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 두려움 박차보자" 자신만의 적성·재능찾아 '무소속 일터' 속속마련
‘직장인은 죽었다.’ IMF이후 기업의 대량해고가 일상화되면서 ‘직장인의 죽음’을 부르짖는 목소리가 높다. 지금까지 평생직장으로 믿고 의지해오던 조직이 하루아침에 차가운 거리로 자신을 내모는 상황에서 더 이상 조직을 믿고 운명을 걸 수 있는, 전통적인 의미의 직장인은 없어졌다는 얘기다.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해고의 고통과 절망에서 벗어나고 조직인간으로서 톱니바퀴처럼 살아오던 자신의 삶을 개선하는 방법은 과연 무엇일까. 바로 자기 스스로를 고용함으로써 ‘1인 기업가’가 되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 주변에는 IMF를 전후해 비교적 안정적인 직장을 박차고 나와 자신이 곧 사장이자 종업원인 ‘1인 기업’을 운영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최근에는 (김영사), (연합뉴스) 등의 책이 속속 출간돼 1인 기업이 곧 직장인의 희망이자 살길임을 부르짖고 있다.그렇지만 직장이란 거대 조직을 무조건 박차고 나오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1인 기업가로 성공하기 위해선 자신의 재능 및 전문성 재발견 등 선결과제가 많다고 지적한다. 1인 기업의 장점과 성공요건, 문제점 등을 짚어본다.좋은 직업이란우선 좋은 직업의 조건부터 보자. 의 저자 구본형씨는 세상의 직업을 크게 4가지 등급으로 나눈다. 첫 번째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도 많이 벌 수 있는 직업’이다. 이른바 가장 이상적인 직업이지만 사실상 가장 갖기가 어려운 직업이다. 두 번째 등급의 직업은 ‘아직 돈도 명예도 따라오지 못하지만 미친 듯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직업’이다. 세 번째 순위의 직업은 ‘사회적으로 좋은 직업으로 알려져 있어 돈은 잘 벌지만 별로 빠져들지 못하는 직업’, 그리고 네 번째는 ‘하고 싶은 일도 못하고 벌이도 시원찮은 직업’이다.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네 번째 직업에 얽매여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마음만 먹으면 두 번째 직업, 즉 별로 돈은 많이 못벌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택할 수 있다. 두 번째 직업의 좋은 점은 즐기면서 열심히 하다 보면 언젠가 금전적 보상도 가능하다는 것, 즉 첫 번째 등급의 직업으로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이다.여기서 중요한 것은 바로 ‘열정’이다. 좋아하는 일을 찾아 열정을 쏟다 보면 그것이 돈이 될 수도 명예가 될 수도 있다. 토마스 스탠리라는 사람이 미국 백만장자 7백33명을 조사해 얻은 자료에 따르면, 백만장자들의 81%는 해당 직업이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부합했기 때문에 선택했다고 대답했고, 80%는 일을 사랑하고 열정을 쏟은 결과 성공할 수 있었다고 응답했다. 결국 미국 백만장자의 5명중 4명은 자신이 이룬 경제적 성공이 ‘좋아하고 잘 하는 일을 선택한 결과’라는 반응이었다.설사 돈이나 명예가 따라 주지 않더라도 삶이 그만큼 의미있고 풍요로워질 수 있지 않은가. 구씨는 이런 맥락에서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찾아 이를 직업화시키는 것이 1인 기업인의 전제조건이자 행복한 삶의 기본조건”이라고 말한다.왜 1인 기업인가1인 기업가는 자신이 곧 기업이자 기업이 곧 자신인 사람이다. 자신이 경영자이자 실무전문가이며, 스스로가 매출의 원천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남들이 갖지 못한 전문성이나 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어떤 재능 때문에 그 사람의 ‘이름 값’이 올라가고 그래서 돈도 버는 일종의 자유직업인이다.굳이 IMF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현재 세계는 ‘1인 기업’모델로 나아가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에선 자영업 프리랜서 등 조직 밖에서 생계를 꾸려나가는 비율이 45%를 넘어서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주목을 받고 있는 용어가 바로 ‘보보족’이다. ‘보보’는 ‘부르조아와 보헤미안(Bourgeois & Bohemians)’에서 나온 합성 신조어로,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엘리트층을 지칭한다. 이들에게 비즈니스는 자신이 좋아하는 무엇인가를 하는 것이다. 자유와 풍요로움을 지향하면서도 지나친 이기주의나 물질주의는 지양한다.이를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바로 인터넷을 비롯한 디지털 경제의 확산이다. 무형의 자산인 지식이 경제적 가치로 평가받게 된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이밖에 인터넷을 통해 기업가에게 필수적인 네트워크 형성이 가능해졌으며, 홍보 마케팅도 손쉬워졌다. 이동통신의 발달은 특별한 사무실, 즉 ‘장소‘에 구애받지 않도록 해주었다.1인 기업가가 되기 위한 조건1인 기업인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재능을 찾는 것이 급선무다. 자신만의 전문성, 자신이 제일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발굴해야 한다. 무엇보다 자신의 열정을 쏟아 부을 수 있을 만큼 재미있는 일, 좋아하는 일이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자. 그리고 철저한 준비기간이 필요하다. 구본형씨는 “조직이 싫다는 이유로 준비없이 무작정 나올 경우 다시 희망없는 옛 조직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구씨가 제안하는 것이 3년에 걸친 ‘변화 프로젝트’의 추진이다.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아내 전체적인 변화의 그림을 그린 다음, 이를 한걸음씩 실천에 옮기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자신이 어릴 때 잘했던 일, 좋아하는 일을 적어보고, 3년 후에 되고 싶은 모습을 명함으로 새겨두는 등의 작은 트릭도 필요하다.그러나 주의할 점은 하고 싶은 무엇, 즉 재능을 어떻게 찾아내고 이를 직업에 연결시키느냐는 것이다. 이 ‘무엇’은 꼭 현재 잘 나가는 직업일 필요는 없다. 사회적 인기나 유행에 편승하지 말라는 뜻이다. 자신의 일 중에서도 좋아하는 부분과 싫어하는 부분을 나눠 ‘틈새’를 개발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을 수동적인 조직인간에서 능동적이고 열정적인 전문 직업인으로 다시 부활시키겠다는 의지다.다시 말해 1인 기업가란 혼자서 창업을 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자신이 한 기업의 CEO인 것처럼, 기업가 정신을 갖고 일하는 전문가들에게도 해당하는 말이다.★ 인터뷰 / 구본형 저자“3년 걸친 변신 프로젝트 추진하라”1인 기업인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재능을 찾는 것이 급선무다.라는 책으로 직장인들에게 ‘1인 기업가’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구본형씨(47)는 변화경영 전문가이자 그 스스로가 ‘1인 기업가’다. 한국 IBM에서 15년간 경영혁신실무를 총괄하다 지난해 3월에 퇴직,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를 차렸다.그가 사무실을 차린 곳은 번듯한 빌딩이 아니라 바로 그 자신의 집이다. 아파트 방 하나를 개조해 사무공간으로 만들었다. 휴대전화와 홈페이지(www.bhgoo.com)가 그가 사업을 하는 기본 도구다. 대신 그를 필요로 하는 곳(방송국이나 기업의 강연요청)에 달려가 강연을 하고, 그를 필요로 하는 수많은 직장인들과는 e메일이나 홈페이지를 통해 대화한다. 직장인들과의 대화는 사실상 구씨가 는 책을 쓰게 된 구체적인 계기이자 그들의 궁금증에 대한 해답이기도 하다.“IMF이후 많은 직장인들이 현재의 위치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편으론 변화를 갈망하면서도 변화자체에 두려움을 느끼거나, 어떻게 변화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다반사지요. 이들에게 변화 및 자기혁신의 툴을 제시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책을 쓰게 됐습니다.”말하자면, 직장인의 자기변신 또는 1인 기업가가 되기 위한 실용안내서로 책을 펴냈다는 것이다. 그가 이 책에서 가장 강조하고 있는 것은 바로 체계적인 변화다. 이를 위해 적어도 3년 정도의 준비기간이 필요하다고 그는 역설한다.“저 역시 ‘1인 기업가’로 독립하기까지 3년이 걸렸습니다. ‘변화’의 필요성을 처음으로 느낀 것은 97년이었지요. 비교적 좋은 직장에서 만족스럽게 일을 했는데도 어느 순간부터 왠지 ‘이 길이 내가 가야할 길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육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청춘의 끝’에 와 있는 듯한 느낌도 들었고요. 40대에 흔히 찾아오는 정체성의 위기였죠. 그래서 휴가를 내고 한달 동안 단식을 하면서 많은 것을 되돌아 볼 수 있었습니다. 변신의 필요성과 가능성을 크게 느낀 것이 가장 큰 수확이라면 수확이지요.”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변신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이 . 이어 을 통해 변화의 가능성을 구체화시켰다. 이번 책은 앞서 펴낸 2가지 책의 완결판의 성격도 갖고 있다.“지금의 생활요? 행복하죠. 보다 자유롭게,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경제적으로도 좀더 풍요로워졌으니까요. 무엇보다 내가 내 삶의 주인이라는 느낌, 나 자신을 찾은 듯한 느낌이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제가 1인 기업을 역설하는 이유도 사실은 ‘개인사업이 좋다’라는 단순한 메시지가 아니라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자신의 본래의 모습 또는 삶의 열정을 찾으라는 뜻에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