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백신·치료용 DNA·항암제 등 개발, 라이선싱 판매로 고수익 건져
‘1g에 67만달러(6억7천만원), 54만달러(5억4천만원).’ 빈혈치료제 EPO와 항암보조제 G-CSF의 가격이다. 신약은 상용화만 되면 기본 매출이 10억달러가 넘는 ‘대박’이 된다. 지금 국내 제약산업에 대박을 꿈꾸는 그룹이 있다. 바로 바이오벤처다. 유전자 정보를 이용한 신약개발에 나선 바이오벤처들이 요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인간 게놈 지도가 완성됨에 따라 신약 개발에 가속도가 붙었기 때문이다.국내는 물론이고 전세계 바이오 산업의 60%가 바이오 의약품(신약) 연구에 집중돼 있다. 그만큼 신약개발은 바이오 산업의 ‘꽃’에 해당한다. 시장규모도 점차 커지고 있다. 한국생물산업협회는 국내 바이오산업 규모가 98년 5천85억원에서 2000년 1조1천억원, 2003년에는 2조5천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중 절반 이상이 신약개발 관련 시장인 것이다.바이오 의약품의 장점은 개발비와 기간면에서 기존 합성 의약품에 비해 월등하다는 것. 현대증권 리서치팀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합성 의약품이 신물질로부터 전임상까지 성공할 확률이 11%, 임상 3기까지 66%인데 반해 바이오 의약품은 각각 36%, 91%로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오 의약품이 합성 의약품에 비해 개발비가 적게 들고, 개발 과정과 임상 시험기간도 짧기 때문이다.바이오 의약품은 유전공학, 발효공학, 단백질공학, 세포배양 기술 등 생명공학기술을 이용해 제조된다. 현재 신약개발에 나선 바이오 벤처들은 예방백신, 진단제제, 치료용 DNA, 항암제, 면역제제 등의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신약개발이라고 하지만 신약 후보물질 발굴과 전(前)임상실험 단계까지 제한된다. 적게는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수천억원이 들어가는 임상단계를 진행할 수 없어서다. 때문에 대부분의 신약개발 바이오벤처는 신약후보물질 발굴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신약개발에 나선 바이오 벤처로는 선바이오, 이매진, 씨트리, 바이오씨에스, 크리스탈게노믹스, 아미노젠, 펩타인, 진켐 등이 대표적이다.선바이오, 신약개발 단연 선두선바이오는 신약개발에 있어 단연 선두다. 97년6월 설립된 선바이오는 일종의 생체접착제인 생체고분자(PEG)를 비롯해 뇌졸중치료제, 항암활성제, 인공혈액 등을 개발하고 있다. 체내에서 출혈을 멈추게 하는 생체고분자는 동물실험을 거쳐 전임상실험을 마치고 이수화학 등 제약업체와 협력을 맺고 임상실험을 진행중이다. 뇌졸중치료제, 항암활성제, 인공혈액도 현재 한국과 영국에서 전임상실험 단계에 들어가 있다. 국내외 특허출원중인 뇌졸중치료제는 미세한 산소전달체로 적혈구의 10만분의 1 정도로 작고 산소부족 세포에 선별적으로 공급 가능한 것이 해외 제품과 다른 특징이다.노광 사장은 “우리는 생산과 판매는 하지 않는다. 임상 1기까지 개발되면 바로 대기업, 제약사에 라이선싱 판매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바이오는 각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개발하는데 평균 10억원에서 20억원을 투자했다. 노사장은 “생체고분자의 경우 대량생산되면 kg당 2만2천달러에 공급 가능해 가격 경쟁력이 있다”며 “연간 1조원대의 매출이 기대된다”고 자신했다. 선바이오는 생체고분자가 부착된 인터페론, 빈혈치료제, 항암보조제 등을 개발할 계획이다.단백질 합성 물질(ARS)을 활용한 신약개발에 나선 이매진은 연간 3백억달러 규모의 항생제 시장을 향해 매진하고 있다. 현재 항생제 내성을 갖고 있는 포도상구균의 ARS를 가지고 신약후보 물질을 발굴하고 있다. 최수영 연구소장은 “항생제 시장은 99년 기준 3백억달러로 연간 7% 이상 성장하고 있다. 이중 내성약제 시장만 25%”라며, “내성균을 극복하는 신규 항생제 개발에 연구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외 당뇨 비만 노화 등 성인병 치료제와 항암제를 개발하고 있는 이매진은 신약후보 물질이 될 수 있는 드러크타깃(Drug Target)을 매년 10개씩 만들어낼 계획이다. 현재 단백질계 항암제, 세포사멸 단백질 등 기술 라이선싱 판매를 추진하고 있다.바이오씨에스는 DNA칩을 이용한 신약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설립된 바이오씨에스는 가톨릭 의대 김성주(인간게놈프로젝트 참여) 박사 등 박사연구원 9명이 주축이 됐다. 조경호 기획팀장은 “4K cDNA칩(1개의 칩에 유전자 2천4백개 집적)을 시험 제작하는데 성공했으며, 올해 상반기중에 5K, 금년말까지는 10K cDNA칩 제작기술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크리스탈게노믹스는 조중명 전 LG화학 바이오텍연구소장이 중심이 돼 지난해 7월초 설립됐다. 현재 분자수준에서의 기능을 해명하는 구조 게놈을 도입해 1~2개의 신약후보 물질을 개발하고 있다. 먼저 위궤양 치료제를 시작으로 올해까지 3~4개 신약후보 물질을 발굴한다는 목표다.대기업 제휴 필요아미노젠은 누에고치(실크) 단백질 성분에서 얻어지는 펩타이드와 아미노산 성분을 이용해 암예방 소재, 항암제, 항암 보조제 등 신약 개발에 나섰다. 유니젠도 최근 복지부 지원 신약개발자금 45억원을 유치해 천연식물을 원료로 신약 개발에 들어갔다. 아이지세라피는 인간 조합 항체 라이브러리를 이용해 단백질 칩을 개발하고 있고, 포항공대 분자유전학기술연구소에서 출발한 제노마인은 기능성 유전자를 이용한 플랫폼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외 씨트리, 펩트론과 진켐 등이 신규 항암제 개발 ‘트리오’로 맹활약하고 있다.전문가들은 신약개발에 나선 바이오벤처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기업, 제약사간의 제휴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바이오 벤처에는 대기업의 자금, 인프라를 제공해 주고, 대기업은 벤처의 아이디어를 공유해 신약으로 상품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이매진과 한미약품, 안트로젠과 부광약품, 인투젠과 SK케미칼의 협력은 좋은 사례가 되고 있다.★ 인터뷰 / 최수영 이매진 연구소장암세포 죽이는 단백질 발견 개가씨트리, 펩트론, 진켐 등이 신규 항암제 개발 '트리오'로 맹활약하고 있다. 씨트리 신약개발실단백질 합성 및 항생물질 연구에 주력해온 이매진 연구소장 최수영(39) 박사는 최근 새로운 항암 후보물질을 발견하고 신약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새롭게 발견했다는 단백질계 항암제는 어떤 것인가.“이번에 발견한 물질은 암세포내 신호 전달체계 자체를 무력화시키는 단백질이다. 쥐 실험결과 항암효과를 확인했다. 현재 미국특허 출원 중이며, 올해안에 전임상단계에 들어간다.”▶ 현재 집중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신약 품목은 무엇인가.“단백질 합성 물질(ARS)을 이용한 항생제 개발이다. ARS는 단백질 합성의 필수 물질로 이것을 이용하면 신약개발에 유리하다. 현재 항생제 내성을 갖고 있는 포도상구균의 20가지 ARS 중 두 세가지를 연구하고 있다. 일부 후보물질도 발굴했고, 2002년초에 전임상 단계에 들어갈 예정이다.”▶ 그밖에 개발되고 있는 것과 성과는 어느 정도인가.“PPAR-감마라는 수용체를 작용점으로 하는 항염증 비만치료제 개발이 보건복지부 지원을 받아 배제대와 진행중이다. 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함께 노화방지 항산하제도 개발하고 있다.”▶ 신약개발을 위해 어떤 기업들과 제휴를 맺고 있나.“국내에서는 한미약품 등을 주주로 끌어들여 항생제를 개발하고 있다. 신약개발을 위해서는 기능유전학과 초고속검색시스템, 화합물 은행 등이 필요하다. 화합물 은행은 30만개 이상의 신약후보 물질을 보유한 켐다이브, 바이오리드와 제휴를 맺고 있다.”▶ 바이오벤처가 신약을 개발할 수 있나.“바이오벤처가 신약을 개발해 상품화한다는 것은 무리다. 시간과 비용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바이오벤처는 신약후보 물질을 발굴하고 테스트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일단 신약후보물질을 발굴해 전임상단계까지 성공하면 대기업과 제휴해 기술 라이선싱하고 신약을 개발할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