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는 가라” … ‘오리지널 약’ 들고 맹공

의약분업·관련법 등 호재, 점유율 높일 기회 … 화이자·한국로슈 등 영업력 강화 총력

다국적 제약업체들에 있어 의약분업은 호재중의 호재로 꼽힌다. 다국적 제약업체들은 그동안 우수한 약품을 갖고서도 국내 의약품 시장에 깊이 파고들기가 쉽지 않았다. 이는 흔히 ‘카피약’으로 불리는 국내업체들의 아류들이 판을 치고 있었던데다, 국내 제약업체들의 ‘입김’으로 외국의 오리지널 약품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국내 병원 및 의원 입장에선 일부 특수약품을 제외하곤 가격이 싼데다 일종의 ‘뒷돈’까지 챙길 수 있는 국내 제약업체 약을 구입하는 것이 훨씬 유리했다는 얘기다.그러나 이제는 사정이 완전히 달라졌다. 의약분업의 효과를 여러 가지로 설명할 수 있겠지만 그중 가장 중요한 부분이 의료서비스의 질이 나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는 의사가 무슨 약을 쓰는지 환자에게 알려줘야 하고, 환자 또한 이를 알 권리가 있다는 점에서다.그래서 의사들은 정말 효과가 있는 약을 환자들에게 권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 질적으로 우수한 다국적 제약업체의 오리지널 약품을 구입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졌다.신제품 선보이기 쉬워져이와 함께 그동안 다국적 제약업체에 불리했던 일부 의약품 관련 법안도 대폭 손질됐다. 예를 들면, 다국적 회사의 신약이 국내에서 시판되기 위해서는 외국에서 임상시험이 끝난 제품이라 하더라도 한국에서 임상시험을 다시 해야 하고, 외국에서 3년 이상의 판매실적을 자료로 제출하도록 되어 있었으나 올해부터는 이런 제도가 없어졌다. 올해부터는 신제품을 선보이기가 그만큼 쉬워진 것이다.이런 배경에서 다국적 제약업체들은 올해를 ‘도약기’ 또는 ‘비약적 발전기’로 보고, 우수 의약품을 무기로 마케팅 및 영업력 강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대부분의 다국적 제약업체들이 매출 목표를 20~30% 높여 잡고 있으며, 일부 업체는 지난해보다 2배나 많은 매출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무엇보다 각종 캠페인, 세미나 등을 통해 환자들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가는 제약업체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전략이다.우선 비아그라로 유명한 한국화이자(www.pfizerkorea.co.kr)는 지난해 99년 대비 34%가 늘어난 1천1백50억원의 매출을 올린데 이어 올해도 최소 20%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국내 시장에 선보이고 있는 약품은 20여종. 비아그라를 비롯해 고혈압치료제 노바스크, 고지혈증 치료제 자라토가 대표적인 시장 리더제품이다. 올해안에 2종류의 신약품을 더 들여올 계획이다.시장확대를 위한 한국화이자의 최대 강점은 ‘사이언티픽 디테일링’이란 특별한 교육프로그램. 영업직원들을 단순한 판매사원이 아니라, 의사 약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최신 정보전달자로서의 역할을 강조하기 위해 의약품 및 질병에 관한 지식과 제품교육, 판매스킬 등을 가르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2005년까지 국내 처방의약시장 ‘Top 3’를 목표로 하는 한국MSD(www.msd-korea.com)는 올해 경영슬로건을 ‘도약 2001(Next Leap 2001)’로 정했다. 지난해 6백80억원 매출을 올렸고 올해는 1천억원대의 매출을 기대하며, 영업직 강화 및 전문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이미 99년보다 2배가 많은 72명의 신규 영업사원(PSR;프로세일즈레프리젠터티브)을 뽑았고, 올해는 1월 입사한 57명을 포함해 1백명을 선발할 방침이다.한국 MSD의 마케팅 전략은 기본적으로 ‘제약회사는 기업의 이익보다 환자의 건강을 우선시한다’는 기업철학에서 나오는 것이 특징. 이에 따라 40여개 병원에서 골다공증 검사를 무료로 해주는 골다공증 예방 캠페인(3~4월), 어린이를 위한 백신 캠페인(4~5월), 천식예방 캠페인(10월), 전립선 주간(11월), 에이즈캠페인(12월) 등 예방에 초점을 둔 캠페인 활동을 연중 준비해 놓고 있다.BMS, 영업직 우대로 업계 주목한국BMS(브리스톨마이어스퀴브, www.bmsk.co.kr)는 국내시장에 뒤늦게(97년) 진출했지만, 공격적인 경영으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3백40억원 매출로 50% 성장했고, 올해는 2배 정도가 늘어난 6백3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주력 제품은 항암제 분야의 리더제품인 텍솔과 고혈압치료제 모노프릴과 혈액응고억제제인 플라릭스. 올해 1~2가지 품목을 늘리면서 다른 제약업체와 공동마케팅도 계획하고 있다. 특히 외국병원과 연계한 공동 임상시험 프로젝트 진행, 학회 및 심포지엄 개최 등으로 의약관련 전문지식 전달업체로서의 이미지를 강화할 방침이다.BMS는 영업직의 우대 및 인센티브 강화로도 주목을 받고 있는 곳. 톱클래스의 우수사원에겐 BMW를 2년 동안 무료로 제공하는가 하면, 25~35평 아파트 무료 임대권 혜택도 있다.한국로슈는 지난해 미국에서 비만치료제 개발로 화제를 모은 업체. 2월부터 한국시장에도 비만치료제 제니칼을 선보이면서 급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제니칼 담당 영업인력으로만 20명을 더 뽑았다. 회사측은 제니칼이 비아그라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터뷰 / 심한섭 한국 다국적의약산업협회 부회장한국제약시장을 효율적으로 공략하기 위한 회의를 하고 있는 한국얀센 직원들“선진 의료서비스 향상에 기여”“아무래도 회원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 기본적인 설립목적이자 주요 업무이겠지만, 그동안 의사나 병원측에 비해 상대적 약자로 전락했던 환자의 권리 회복에 기여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활동을 할 계획입니다. “한국 다국적의약산업협회(KRPIA) 심한섭 상근 부회장은 “의약분업으로 의료시스템이 선진화 된 만큼 의료서비스도 그에 맞춰야 되지 않겠느냐”며 다국적 의약산업 협회가 국내에서의 의료서비스 질 향상에 기여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한국 다국적 의약산업 협회는 의약분업 시행을 앞둔 지난해 6월 26개 다국적 제약업체들의 권익 옹호를 기본 목적으로 발족됐다. 현재 베링거인겔하임의 마이클 리히터사장이 회장직을 맡고 있다.보건복지부에서 30년 동안 의약품 관련 분야 공무원으로 일하다 의료보험 관리공단을 거쳐 KRPIA 상근부회장으로 영입된 심부회장은 한국의 제약산업 및 의료보험 현실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인물. 덕분에 KRPIA는 발족후 이미 신약품 국내 반입에 관한 불리한 조항을 없애는 등 ‘파워’를 보여주고 있다. 현재 남은 과제는 환자들에게 직접 제품 설명을 할 수 있는 DTC(Direct to Consumer) 시스템의 도입. 이를 위해 현재 금지돼 있는 전문의약품 광고를 할 수 있도록 허가해야 한다는 것이 심부회장의 주장이다.“환자도 자신의 병과 관련 치료약을 충분히 알고, 이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봅니다. 단가는 싸지만 평생 써야하는 약과 단가는 비싸지만 단기간에 나을 수 있는 약 중 어느 약을 써야 할지 환자가 결정하는 것이 가장 좋다는 뜻이지요.”심부회장은 몇번씩 ‘환자의 권리’와 ‘의료환경 개선’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 올해부터는 환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각종 캠페인을 주관하는 등 활동폭을 넓힐 예정이다.“다국적 제약업체들은 최근 제약협회가 낸 호소문에서처럼 ‘보건의료의 식민지화’를 우려하는 등 무분별한 국산품 장려운동에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그러나 의약품은 일반 공산품과 다른 만큼 회사의 국적을 따지기 보다 ‘건강’ 및 ‘삶의 질’이란 키워드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 입장입니다. 국내 제약업체들이 살길도 국가와 민족이란 좁은 개념을 뛰어넘어 기술력이 뛰어난 다국적 업체들과 손을 잡는 것이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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