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경총에서 주최한 강연장엔 2백명의 경영자들이 점심시간도 잊은 채 문국현(53) 유한킴벌리 사장의 강연을 듣고 있었다. 강의시간은 지났지만 질문이 이어져 문사장은 강연을 끝낼 수 없었다. 사회자가 나서지 않았다면 다음 강연자는 집으로 돌아갈 뻔했다.“변화와 혁신에 대한 경영자들의 열정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어요. 이들의 질문은 한마디로 ‘유한킴벌리처럼 하면 정말 생산성이 올라가느냐’는 것이죠. 고정자산에 투자하지 말고 사람에 투자하라는 제 말은 사실 지금 시대와 역행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실천하면 유한킴벌리처럼 되거든요.”문사장은 ‘4조 2교대론’ 경영론으로 요즘 강사로서 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유한킴벌리가 이미 93년부터 실천한 ‘4조 2교대’란 하루에 2개 조는 일하고 나머지 2개 조는 쉬는 근무방식. 일하는 조는 12시간씩 2교대로 일하고 쉬는 조는 컴퓨터, 언어공부 등으로 재충전한다. 때론 가족과 여행을 가기도 한다. 이 방식을 적용할 경우 직장인들은 4일은 일하고 4일은 쉬는 셈이다. 유한킴벌리의 일주일은 8일이라는 얘기는 이런 연유에서 나왔다. 평일과 일요일 구분 없이 이런 방식으로 생활하기 때문이다.이 방식을 기업의 생산성과 연관시켜 보면 놀라울 정도다. 12시간씩 2교대로 4개 조가 근무하기 때문에 회사는 24시간 공장을 가동한다. 따라서 공장가동일수는 3백60일, 하나의 기계가 돌아가는 시간은 연간 8천6백시간이 넘는다. 보통 기업과 비교하면 4배에 달한다. 생산량과 자원 활용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4개 조로 운영되다보니 일반기업과 비교해 고용은 4배로 늘었지만 생산량은 7배가 증가했다.사회적 효과는 또 어떤가. 고용이 늘어 실업률을 줄이고 야간에도 작업하기 때문에 국가 전력을 효율적으로 사용한다. 전 직원의 출근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도시 교통량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 만약 국내 기업들이 이같은 방법을 실천한다면 아침마다 겪어야 하는 교통대란은 상당 부분 해소될지 모른다. 생산성도 높이면서 환경도 보존할 수 있는 경영, 이것이 문사장이 주창하는 환경경영의 요체다. 그는 이렇듯 환경경영을 실천하면서 연봉의 10%는 환경단체에 기탁한다. 각종 환경단체에 회원으로 가입했고 4월부터는 CEO환경포럼도 개최할 생각이다.경영자들이 변화맞을 자세돼야 효과그러나 청중들이 이런 강연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문사장에게 끊임없이 질문하는 이유는 문사장의 4조 2교대론이 고용을 줄이는 현재의 추세를 역행하고 있어서다. 경제가 나쁘면 인력감축부터 생각하는 경영자로선 신규고용을 4배나 늘리라는 문사장의 조언을 받아들이기 힘들다.“준비가 많이 필요합니다. 방향을 잡고 실천한 뒤에도 1년 가량은 시스템이 잘 돌아가는지 모니터링을 해야 효과가 나거든요. 경영자들이 총론에는 인정하지만 각론에서 막히는 것은 변화를 맞을 자세가 안돼서 그렇습니다. 버려야 시작할 수 있는데 이걸 못해요. 월급쟁이 사장은 자리에 연연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적극적으로 기업 오너에게 개혁의 필요성을 설득해야 합니다. 5년 내 한국은 중국에도 따라잡힐 겁니다. 일본과 중국의 하청 국가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지금 개혁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