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47) 변화경영연구소장의 일주일을 보자. 일주일 중 사흘은 강연, 집필, 독서 등으로 정신없이 보낸다. 그리고 이틀은 아무런 계획 없이 무작정 쉰다. 만화방에 가고 도서관에도 간다. 때론 짧은 여행도 한다. 나머지 이틀은 가족과 함께 지낸다. 아파트 방 하나를 개조해 만든 사무실에서 일하기 때문에 출근도 없고 퇴근도 없다. 한 달에 10여 차례 강연에 나가고 신문이나 잡지에 기고하는 것으로 생활이 해결된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꿈꾸던 삶을 그는 실제 증명해 보이고 있는 것이다. 우리도 가능할까.“사람들은 변화를 원합니다. 그런데 변해서 무엇이 되고 싶은지, 어떻게 그렇게 될 수 있는지 고민하지 않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꾸준히 자기 시간을 갖고 준비해야 비로소 변화될 수 있는 기회가 옵니다. 변화에 대한 맹목적인 충동은 실업자 전락으로 가기 쉬워요.”서적·논문 섭렵 ‘강연준비 따로 없어’직업이 없는 직장인의 탈출을 주제로 쓴 는 그의 책은 발간된지 1개월만에 6만부가 팔려나갔다. 불황기에 대박이 터진 셈이다. 뒤집어 얘기하면 직장인들의 고민이 위험 수준에 있다는 반증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직원, 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의 경영자, 공무원 등 누구랄 것도 없이 구소장을 강연장으로 끌어내고 있는 이유다.“이들의 질문은 ‘그럼 나는 어떻게 해야 되느냐’로 압축됩니다. 그럼 제 개인적인 얘기를 해주죠. 저도 이들처럼 직장생활(15년간 한국IBM 경영혁신실무)을 하며 수없이 미래에 대해 고민했거든요. 추상적인 설명보다 결국 내 몸과 정신을 실험물로 놓고 실험한 최근 결과를 들려주면 이들은 고개를 끄덕입니다.”그는 책을 집필하면서 수많은 참고서적과 논문 등을 섭렵해 따로 강연준비를 하지 않는다. 또 틈나는 대로 아마존과 국내 신간 안내 사이트 등을 뒤지면서 사회의 흐름을 파악한다.피터 드러커, 레스터 서로, 게리 하멜, 잭 웰치 등 그가 놓치지 않고 읽는 책들이 있고 책 속에서 발견한 자료 등은 인터넷을 통해 원문을 구해 본다. 이런 자료들이 머리 속에서 유기적으로 얽혀 강연장에서 항상 새로운 얘기를 뿜어내는 것이다.“내가 생각해도 재미없는 얘기는 하는 사람도 김 새고 듣는 사람도 지루합니다. 저는 책에서도 얘기했듯이 변화를 만들어 가는 것을 좋아합니다.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가는 것(Path Breaking)이 제 즐거움이라고 할까요.”그는 3년 전부터 샐러리맨들이 직장생활을 하면서 변화의 필요성과 가능성을 발견하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하루에 어떻게든 두 시간을 만들어 자신에게 투자하라는 것이 그의 핵심 행동강령이다. 3년에 걸쳐 이같은 변화의 프로그램을 만들어 실천하면 어느 순간에는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막다른 인생에서 탈출할 수 있는 것이다.“그래도 절망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특히 지방대학 학생들이 심합니다. 노력을 했는데도 사회가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는 거죠. 이런 얘기를 강연장에서 들을 때면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그래도 이렇게 얘기합니다. 호떡 장사를 하든 아르바이트를 하든 생활은 해라. 생존은 중요한 거다. 그리고 조금씩 자신에게 투자하고 길을 찾아라. 변화를 향한 과정은 몸의 껍질을 진지하게 하나씩 벗는 것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