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동아제약·종근당 등 시장수호 위한 신제품 개발 ‘후끈’
제약사들이야말로 신약개발의 책임을 절감해야 하는 장본인들이다. 더구나 무한경쟁 체제로 바뀐 국내 제약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신약개발로 배수진을 쳐야 할 입장이다.현재 국내 제약기업들은 비록 기술수준과 인력 및 연구투자 등 국내 R&D 환경이 선진국에 비해 다소 떨어지긴 하지만 신약개발에 승부를 걸기에 결코 늦지 않았다. 실제로 10여개 대형 제약사들을 중심으로 세계에서도 주목하는 개발품을 차례로 내놓고 있다. 반세기 넘게 쌓아온 임상 노하우 덕분에 성과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녹십자의 올해 골다공증치료제 부갑상선호르몬(PTH)이 미국에서 2차 임상시험에 성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동아제약은 기존 항생제에 내성을 갖춘 세균을 박멸할 수 있는 옥사졸리디논 계열의 차세대 항생제 개발에 착수한다.다년간 연구해온 새로운 약리기전의 비만치료제 천식치료제 등 신약후보물질을 내놓겠다는 야심도 품고 있다. 또 당뇨병성궤양 심장혈관질환에 대한 유전자치료제를 내놓아 올해말까지 동물대상의 전임상실험에 착수할 계획이다.녹십자와 동아제약은 공동출자로 제넥신의 에이즈 DNA백신 개발에 함께 나섰다. 금년말까지 해외에서 간이임상시험을 마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 3대 신약의 하나로 불리는 비아그라를 개량한 발기부전치료제도 오는 3월쯤이면 1상 임상시험에 들어간다.R&D환경 떨어져도 신약 개발 꾸준히대웅제약은 신약허가를 심사받고 있는 상피세포성장인자(EGF)를 2월말쯤 국내 생명공학신약 1호로 등록시킬 계획이다. 중외제약은 지난달 설립한 미국 시애틀 생명공학연구소에 2백만달러를 투입해 새로운 약리기전을 갖는 당뇨병치료제와 항암제의 신약후보물질을 개발해낸다는 계획이다.종근당은 일본내 기업과 14년째 공동연구중인 미생물 탐색분야에서 새로운 생명공학제품을 내놓을 수 있다고 자신한다.한올제약의 경우는 18%지분을 출자한 한젠바이오테크를 통해 일본의 J-바이오테크와 공동연구로 인공피부를 생산, 올해안으로 국내에도 들여올 계획이다. 경구용 인터페론의 경우는 국내 2상임상시험을 마치고 내년부터 시판될 예정이다. 어린이 감기 폐렴의 병원체인 RS백신을 개발, 동물대상의 전임상시험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부광약품은 이달부터 차세대 먹는 B형 간염치료제의 국내1상과 2상시험에 들어갔다. 부광이 출자한 안트로젠에서는 골수세포에서 심근모세포를 분리 배양해 실제 심장병환자에 적응할 수 있는지를 검토하고 있다. 보령제약도 2월부터 본격적으로 국제수준의 독소루비신 및 다우노마이신 항암제를 양산, 전량 수출할 예정으로 1백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이밖에 폐수처리 균주, 항생제중간체 생산균주 등 새로운 균주개발에서 가시적 성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제약업계 빅뱅을 앞둔 국내업체들의 앞으로의 신약개발 성과가 주목된다.★ 인터뷰 / 홍청일 종근당 종합연구소장“연구인프라 구축되면 외국사 안부러워”“기술이 아니라 인프라가 문제입니다.”(주)종근당의 부사장겸 종합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홍청일 박사는 국내제약사들의 신약개발에 있어 기술력만큼은 세계적인 업체들과 겨루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뛰어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확신한다. 다만 이를 실현시킬 수 있는 연구인프라가 부족한게 아쉽다는 것이다.“국내 제약사들이 애써 개발한 신물질과 신약들이 선진국에서 주관하는 까다로운 임상시험을 거치는 동안 과도한 비용과 시간 때문에 압박을 받고 있어 지속적인 연구개발이 어려운게 현실입니다.”국내에서 시험한 결과로도 세계에서 인정할 수 있는 체계적이고 현실적인 검증인프라를 우리 힘으로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홍박사는 또 국내제약사들이 현재 겪고 있는 위기가 자칫 신약개발을 위한 기회조차 앗아갈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이미 수년 이상 상용화된 제네릭 의약품들이 단순복사품들과 차별화되지 않아 퇴출위험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면 결국 존립자체가 어려워 신약개발의 길이 영원히 막힐 수도 있습니다.”‘꿈의 신약’이란 찬란한 작품을 창조하기 위해선 바탕이 되는 밑그림부터 잘 그려야 한다는 얘기다.홍박사는 지난 30여년간 선진국의 신약분야에서 경험을 쌓았으며 현재 항암제 CKD-602의 제2상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