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카스 연합군’ 하이트에 도전장

하이트, 흑맥주·단일브랜드 전략에 오비, 소비층 세분화로 맞서 … 스포츠마케팅도 후끈

올해 맥주시장은 1위 고지를 지키려는 하이트(HITE)와 이를 탈환하려는 오비(OB)간에 한판 전쟁이 예고되고 있다.“매년 1%씩 시장점유율을 높여 3년 내 하이트맥주를 따라잡는다.”(오비맥주)“단일 브랜드로 승부한다. 올해 목표는 시장점유율 60%.”(하이트맥주)올해 맥주시장은 1위 고지를 지키려는 하이트(HITE)와 이를 탈환하려는 오비(OB)간에 한판 전쟁이 예고되고 있다. 단일 브랜드 전략, 흑맥주 출시 등 틈새시장 공략으로 시장점유율을 60%까지 끌어올리려는 하이트의 야심에, 오비는 3월에 인수할 카스(CASS)와 연합전선을 구축, 필승전략을 세웠다. 지금 소비자들의 입맛을 잡아놓지 못하면 올해 맥주 시장에서 패배한다는 우려로 두 회사는 전례없이 바짝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지난 96년, 30년 아성의 오비를 꺾으면서 1위에 오른 하이트는 올해 역시 단일 브랜드로 오비와 카스의 양동작전을 무산시킬 계획이다. 주위에선 이쯤해서 또다른 브랜드를 출시해야 한다는 지적도 하지만 ‘세계적인 맥주 브랜드’로 알려질 때까지는 하이트맥주를 고수한다는 것이 하이트의 변함없는 전략. 유경종 하이트 마케팅팀 과장은 “지금 새로운 브랜드를 내놓으면 하이트의 명성을 갉아먹을 뿐”이라며 “오비의 실패도 사실 단일 브랜드 전략을 포기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이와 함께 하이트는 틈새시장 공략으로 지난 91년부터 소량 생산해온 흑맥주 ‘스타우트(Stout)’에 대해 올해 초부터 30억원을 쏟아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20대 젊은층에서는 오비맥주에 뒤져 있다는 것과 흑맥주 시장이 성숙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부산 경남지역엔 일반 맥주에 흑맥주를 섞어 마시는 풍조가 유행하면서 이 지역의 스타우트 판매량이 급증한 것도 대대적인 출시의 원인. 하이트는 올해 흑맥주 판매 목표를 지난해 10만 상자(20병들이)의 8배인 80만 상자로 늘려잡는 등 야심찬 프로모션을 전개한다. 이를 위해 하이트는 스타우트의 알코올 도수를 7도에서 5도로 낮춰 소비층을 넓히고 라벨 디자인도 새롭게 바꿨다.하이트, 스타우트로 틈새시장 공략반면 오비는 다양한 브랜드로 하이트의 시장을 야금야금 공략하고 있다. 예컨대 20대 젊은층을 겨냥한 카스, 값은 조금 비싸지만 역시 20대를 위한 카프리, 20대와 30대의 고급 소비자를 잡기 위한 버드와이저 그리고 25~35세가 타깃인 오비라거 등 10여개의 브랜드를 내놓고 있다. 윤선종 오비 마케팅 팀장은 “올해 매출 목표는 1% 성장으로, 밀어내기식의 판매정책보다는 내실을 다지면서 충성도가 높은 소비층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하이트 각개 격파의 선봉에 선 카스는 주타깃층이 어수선했다는 비판을 일소하기 위해 지난해 말부터 20대 젊은층만을 대상으로 마케팅 전략을 펼쳤다. 카스의 광고 카피인 ‘톡! 내가 살아있는 소리’는 젊은이들의 톡톡 튀는 개성을 살려주면서 이들에게 어필한다는 컨셉. 또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음악이란 단어를 카스 마케팅에 접목, ‘CASS & MUSIC’ 콘서트를 개최해 이들의 눈길을 끌 계획이다.이와 함께 오비는 인터넷 사이트인 www.beer.co.kr를 운영, 맥주에 관한 상식, 게임, 오락 등 콘텐츠를 구성해 사이버 마케팅도 강화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오비는 마치 재테크의 포트폴리오를 짜듯 목표 소비자층을 세분화해 각 브랜드별 마케팅과 프로모션을 펼쳐간다는 전략이다.맥주전쟁은 유통망을 누가 장악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총판, 지역 대리점, 술집 등 전국에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유통망 장악에서 성공한다면 어느 업체든 승산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박경복 하이트 회장은 올해 여든살에 접어든 ‘노장’이지만 젊은 사람 못지 않은 열정으로 현장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전주 마산 등 현지공장을 돌아다니며 직원들에게 ‘품질 제일주의’를 강조하고, 일요일도 없이 각 지역 대리점주를 만나 유통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박회장의 차남인 박문덕 부회장과 윤종웅 사장도 영업망 관리에 신경을 쏟고 있다.오비는 좀더 특정 유통시장을 공략하는 것으로 전략의 가닥을 잡았다. 예컨대 영남권 시장은 알코올도수가 약한 오비라이트 판매에 역점을 두고 있다. 다른 지역에 비해 이곳은 저알코올 맥주가 인기를 끌고 있다는 현실 때문. 이와 함께 오비는 전국 1천4백개의 도매상들에게 여러 가지 지원책을 약속하면서 유통망 관리에도 신경쓰고 있다.오비-축구, 하이트-골프 이벤트 펼쳐하이트와 오비의 판매전쟁은 스포츠 마케팅에서도 불꽃이 튄다. 맥주와 스포츠는 뗄 수 없는 관계. 오비는 전남 드래곤즈, 포항 스틸러스와 현대 울산 호랑이 등 축구팀을 지원하면서 소비자들에게 브랜드를 적극 알릴 예정. 또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비어 페스티벌’을 수시로 개최해 제품광고에 전념할 계획이다.하이트는 골프를 마케팅 프로모션에 이용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여성 골프대회’를 개최할 예정. 또 전문 골퍼들을 양성하고 지원해 브랜드 이미지를 확고히 한다는 전략이다.백운목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하이트의 독주시대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하이트는 지난해 이익을 냈기 때문에 마케팅, 유통망 관리에 힘을 쏟을 수 있는 반면 오비맥주는 지난해 적자였기 때문에 당분간 내실을 다지면서 전열을 가다듬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맥주의 주세가 4% 올라 맥주사들의 매출액은 올라가지만 경기위축으로 상반기 소비량에는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애주가들은 좋겠네!유명 외국맥주 속속 상륙서울 중구 필동의 인쇄업체에서 근무하는 김석준씨는 2차 술집을 탐색하던 중 전에 보지 못했던 맥주집을 찾았다. 외형상 일반 맥주집과 다른 점은 없지만 판매하는 맥주의 종류가 50여가지에 달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란 이라크 등 중동 맥주, 스페인 네덜란드 프랑스 등 유럽 맥주, 미국 캐나다 등 북미 맥주 그리고 중국 홍콩 일본 등 아시아 맥주가 술꾼들을 맞이했다. 가격도 3천원짜리 영국 포스터에서 1만원짜리 일본 기린맥주까지 다양했다. 국가별 맥주 맛을 만끽하면서 김씨는 그날 만취할 수밖에 없었다.이렇듯 외국산 맥주들을 갖춰놓고 판매하는 술집이 최근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실제 외국 맥주 수입량도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98년 수입한 맥주실적이 11억원, 99년 23억원에서 지난해는 57억원으로 껑충 뛰어올랐다.지난해 국가별 수입실적을 보면 미국에서 20억원어치를 수입, 제일 많았고 싱가포르에서 6억원, 일본과 멕시코에서 5억8천만원어치를 수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맥주의 본고장으로 알려진 독일에선 지난해 5억원어치를 수입했다. 눈에 띄는 점은 지난 98년까지 한 병도 수입하지 않았던 중국산 맥주가 99년부터 들어오기 시작, 지난해 3억7천만원어치의 맥주가 수입됐다. 이처럼 수입국이 다양화되면서 관세청에 신고된 맥주수입국도 98년 12개국에서 2000년 16개국으로 늘었다. 이젠 앉아서 세계의 맥주 맛을 음미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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