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신한 아이디어·불굴의 패기 분출, 판촉활동·판로개척 ‘척척’
기업에서 영업이나 마케팅분야는 자사 상품의 판매와 직결되는 부서라는 점에서 최근 그 중요성이 더욱더 커지고 있다. 판매전략 수립 및 각종 판촉활동, 판로개척 등으로 요약되는 영업·마케팅부서는 따라서 유난히 젊고 팔팔한 과장급 직원들이 많이 포진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참신한 아이디어와 적극적인 추진력, 불굴의 패기가 결합돼 ‘매출상승’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부하직원 의견 수렴 ‘팀 화합’ 이끌어김영태 대상 경남영업본부 부산 특판팀장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주)대상(옛 미원) 경남영업본부 부산 특판팀장(3지점장)을 맡고 있는 김영태(36)과장이다. 대학졸업 직후인 90년11월 대상 영업직 공채로 입사한 김과장은 96년 당시 대리직급으로선 파격적으로 포항지점장으로 발령난 것을 비롯해 만 6년만인 97년 과장진급(과장진급 평균 연한 8∼9년) 등 초고속 승진을 비롯한 파격적인 인사의 주인공이다. 서울 본사 관계자도 “회사의 얼굴로 내세워도 손색이 없는 인물”이라고 적극 추천할 정도다.여기에는 상품판매의 최전방에서 뛰고 있는 영업직의 특성상 ‘숫자’로 드러나는 실적이 가장 중요한 평가 잣대일 수밖에 없는 실정. 김과장은 매년 또는 매분기 회사가 주관하는 지역본부별 판매실적 및 상품입점실적 등의 평가에서 거의 빠짐없이 지역 1위로 선정될 정도로 우수한 실적을 자랑하고 있다.김과장은 그러나 “개인적인 시상기록은 단 한번도 없다”며 “개인이 뛰어난 것이 아니라 팀원 모두가 잘한 결과”라고 공을 돌렸다. 김과장의 이런 견해는 “‘팀장’은 곧 ‘팀종’”이라는 그의 독특한 팀장 역할론에서도 잘 나타난다. 지금의 팀장은 예전의 장수들처럼 “나를 따르라”고 외칠 것이 아니라 팀원을 지원, 보필하는 역할에 보다 집중해야 한다는 설명이다.그가 맡고 있는 부산 특판팀은 수천개에 이르는 부산지역 토종 유통업체에 물건을 공급하는 것이 주임무. 6명의 직원과 70여명의 판촉 여사원이 그의 밑에 포진해 있다. 그의 역할은 바로 이들이 일을 잘할 수 있도록 돕는 것. 특히 이제 막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경우가 많은 판촉 여사원들에게는 올바른 인생관 및 직업관을 정립할 수 있도록 각별히 신경을 쓴다.이들에게 김과장이 즐겨 해주는 말은 “일의 참맛을 아는 것이 바로 프로가 되는 길”이라는 것. 이 말은 바로 그가 신입 영업사원 시절 그의 상사로부터 들었던 말이기도 하다. 영업사원이 직접 물건을 들고 배달까지 해야 했던 초창기 때 지하매장에 물건을 배달하다 계단에 늘어져 있던 쇠파이프에 머리가 10cm 넘게 찢기는 사고를 당하자 상처를 가리기 위해 한여름에 모자를 쓰고 다니는 김과장을 보고 그의 상사는 “일은 머리 터지게 해야 맛이 나는데 이제 일할 맛 나겠구먼”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이런 그에게 최대의 갈등은 아들의 입원과 거래처 만남을 놓고 양자택일 해야 했을 때. “굉장히 어려운 거래를 트기 위해 밤 12시에 약속을 했습니다. 워낙 바빴으니까요. 그런데 거래처로 가는 도중에 전화가 왔더군요. 둘째가 아파 병원으로 가고 있으니 빨리 오라고요. 갈등을 많이 했죠. 그러나 그 거래상담은 그날이 마지막 기회였고 아픈 아들을 위해 병원에 가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는 생각에서 거래처로 향했죠. 다행히 거래도 성사되고 아들도 아무 탈없이 퇴원을 했지만 그 일은 두고두고 아들과 아내에게 ‘마음의 빚’으로 남아 있습니다.”가족보다 일에 더 신경 쓸 수밖에 없었다는 김과장의 토로는 오늘날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젊음을 불사르는 30대 직장인 가장의 공통적인 고민이 아닐까 싶다.박준균 신세계 이마트 마케팅팀 선임과장다음은 ‘공룡들의 싸움’으로 불리는 대형 할인점 시장에서 토종의 ‘매운 맛’을 보여주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신세계 이마트 마케팅팀 박준균(38) 선임과장이다. 제조업체 마케팅팀을 거쳐 97년 이마트에 처음 마케팅실이 생기면서 경력으로 입사한 박과장에게 떨어진 임무는 ‘이마트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 “할인점의 이미지는 바로 ‘싸다’는 것입니다. ‘이마트=항상 싼 곳(Everyday low price)’이라는 이미지를 소비자들에게 깊이 심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죠.”그래서 박과장을 비롯한 마케팅팀이 내세운 전술은 최저가격보상제, 품질불만족상품 교환환불제, 신선식품 리콜제와 같은 고객만족 보장제도의 도입이다. 최저가격보상제의 경우 이마트에서 구입한 상품가격보다 다른 곳의 가격이 더 쌀 경우 언제든지 차액만큼 보상해준다는 것으로 당시 유통업계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이같은 최저가격보상제는 98년8월 세계 할인점 업계의 거물인 월마트가 국내 마케팅 강화전략의 하나로 최저가격행사를 하면서 가격비교 대상으로 이마트를 선정함으로써 이마트의 입지를 한층 높여주는 효과를 가져왔다. “그 당시엔 하루하루가 가격과의 전쟁이었습니다. 매일 월마트에 입점한 상품가격을 알아내고 우리쪽 상품이 조금이라도 높으면 다시 끌어내리는 식이었죠. 관련업계에선 지나친 ‘출혈경쟁’이라고 우려도 했지만 결국 이마트가 가장 싼 할인점 중 하나이자 월마트에 대항하는 토종업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1석2조의 효과를 가져왔습니다.”이처럼 박과장이 팀원 5명과 하는 일은 이마트의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는 일이다. 현재 이같은 전략 덕분에 이마트는 지난해 28개 점포 매출 3조원으로 할인점 시장(11조원)의 30%를 점유한 부동의 1위 업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아랫사람에게 존경받는 상사 되는게 꿈박과장은 실무책임자이자 중간관리자로서의 자신의 역할을 부하직원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 이를 소신있게 상급자에게 전달하고 설득하는 것으로 규정한다. 무엇보다 아랫사람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는 그래서 아랫사람에게 존경받는 상사가 되는 것이 그의 꿈이다.김용직 웅진식품 영업기획팀 과장웅진식품 김용직(35)과장은 영업기획팀 팀장으로 음료수 판매와 관련된 모든 영업전략을 짜내는 역할을 맡고 있다. 대리시절인 99년부터 ‘팀장’을 맡았고 그해 1월 출시한 아침햇살과11월에 내놓은 초록매실이 히트하면서 지난 2년 동안 가장 숨가쁘게 하루하루를 보낸 사람중 하나다.“음료시장을 흔히 ‘제로섬(Zero Sum) 게임’이라고 합니다. 한 음료가 잘되면 다른 음료 매출이 떨어질 수밖에 없죠. 이런 특성상 하나의 음료가 히트하면 모든 음료업체들이 유사제품을 내놓습니다. 특히 대형업체는 강력한 유통망을 무기로 저가공세를 펼쳐 경쟁제품을 거의 고사시키기도 하지요. 초록매실에도 경쟁업체의 그런 시도가 있었지요.”김과장은 그러나 이에 대한 영업전략 수립과정에서 가격인하로 맞대응하기보다 가격고수 및 다른 판촉전략으로 위기를 돌파했다고 전한다. ‘총액할당제’란 이름으로 판매실적이 높은 대리점에 메리트를 줌으로써 “위기를 기회로 이용했다”고 말한다.김과장은 현재 자신의 직급 및 직책에 대해 “회사의 장래와 전체 시장에 대해 어느 정도 큰 그림을 그릴 수 있고 일에 대한 자신감”을 장점으로 꼽았다. 웅진식품은 96년 음료시장에 뛰어든 ‘젊은 회사’. 덕분에 젊고 활기찬 분위기에 유연한 직장문화가 특징이라는 김과장은 “우리 회사의 팀장은 거의 과장(60∼70%)이나 대리가 맡고 있다”며 “과장이 팀장을 맡는 게 여기선 전혀 특이하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