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컴몰락 여파 실거래가치 바닥 … 증권가, 순자산가치 부풀려졌을 가능성 제기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보의 인터넷 지분 가치산정을 놓고 논란이 분분하다. 서울역삼동 삼성사옥이재용 삼성전자 상무보는 지난해 4월1일 e비즈니스사업의 지주회사격인 e삼성 투자를 시작으로 시큐아이닷컴, e삼성인터내셔널, 가치네트, 이누카 등에 5백여억원이 넘는 자본 참여를 했다. 이중 이번에 지분을 매각한 회사들은 청산절차를 밟고 있는 이누카를 뺀 나머지 4개 회사다. 이상무보는 이들 4개 회사에 5백5억원을 투자했다가 제일기획 등 삼성관계사들에 5백11억원에 매각, 1년만에 6억원의 차익을 올렸다. 이는 연간 투자수익률로 볼 때 은행에서 가장 싼 보통예금 금리인 1% 정도로 아주 미미한 수치다.하지만 벤처회사들에 투자했다가 원금마저 거의 까먹은 일반투자자들에 비하면 1%의 수익은 실로 엄청난 수치다. 실제 코스닥 상장회사들의 시가 총액은 지난해 3월27일 81조8천5백40여억원(지수 240.34)에서 올 3월27일 39조9천5백50여억원(149.49)으로 가치가 무려 48.8%나 떨어졌다. 이 비율을 액면 그대로 적용하면 이상무보는 수익은 고사하고 원금 5백5억원중 2백46억여원을 고스란히 날렸을 수도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가치네트, 매출 없이 7억여원 적자 상태금융포탈사이트인 가치네트는 올해 정상적인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과연 삼성 관계사들은 이상무보의 인터넷지분 가치를 어떻게 산정했을까.삼성측은 “외부 회계법인에 의뢰, 미래가치를 배제한 가장 보수적인 상속세법에 따라 1차가액을 산출하되 세법상 반영하도록 돼있는 최대 주주에 대한 가격할증(30%)을 감안하지 않아 실질적으로 세법상보다 할인해 매입한 것과 같다”고 밝혔다.상속세법은 비상장된 회사주식의 경우 순자산 가치를 기준으로 삼는다. 순자산가치는 상속직전의 자산에서 부채를 뺀 부분이다. 김재영 세무사는 “상속세법상 순자산가치는 주가상승, 펀딩 등 미래가치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이상무보가 투자한 인터넷회사들중 이렇다할 큰 수익을 올리는 사업은 없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사업초기 단계인 만큼 다른 벤처회사들에 투자로 묶여있는 게 대부분이기 때문이다.그럼에도 삼성측은 이상무보가 출자한 회사들중 e삼성과 시큐아이닷컴에 대해선 순자산가치를 장부가보다 높게 잡았고 e삼성인터내셔널과 가치네트의 순자산가치는 장부가보다 낮게 책정했다.공교롭게도 순자산가치가 장부가보다 높은 회사들은 제일기획(e삼성), 에스원(시큐아이닷컴) 등 한 회사가 집중 매입했고 장부가보다 낮은 회사들은 여러 삼성관계사들이 나눠 사들였다.이와 관련, 재계 일각에서는 “순자산가치가 높은 회사들은 전망이 밝아 향후 사업을 지속시키기 위해 관련사가 집중적으로 사들인 반면 그렇지 않은 회사들은 최악의 경우 사업정리 등에 따른 부실 분산을 위해 여러 회사들이 지분을 사들인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우선 삼성측이 자산평가를 가장 낮게 책정한 가치네트를 보자. 2001년4월 현재 재무제표가 드러난 회사는 가치네트가 유일하다. 다른 회사들은 미결산법인으로 재무제표가 공개되지 않고 있다. 한때 이상무보 e비즈니스 사업의 선봉에 섰던 A씨는 “가치네트나 e삼성은 여러 회사들에 출자한 지주회사인데다 사업초기로 아직 뚜렷한 매출이 없어 기업가치는 비슷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가치네트의 재무제표 분석을 토대로 e삼성 등 다른 회사들의 가치를 어느 정도 비교해볼 수 있다.자산가치 낮은 회사, 여러 계열사 분산 인수가치네트의 회계감사보고서(2000.6.15∼9.30)를 보면 매출없이 일반관리비 등의 지출로 7억8천5백50여만원의 적자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가치네트는 출자회사들로부터 1억9천여만원의 수수료 수익과 5천2백여만원의 이자수익 등 2억4천4백여만원의 영업외수익 말고는 매출이 없는 상태다. 이에 따라 자본금은 초기(1백80억원)보다 적자분 만큼 줄어든 1백72억여원으로 기록돼 있다. 또 이 자본금중 89억여원은 인스밸리(보험중개, 97.5%), 이니즈(자동차판매, 99.2%), 뱅크풀(대출, 99.9%), 에프엔가이드(증권, 97.2%) 등에 투자로 묶여있다. 회계감사 자료에는 이들 출자사들의 가치를 취득원가 89억여원보다 5억원정도가 줄어든 84억여원으로 평가됐다. 따라서 당장 현금화가 가능한 유동자산은 50억8천1백여만원에 불과하다.가치네트는 아직 매출이 없어 수수료수익 등 영업외수익에만 의존했다고 했을 때 지난해 3분기 이후 올 3월말까지 20여억원 이상의 적자가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삼성측은 이번에 이상무보와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의 가치네트지분을 인수하면서 이 회사의 순자산가치를 장부가(2백10억원)보다 40% 낮은 1백26억원으로 평가했다. 이는 회계감사자료를 토대로 볼 때 출자후 남은 현금과 출자회사들의 자산가치만을 합해 계산한 것으로 보인다. 이중 이상무보 및 이구조조정본부장의 지분(57.2%, 2백40만주)은 75억원(장부가 1백20억원)에 삼성카드(7만주), 삼성캐피탈(7만주), 삼성증권(6만주), 벤처펀드(2백20만주)에 매각될 예정이다.가치네트의 나머지 지분은 삼성에버랜드(22.2%), 삼성SDS(5.6%) 등이 보유하고 있다. 증권가에선 삼성측이 판단한 가격으로 매물이 나와도 거래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일부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가치네트의 경우 비교적 솔직하게 평가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증권전문가들은 제일기획측의 e삼성 가치평가에 대해 다소 지나친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제일기획측은 e삼성의 출자사 크레듀(사이버교육 서비스)가 사업초기인 지난해 매출 32억원, 순이익 8억원으로 흑자를 실현하는 등 양호한 실적을 보여 이상무보의 지분 2백40만주(75%)를 주당 장부가(5천원)의 1.7배인 8천6백84원(액면가 5천원)으로 모두 2백8억원(장부가 1백20억원)에 사들였다고 밝혔다.e삼성은 크레듀(사이버교육, 50%), 엔포에버(온라인게임, 60%), 베틀탑(온라인게임, 9.38%), 트랜스메타(마이크프로세서 칩 생산, 0.38%) 등에 지분출자를 했다. 제일기획측은 이들 회사에 대한 e삼성의 초기투자 대비 평균수익률이 13.7%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삼성측이 밝혔듯 이들 회사중 수익을 올린 곳은 아직 크레듀에 불과하다. 물론 제일기획측은 수익을 낸 크레듀가 20∼30배수의 추가 펀딩을 추진중이고 아직 큰 매출이 없는 엔포에버는 올해 20억원의 매출이 가능할 뿐 아니라 모 통신회사와 5배수의 펀딩을 협상하고 있다며 이들의 미래평가가 포함됐음을 내비쳤다. 또 베틀탑은 지난해 4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트랜스메타는 나스닥에서 매입 당시 5달러였지만 올들어 18.81달러(4월4일 현재 17.68달러)로 3배 이상 뛰었고 모건스탠리가 앞으로 두배가 넘는 45달러로 주가상승을 예상하고 있다는 것.“매물로 나왔을 때 살 사람 있을까” 반응 싸늘삼성측의 말대로라면 e삼성이 인수한 트랜스메타의 지분 가치는 34억원(5달러 기준)에서 1백17억원(18.81달러)으로 3배 이상 뛰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트랜스메타 주식가치의 증가가 결정적 역할을 해 e삼성의 실제가치가 장부가를 상회했다는 게 삼성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트랜스메타와 크레듀 주식외 다른 출자주식들은 사업초년도여서 순익이 나지않아 실가치가 장부가보다 때에 따라선 크게 낮을 것으로 증권전문가들은 보고있다. 신한증권 김학균 애널리스트는 “e삼성 출자회사들의 순자산가액은 1백14억3천만원, 현금보유액 60억4천만원 등 e삼성의 순자산가치가 2백4억7천여만원으로 주당순자산가액이 6천3백96원인 것으로 평가됐다”며 제일기획측이 평가한 주당가격 8천6백84원은 실가치보다 35%나 부풀려진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그는 “이도 산술적인 가치일뿐 시장에서 인터넷회사들의 가치가 폭락해 실제 장부가격으로 매물이 나와도 살 투자자들이 없을 것”이라며 e삼성의 가치를 아주 낮게 평가했다.예컨대 e삼성의 가치는 시장 실거래 기준이 아닌 삼성내부 거래를 반영해 가치가 지나치게 높아졌을 것이란 얘기다.시큐아이닷컴은 지난해 89억원의 매출과 1억원 규모의 순익을 올렸다.증권사 관계자들은 e삼성인터내셔널과 시큐아이닷컴에 대해서도 같은 시각으로 보고 있다.삼성측은 e삼성인터내셔널의 순자산가치를 장부가(4백억원)의 81.2%로 보고 이상무보의 지분 60%(4백80만주)를 1백95억원(장부가 2백40억원)에 삼성SDS(3백만주), 삼성SDI(90만주), 삼성전기(90만주)에 인수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측은 최근 일본 유력투자기관이 e삼성인터내셔널의 출자사인 e삼성재팬에 5배수로 투자하기로 합의하는 등 사업에 대한 시장평가가 매우 호의적이었다면서도 가치를 장부가보다 다소 낮게 평가했다.특히 e삼성인터내셔널의 출자사인 오픈타이드는 1천2백만달러의 외자유치를 성공했다고 대대적으로 발표했다. 하지만 재계에는 오픈타이드가 미국 웹에이전시 3대 메이저 가운데 하나인 마치퍼스트사로부터 솔루션을 구입하기 위해 1천2백만달러(약 1백50억원)를 오히려 지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오픈타이드 관계자는 “1천2백만달러의 자본유치는 사실”이라며 “다만 마치퍼스트의 솔루션을 구입하기 위해 5백만달러를 지급했고 앞으로도 5백여만달러어치의 솔루션을 구입할 계획인데 이것이 오해를 산 것 같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일부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유치한 자본이 다시 빠져나갔음에도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고 업계전문가들마저 마치퍼스트의 솔루션 가치에 대해 해석이 분분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e삼성인터내셔널의 가치도 실제보다 다소 부풀려진 것 아니냐”고 추측하고 있다.이상무보의 시큐아이닷컴 지분은 장부가(25억원)보다 32%가 높은 33억원에 에스원에 매각됐다. 삼성측은 시큐아이닷컴이 지난해 89억원의 매출과 1억원 규모의 순익을 올렸고 액면가의 18배인 주당 9만원에 총50억원의 자본을 유치한 점이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시큐아이닷컴은 올해 3백50억원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영업환경이 호전되지 않아 1분기중 매출은 목표치보다 다소 떨어진 70억∼80여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시큐아이닷컴 관계자는 전하고 있다. 따라서 매출비중이 큰 삼성관계사들(60%)에서 큰 거래가 발생하지 않는 한 경영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한편 이상무보가 지분을 보유했던 것으로 알려진 이누카는 청산에 들어갔다. 삼성관계자는 “자본금이 1백억원인 이누카는 50여억원이 소진된데다 사업성이 없고 청산하면 20억∼30억원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어 사업을 접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 회사에 투자했던 엔드리스레인, 블루버드소프트, 개인주주들이 10~20%의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누카는 개인 메시지 및 고객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로 지난해 7월 설립됐지만 주주들간 경영갈등과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대주주인 e삼성에 의해 지난 2월 청산절차에 들어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