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역 정취 만끽하며 한 잔 … ‘북적북적’

전국 유서깊은 역 인테리어 주제로 활용 … 부담없는 가격·푸근한 인심이 성공비결

‘추억이 서린 시골 기차역에서 한 잔’.간이 기차역을 연상케 하는 자그마한 주점이 신세대와 직장인들 사이에서 인기다. 일시적이나마 복잡한 현실에서 빠져나와 색다른 즐거움을 느끼도록 만든게 인기 비결. 서울 미아동 지하철 4호선 미아삼거리역 근처에서 꼬치구이전문점 ‘간이역’을 운영하고 있는 최정훈(32) 사장은 그 ‘향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최사장은 부담없는 가격에 가볍게 한 잔 할수 있도록 '고객과의 친밀도'를 강조한다.“삭막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맘 편한 동무가 돼 주는 거죠. 깔끔하고 푸짐한 안주를 저렴한 가격에 내놓는 것도 자랑거립니다. 술 좋아하고 사람 만나길 즐기는 천성이 장사에 큰 도움이 돼요.”화공약품회사에서 3년, 생활필수품 유통회사에서 4년 동안 영업 마인드를 키웠던 최사장은 ‘직장에 매여 평생 월급쟁이로 살긴 싫다’는 생각에 창업을 결심했다. 하지만 막상 사표를 던지고 나니 앞길이 막막했다고. 사업 경험이 전혀 없는데다 특별한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먹는 장사가 위험부담이 적다’는 속설을 믿어보기로 했다. 시장 탐색 끝에 선택한 아이템이 꼬치구이전문점. 적은 자본으로 쉽게 시작할 수 있고 서민들이 부담없는 휴식장소로 이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였다.최사장은 창업 준비를 하면서 온갖 종류의 꼬치구이를 거의 모두 먹어 보았다. 유명하다는 맛집을 찾아다니고 프랜차이즈 가맹점마다 들러 장단점을 비교했다. 꼼꼼한 조사 끝에 선택한 곳이 푸근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간이역’. 꼬치구이 맛은 물론 정동진역, 약목역, 무릉역, 여량역 등 전국의 유서깊은 간이역을 인테리어 소재로 사용해 ‘일상탈출의 욕구’를 충족시킨 아이디어가 인상적이었다.“술 마실 줄 아는 사람이 손님들 마음을 아는 겁니다. 기분이 좋아서 오든 나빠서 오든 고객 기분을 맞춰주고 이야기 친구가 돼 주지요. 하루의 피로와 스트레스를 벗도록 도와주는게 저의 임무니까요.”공짜안주 등 인심전략, 단골 늘어지난해 1월 개업한 후 특별한 홍보활동은 하지 않았다. 대신 동네 주민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 얼굴을 알리고 대·소사를 챙기는 독특한 영업전략을 구사했다. 개업 1백일 기념일, 2백일 기념일 등을 만들어 공짜 안주를 제공하는 등 ‘인심전략’도 병행했다. 덕분에 차츰 단골고객이 늘기 시작했다. 지하철역에서 주택가로 이어지는 골목에 위치한 점포입지 덕도 크게 보고 있다.이제는 한 달에 두세 번 들리는 단골들이 매출의 중추역할을 할 정도다. ‘손님이 아니라 이웃’이라 할만큼 친밀한 관계를 맺은 것이 최고의 성공 비결인 셈이다.최사장은 50여가지 메뉴를 아내와 함께 요리한다. 주메뉴인 꼬치구이류에 전골, 볶음요리까지 다양하다. 안주거리의 평균 가격은 7천~8천원대. 가장 바쁜 시간인 저녁 8시부터 새벽 1시까지는 파트타이머를 고용하고 있다. 꼬치구이의 핵심인 소스와 각종 음식재료들은 체인 본사에서 공수받아 일이 한결 수월하다.한 테이블당 평균 매출은 1만5천원에서 2만원 선. 오후 4시부터 시작, 새벽 4시까지 이어지는 영업시간 동안 7개 테이블이 2~3번 회전된다. 개업 후 한 달이 지나자 하루 30만원 선으로 매출이 오르더니 줄곧 30만원대를 유지하고 있다.월 평균 매출은 9백만원 선. 이 가운데 3분의 1을 재료비로 지출하고 임대료, 관리비, 인건비 등을 제외하면 순수익은 한달 평균 4백50만원 선에 이른다.반면 창업비용은 총 4천5백50만원 정도 투자했다. 지난 1년간 벌어들인 수익만으로 투자비를 거뜬히 회수한 셈이다. 실평 10평 규모의 점포를 구하기 위한 권리금과 임대보증금이 3천만원, 인테리어비가 1천만원, 주방설비비 등으로 5백만원이 소요됐다. 신용보증기금의 창업자금 대출로 2천5백만원을 충당, 자금 마련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한번 온 손님은 잊지 않고 기억합니다. 직접 만든 음식에 자신감과 정성을 담아 손님에게 권하지요. 단순한 음식장사가 아니라 동네 주민들, 특히 서민들을 상대하는 만큼 고객 응대가 무엇보다 중요해요.”최사장은 줄곧 ‘고객과의 친밀도’를 강조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창업자 자신의 성격도 매우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새벽녘까지 이어지는 일이 고달프기도 하지만 그 보다 많은 부분을 만족하는 이유는 모두 ‘성격에 맞기 때문’이라는 것. 앞으로 1년간 열심히 일해 점포를 크게 넓힐 계획도 세우고 있다. 지금대로라면 충분히 실현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이 사업은 비교적 흔한 아이템에 차별화 전략을 입힌 사례다. ‘부담없는 비용으로 가볍게 한 잔 할 수 있다’는 기본 구조에 향수어린 분위기와 인상적인 서비스를 결합, 성공률을 높였다.최적 입지는 20~30대 젊은층이 많은 대학가나 사무실 밀집지역, 유동인구가 많은 지하철역 주변이다. 배후에 주택가가 형성된 도로변이나 공장 밀집지도 고려할 만하다.많은 도시인들이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지만 이를 해소할 장소는 흔하지 않다. 도시에서 생긴 스트레스는 그 안에서 해결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 부담없는 가격에 편안한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해주는 이 사업은 당분간 높은 지명도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02)403-1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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