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분산 + 종합 리스크 컨설팅' 앞세워 시장확대 돌진 ··· 국내업체 경쟁력 확보 '발등의 불'
한국 재보험시장에 세계 초일류 기업들이 몰려오고 있다. 최근 스위스리(SwissRe), 퀼른리(GeneralCologneRe), 뮌헨리(MunchenerRe) 등 외국 재보험 3사가 잇달아 국내에 지점을 설립, 영업에 나서기로 해 시장의 판도 변화가 예고된다.이들은 지난 9일 국내에서 손해보험, 그중에서도 재보험을 위주로 영업할 예정으로 자본금 30억원의 지점 예비허가를 받았다. 최근 금감원이 외국보험사의 주재사무소가 불법영업을 하는데 대해 감독을 강화하기로 해 잇따라 지점전환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원칙적으로 외국사의 주재사무소는 시장조사 등의 정보수집 외에는 영업행위를 할 수 없게 되어있으나, 본사가 국내 보험사들과 거래가 있는 만큼 실질적으로는 영업을 해 왔다. 금융감독원 보험감독국 관계자는 “이들 3사는 예비허가가 나면 곧 본허가 신청을 내 4월쯤 국내지점을 통해 영업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라며 “이들은 재보험 분야에서 세계 5위안에 드는 회사인 만큼 본격적으로 영업에 나설 경우 국내재보험 시장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국내 재보험 시장은 출재기준으로 2조원선인 것으로 업계에서는 파악하고 있다. 이중 70%를 대한재보험이 차지하고 있다. 각사는 정확한 수치를 밝히기를 꺼렸으나, 이번에 인가를 신청한 3사가 각각 5∼9%대의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재보험사는 흔히 ‘보험사의 보험사’로 불린다. 원리는 위험을 나누어 부담하는 것이다. 아무리 우량하고 규모가 큰 회사라도 하나의 보험사가 부담할 수 있는 위험의 크기는 제한되어 있을 수밖에 없다. 위험의 종류 및 크기에 따라 자기가 부담할 수 있는 책임한도액을 정하고 그 한도액을 초과하는 위험은 다른 보험회사에 재차 인수시키는 것이 재보험이다. 대형사고가 발생해 보험사의 경영상태가 크게 악화될 것에 대비하거나 지급불능 상태에 빠질 때 보험계약자가 입게 될 피해를 방지하는 것이 재보험의 원래 목적이다.그러나 최근 보험상품이 복잡해지면서 재보험은 원래의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위험 분산 목적뿐 아니라 기업이 맞닥뜨릴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위험, 특히 재무 위험에 대한 컨설팅으로 옮겨가는 추세다. 외국보험사들이 한국 시장에서 자신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분야다. 세계 1, 2위를 다투는 재보험사인 스위스리 한국사무소 스테판 비르쯔 소장은 “ART 비즈니스를 비롯,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ART(Alternative Risk Transfer)는 보험위험을 증권화, 파생상품화 등을 활용해 자본시장에 떠넘기는 것. 이때 재보험사는 단지 보험가입만을 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사에 대해 재무 위험 등에 대한 종합적인 리스크 컨설팅을 수행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대한재보험측은 “뮌헨, 스위스, 퀼른리는 그동안 주재사무소였지만 국내 물건을 본사에 연결시켜 주는 등 사실상 영업을 해 왔다. 지점으로 승격하더라도 급격하게 시장을 잠식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여유 있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손해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한재보험은 그간 국내에서 경쟁자 없이 성장해왔다. 세계적인 보험사들과 경쟁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터뷰 / 스테판 비르쯔 ‘스위스리’ 한국사무소장"세계 70개국 네트워크 강점”▶ 한국에서 비즈니스는 언제부터 했나.한국에 사무소가 설치된 것은 95년이지만 이미 30년전부터 한국 보험사와 스위스리는 계속 거래해왔다.▶ 지점으로 전환하게 된 이유는.이머징 마켓인 아시아 지역에 대한 본사의 관심이 지대하다. 그중에서도 한국은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시장이다. 따라서 앞으로 한국 시장에서 계속해 비즈니스 규모를 늘리고 지명도를 높일 계획을 갖고 있다.▶ 지점 격상을 계기로 공격적인 영업을 시작할 계획이 있는지.언급한대로 계속 확장할 계획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조건이 성숙되느냐, 그 시기가 언제인가에 달려 있다.▶ 2000년 월터 킬홀츠 회장이 한국에 왔었다. 대규모 투자 계획이라도 있는가.그가 온 것은 늘상 있는 순방일 뿐이다.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CEO가 되기 전 그는 아시아지역 시장을 담당했기 때문에 이 지역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스위스리 본사가 워낙 거대한 기업이기 때문에 관심을 갖게 되지만, 현재 한국내의 비즈니스는 극히 미미한 상태다. 재보험 시장의 1위인 대한재보험 등과 비교하면 어떤 경쟁력이 있을까.대한재보험의 신용등급은 BBB-, 스위스리는 AAA다. 한국의 보험사중 일부는 신용등급이 A인 곳이 있다. 이런 회사라면 자사보다 신용등급이 더 떨어지는 회사보다는, 등급이 같거나 더 높은 회사와 거래하고 싶지 않을까. 또 대한재보험이 한국에서 1위의 재보험사인것만은 분명하지만 로컬 마켓에 제한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는 세계 70개국에 퍼져 있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고객보험사에 제공할 수가 있다. 교육도 강점이다. 지금도 우리 고객인 한국 보험사의 직원들을 취리히에 연수를 보내는 등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우리의 목적은 대한재보험을 위협하는 것이 아니다. 앞으로 규제철폐가 계속 진행되고 그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면 더 많은 세계의 보험사들이 한국에 진출할 것이고, 그들은 우리의 서비스를 필요로 하게 될 것이다.▶ 보험시장에 대한 전망은.유럽의 보험시장은 성장한계에 봉착했기 때문에 세계적인 보험회사들은 계속 아시아 시장으로 눈을 돌리게 될 것이다. 한국 시장은 새로운 상품, 새로운 업종, 법 제도의 변화 등이 뒷받침되어 계속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경쟁은 계속 격화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업계 1, 2위의 한두개 회사를 제외하고는 어느 한 분야에 특화해 생존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약력61년 스위스생. 스위스대 경영학과.93년 스위스리 입사, 계열사 ‘뉴 마켓’에서 근무.2000년9월 한국사무소 소장.★ 민홍기 ‘퀼른리’ 한국사무소장“규모보다 수익성에 비중”▶ 왜 지점으로 바꾸게 됐나.우선 사무소 형태로는 영업활동을 하는데 제약이 많다. 원칙적으로 연락사무소는 영업활동을 할 수 없게 되어 있었다. 금감원도 양성화 차원에서 권하는 입장이다. 두 번째 이유는 물론 퀼른리가 한국시장에 대한 큰 기대와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한국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높게 평가한다. 물론 아시아에 거대한 중국 시장이 있긴 하지만 시장이 완전히 열리기까지는 아직 요원하다. 재보험 시장뿐 아니라 보험시장 자체가 계속 성장하리라고 보고 있다. 아직 한국시장에는 소개되지 않은 상품도 많기 때문에 우리가 참여할 영역은 계속 넓어질 것이다.▶ 향후 2, 3년간의 계획은.시장점유율을 두 배로 늘린다든지 하는 계획에는 관심이 없다. 우리의 목표는 규모가 아니라 수익성이기 때문이다. 지난 2년 동안 전세계적으로 대형 사고가 빈번했기 때문에 재보험회사들은 어려운 시절을 보내야 했고 그래서 더욱 수익성을 강조하고 있다.▶ 퀼른리만의 특징이 있다면.재보험사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원보험사(생명보험, 손해보험사)의 파트너가 되어 돕는 것이다. 이들에게 자산운용이나 세계시장에 대한 정보, 인력 관리 등에 대해 많은 노하우를 알려줄 수 있다. 한국의 보험사들이 우리와 거래하는 가장 큰 이유도 이것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위험을 나눈다는 전통적인 의미의 재보험보다는 컨설팅 서비스가 점점 더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약력61년 미국 뉴욕생. 미국 암허스트대 수학과.84년 미국푸르덴셜 입사.87년 미국스위스리 입사.96년 퀼른리 한국사무소 소장. 미국보험계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