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분석서가 대부분 … 재미와 실용성 가미로 불황속 ‘인기몰이’
‘온고지신(溫故知新: 옛 것을 익혀 새로운 것을 깨닫는다)’. 지난 3월12일 오전 서울 교보문고의 경제 경영서적코너. 다른 곳보다 많은 넥타이차림의 사람들이 붐볐다. ‘경영 리더십’이란 팻말이 붙은 기획서적 판매대로 경영자의 자질이나 지도력 등과 관계된 서적들이 별도로 진열된 곳이다. 예수, 공자, 엘리자베스 1세, 마키아벨리, 도쿠가와 이에야스, 미야모토 무사시 등의 굵은 글씨가 표지에 걸린 책들을 뒤적이던 회사원 정명석씨는 “(이런 책들은)경영이나 리더십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정씨가 고른 책은 . “(오다 노부나가를 소재로 한)소설에 푹 빠져들었던 터라 관심이 많다”는 게 정씨의 설명이다.경영·인물 접목 “출판가 퓨전바람”‘독서상우(讀書尙友: 책을 읽어 옛 현인을 벗으로 삼는다)’. 지난 90년대 말. 스탠퍼드 컬럼비아 조지 워싱턴 등 미국 유수의 경영대학원에서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리더십이나 글로벌 비즈니스 등 경영학 강의에 활용하는 강좌가 학생 경영자 등으로부터 인기였다. 셰익스피어의 작품 중 방탕한 왕자에서 뛰어난 왕으로 변신한 헨리 5세는 가장 탁월한 리더의 전형으로 꼽히는데 반해 리어왕이나 시저는 그릇된 후계구도로 혼란을 야기하는 부적절한 지도자로 평가되기도 했다. 이처럼 셰익스피어 작품의 등장인물이나 줄거리를 경영이라는 잣대로 풀어나간 시도는 책으로도 이어졌다.최근 역사적 인물로부터 경영의 지혜를 빌리려는 책들이 서점에서 인기다. 출판사 한언 CS팀의 유승철 부장은 “3∼4년 전부터 미국에서 도가 예수 등을 소재로 경영을 소프트하게 접근하는 이른바 정신경영서적이 유행했는데 요즘 우리나라도 그런 추세”라고 말했다. 인물이나 고전을 쉽게 풀이한 경영서들이 인기라는 것이다. 이런 책들은 현재 어림잡아 30여권이 서점에 나와 있다. 대부분이 1∼2년 새 간행된 것들이다. “요즘 갑작스레 붐이 일면서 책이 많이 나왔으며 판매도 꾸준하다”고 교보문고 관계자는 전한다.이런 책들이 담은 내용은 리더십에 관련된 것이 거의 대부분. 지도자가 갖춰야 할 덕목을 훈계하거나 국가 기업경영에 있어 한 수 가르침을 전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경영이론서의 딱딱한 내용보다 역사적 인물들의 생애나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보다 쉽게 지도자의 덕목을 알리고자 하는 것이다. 역사 속의 리더들이 겪었던 문제가 지금 경영자들이 가진 문제와 큰 차이가 없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한다. 성공과 실패를 되풀이 한 리더들의 모습을 통해 급변하는 경영환경을 헤쳐나갈 실마리를 던져주기도 한다.출판가에 이처럼 인물경영서들이 늘고있는 것에 대해 출판사 작가정신의 박진숙 사장은 “출판가의 퓨전바람”이라고 정의했다. 경영서적이 어려웠는데 역사적 인물이나 문학을 접목한 경영서는 읽는 재미와 실용성을 가미해 독자들의 반응도 좋으며 나름대로 시장을 형성했다는 것이다. 독자는 대부분 20∼40대 회사원으로 30대 남성독자들이 가장 많으며 여성독자도 40%가량 차지하고 있다고 박사장은 덧붙인다. 지난 97년 라는 책을 쓰기도 한 성균관대 경영학부 유필화 교수는 “고전적 인물이나 고전이 현대 기업경영에 있어 새로운 아이디어의 소스가 될 수 있다는 차원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