 5%로 0.25%포인트(25베이시스포인트) 인하한다고 발표했을 때 금융시장관계자들은 전철환 한국은행총재의 그 다음 코멘트를 더 기다렸다. 빠른 시일내 추가인하를 시사하는지 여부를 보기 위해서. 마치 미국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인하 여부보다 인하발표 후 앨런 그린스펀 미연준리(FRB) 위원장의 추가인하시사 여부에 귀를 기울이듯이 말이다.현재 5%인 콜금리를 추가인하한다면 4.75%이다. 은행간 하루짜리 거래금리인 콜금리가 단군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 되는 것이다. 2월 들어 시중은행들도 1년만기 정기예금금리를 연 6% 수준으로 일제히 내리고 있다. 은행상품의 가중평균금리는 이미 5%대로 떨어졌다. 지금 우리 경제 초미의 관심사는 금리의 향방에 쏠려 있다.과연 콜금리 기준 4%의 초저금리시대가 도래하는 것인가. 일단 정책관계자들이나 이코노미스트들은 이같은 초저금리를 기조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한다.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의 김재천 정책기획국 정책총괄팀장은 “올해 목표 경제성장률 4%와 3%의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장기균형금리수준은 7% 정도인데 현재는 비정상적으로 낮다”고 말한다. 경기추이와 환율변수를 지켜봐야 하지만 현재와 같은 수준의 저금리가 오랫동안 유지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당분간은 금리상승 반전 어려워삼성경제연구소 금융팀 김경원 박사도 “현재의 초저금리는 부실기업의 리스크프리미엄이 적절하게 시장화돼 있지 않은데 따른 극단적인 안전자산선호현상에 의한 일시적 현상”이라고 진단한다. 뿐만 아니라 채권시장 분위기는 여전히 “비우량회사채는 리스크에 상응하는 프리미엄만큼 금리가 더 높아져야 한다는 분위기”라고 투신사 채권운용자들은 지적한다.그럼에도 국내경기가 심각하게 둔화되고 있으며 이를 막기 위해서는 추가금리인하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보는 이코노미스트와 금융기관의 전망도 많다. UBS워버그증권은 “한국의 올해 GDP성장률이 2.2%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이 추가로 콜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어쨌거나 시장에서는 당분간 금리가 상승반전하기는 어렵다는 예상이 지배적이다.금리는 금융정책 담당자들만의 관심사가 아니다. 당장 퇴직금을 은행에 넣고 이자로 생활해온 사람들, 은행예금이 재테크의 전부였던 사람들도 자산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 즉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물론 여전히 금융시장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는 자금은 아직 이동하지 않고 있다. 하나은행 김성엽 재테크팀장은 “은행의 고액정기예금 고객들은 보수적 성향이 강해 당장 주식투자에 관심을 보이지는 않는다”고 밝힌다. 대신 정기예금보다 기대금리는 높고 원금보장 등 안정성도 있는 신노후연금신탁과 3월초 분리과세신탁 등 저금리를 보완하는 상품에 대한 관심은 높다는 설명이다.일부 발빠른 투자자들은 이미 투신사와 제2금융권으로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 투신사 수탁고는 MMF(머니마켓펀드)를 중심으로 법인자금이 대거 유입되면서 이달 5일까지 10조원이 증가했다. 지난해부터 자금인출만 계속되던 종금사 등 제2금융권의 양도성예금증서, 기업어음수탁고도 올들어 늘고 있다. 서울 명동의 한 대형투신사지점장은 “5억~10억원의 고액자금이 2월 들어 일주일 사이 서너 건 들어오고 상품관련 문의도 늘었다”며 “대우사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한다.저금리일수록 분산투자해야한국투신과 대한투신은 2월중 개인수탁고가 99년8월 이후 처음 증가세로 돌아섰다. 투신사의 RP와 신탁형은 8%, MMF는 6.5%, CBO펀드는 10% 이상의 수익률을 올리고 있어 정기예금금리에 불만을 가진 고객에게 어필하고 있다. 그러나 저금리시대일수록 자산의 적절한 배분에 의한 분산투자는 더욱 중요하다. 저금리라고 해서 은행예금대신 주식같은 고위험자산에 몰빵투자하는 것처럼 위험한 일은 없다.따라서 항상 “마지노선으로 지켜야 할 자금은 원금과 이자를 보장해주는 예금으로 일정하게 유지하라”고 재테크전문가들은 권한다. 다만 지난해까지 저축과 투자의 비율에서 저축비율을 훨씬 높게 유지해왔다면 “올해는 저축상품의 비율을 조금 낮추고 신탁과 펀드 등 투자항목의 비율을 다소 높이라”고 제안한다.투자대상 역시 자신의 성향에 맞춰 수익성과 안전성을 조화시킨 포트폴리오를 짜야 한다. 예를 들어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고수익을 선호한다면 여유자산의 절반 이상을 주식 및 주식형상품에 투자하는 포트폴리오를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은 고수익보다 안전성을 중시한다면 예금비중을 그대로 유지하고 투자도 국공채 등 우량채권형상품 중심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또 “간접투자상품내에서도 혼합형펀드처럼 적절한 포트폴리오를 가진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저금리 추세에 맞는 투자방식”이라고 구재상 미래에셋자산운용대표는 설명한다.★ 저금리 원인과 향후 전망 / 신용도 따라 다양한 금리체계 형성최근 국고채(3년 만기) 수익률이 5.3%로 사상 최저수준을 기록하면서 초단기 금리인 콜금리와 거의 같은 수준까지 하락했다. 이같은 금리하락의 원인은 다음과 같다.첫째, 작년 하반기 이후 국내 경기가 둔화되면서 기업 투자 및 개인 소비가 위축돼 자금수요가 급감했다. 기업들로서는 설비투자보다 부채비율 축소 등 당면한 유동성 문제의 해결이 시급했다. 그 결과 회사채 발행 및 신규 대출 등 차입금이 감소했고 기존 대출금도 대거 상환하게 됐다.둘째, 금융기관들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BIS 자기자본비율을 개선하고 안전자산을 확보하기 위해 여유자금을 국공채 위주로 운영했다. 국공채 발행은 제한돼 있는데 수요가 급증하다보니 수익률이 큰 폭으로 하락할 수밖에 없었다.안전자산에 대한 투자는 일부 대기업 부도와 유동성 위기가 이어지면서 금년까지 지속되고 있다. 셋째, 미국을 비롯한 세계금리의 하락세 진전이다. 미국은 올들어 경기 둔화가 예상됨에 따라 1월중 두 차례에 걸쳐 금리를 1%포인트나 인하했다. 미국이 금리를 신속히 대폭 인하함에 따라 국내 금리도 인하할 여지가 높아진 것이다.그렇다면 현재의 저금리를 안정적인 기조라고 볼 수 있을까? 대답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많은 경제주체들이 현재의 금리수준을 균형이라고 보고 있지 않다. 일부 초우량기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기업들이 현재의 금리수준에서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대출을 받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상대적으로 신용이 떨어지는 투자 부적격 기업은 아무리 높은 프리미엄을 지불해도 회사채를 발행하기 어려울 정도로 신용위험이 높다.금융시장이 균형을 되찾게 되면 현재 너무 높은 신용위험 프리미엄이 낮아지면서 다양한 신용상태에 있는 기업들이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게 되고 편중된 국공채 투자가 해소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현재의 낮은 지표금리는 다소 상승하고 그 대신 신용도에 따라 보다 다양한 금리체계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일본은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경기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제로금리라는 극단적인 금융정책 하에서도 투자가 살아나지 않는 유동성 함정을 경험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현재는 저금리 수준이면서도 투자가 위축되어 있어 일본의 경우를 일부 답습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기업 및 금융구조조정이 마무리될 하반기 혹은 내년에는 금융시장이 안정되면서 투자가 되살아날 것으로 전망된다.그렇게 되면 금리는 현수준보다는 다소 상승할 것이다. 물론 98년 IMF 자금지원 초기처럼 연 20% 이상의 고금리 수준으로 재상승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향후 우리 경제가 장기 안정성장을 유지하는 한 금리수준도 한자릿수에서 안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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