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건 간판은 새것이든 헌것이든 절대로 안 내린다. 일단 한번 시작한 사업은 아무리 어렵고 되기가 힘들게 생겼어도 기어이 되게 만들고 성장시켜 ‘물건’을 만들어 놓았지 중간에 간판을 내린 적은 없다. 뜻이 있어 뜻을 갖고 시작한 사업은 반드시 되게 만들어 성공시켜야지, 당장의 상황이 어렵다거나 또는 당장의 이익이 없다는 이유로, 또다른 어떤 이유로든 ‘중도하차’란 내 사전에는 없다.”(자서전 중에서)열매맺지 못한 사업, 가족들이 추진정전명예회장은 98년 정몽헌회장과 함께 북한을 방문,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는 등 대북사업에 심혈을 기울였다.정주영 전현대그룹 명예회장은 자신이 결정한 사업은 그의 말대로 생전에 거의 일궈냈다. 그는 선진국들이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한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을 세워 세계적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키워냈다.하지만 그가 구상한 사업들 중 아직 시작도 못했거나 씨는 뿌렸지만 열매를 제대로 맺지 못한 사업들이 남아 있다. 제철소 건립, 대북사업, 그리고 6남 ‘정몽준 의원(현대중공업 고문) 대통령 만들기’가 그것들이다. 이제 고인이 남기고 간 사업들은 가족들의 몫이 됐다.정전명예회장의 제철소 건립사업은 ‘중공업, 자동차, 건설분야가 경쟁력을 갖고 세계시장에서 선전하기 위해선 종합제철소가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실제로 현대는 연간 6백50만t의 철을 사용한다. 이는 포스코 생산량의 20%에 달하는 수치다.정전명예회장은 대통령 선거 패배 후 현대의 신사업으로 제철소 건립을 공식화하고 이의 추진에 나섰다. 이를 주도적으로 이끈 이는 2남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 회장이었다. 정몽구회장은 지난 95년 그룹회장으로 오른 직후 제철소 건립을 위해 그룹내 태스크포스팀을 만드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였다.급기야 97년 당시 김혁규 경남도지사와 합의 후 하동에 종합제철소를 건립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IMF직후인 98년1월 현대는 자금 사정 등으로 일단 제철소 건립사업을 접었다. 현대 관계자는 “당시 경기가 나빠 (제철소 건립) 사업을 보류한 것일 뿐 아예 포기한 것은 아니다”고 제철소사업의 의지를 비쳤다.현대는 정몽구회장이 이끄는 자동차 소그룹이 이미 분리됐고 정몽준 의원의 몫인 현대중공업은 올해 중 분리가 확실시 되는 등 정전명예회장 사후 핵분열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따라서 누가 제철소사업을 추진할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이다.재계에선 정몽구회장이 제철소 건립사업을 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제철소 관련계열사들인 인천제철소와 현대하이스코(구 현대강관)가 정회장의 관할에 있기 때문이다.일각에선 ‘현대하이스코가 포스코를 상대로 벌인 철강전쟁 이면에 종합제철소 건립의 의지가 도사리고 있는 것 아니냐’고 추측하고 있다. 정전명예회장이 소떼 방북 등으로 물꼬를 터온 대북사업은 현대건설 등 현대의 주요계열사가 자금난에 봉착하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김윤규 현대건설 및 현대아산 사장은 금강산 관광사업 대북 지불금을 1천2백만달러에서 당분간 6백만달러로 낮추기 위해 최근 북한측과 협상을 벌였으나 만족할 만한 답변을 북한측으로부터 받지 못한 상태다. 현대아산은 대북 지불금 2월분으로 2백만달러만 보낸 상태다.김사장은 지난 3월22일 정전명예회장 빈소에서 “북한 아태평화위원회측과 협의를 벌이다 정전명예회장이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급거 귀국했으며 금강산 사업 대북 지불금 문제는 합의를 보지 못했다”고 밝혔다.현대 관계자는 “대북사업은 손익을 떠나정전명예회장의 의지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반드시 정상궤도를 달리게 할 것”이라고 대북사업의 의지를 확고하게 피력했다.금강산 관광사업 지속될 것대북사업은 정몽헌 현대아산이사회 회장 몫이다. 정몽헌회장은 현대건설 및 현대전자의 위기가 해소되는대로 그동안 답보상태에 있던 개성공단조성 등 대북사업을 중점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일본 시사월간지 는 얼마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발언록을 실었다. 이중 흥미로운 것은 ‘정전명예회장이 북한에 매달리는 것은 북한과의 관계를 잘해 뭔가 성과를 조금 얻어 자신의 아들(정몽준의원)을 차기 대통령에 세우려는 야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 대목이다.정전명예회장은 지난 92년 대선에서 패배 후 엄청난 시련을 겪었다. 이때문인지는 확인되지 않으나 정전명예회장은 자신이 못한 ‘대통령’ 꿈을 그의 분신인 정몽준의원이 이룩해주길 고대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이에 따라 한때 정전명예회장이 ‘정몽구회장은 재계 대통령, 정몽준 의원은 정치 대통령으로 만들려 한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그동안 정의원은 이와 관련, “아직 그런 계획 없다”는 말로 다른 대권주자들의 예봉을 피해왔다. 하지만 정의원의 측근은 “정치인들 가운데 대통령이 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며 간접적으로 뜻이 있음을 내비쳤다.오래전부터 정전명예회장이 정의원 대통령 만들기에 나섰으며 이는 지금도 계속 진행중이라는 얘기들이 이제 정치권에선 놀랄만한 소식이 못된다.정주영 전현대명예회장 유산은 얼마나1천억대 … 대부분 회사살리기에 증여정주영 전현대그룹 명예회장이 남기고 간 재산은 얼마나 될까. 정전명예회장의 재산은 한때 3조원대로 추산됐다. 그가 정치에 입문하면서 스스로 어림잡아 밝힌 액수다. 지난 97년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는 정전명예회장 일가족의 재산을 52억달러(당시 환율기준 4조원 상당)로 집계해 ‘한국 1위, 세계 47위의 부자’로 꼽기도 했다.그런 그의 재산도 회사발전을 위해 사재를 출연하고 계열사의 주가가 떨어지면서 ‘조’단위에서 ‘수천억’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재산 또한 계열사의 주식이 대부분이다.현대측은 일단 정전명예회장의 계열사 지분이 현대건설 15.77%, 현대중공업 0.51%, 현대상선 0.28%에 이르는 것으로 밝히고 있다. 이중 현대건설 지분을 3월22일 종가(1천4백60원 기준)로 따지면 7백39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다른 계열사 주식과 서울 청운동 및 가회동 자택 두채 등 표면에 나타난 것들만 모으면 정전명예회장의 재산은 1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현대측은 등기부 등본상에 올라 있는 정전명예회장의 모든 재산이 채권단에 잡혀 있고 보유하고 있던 부동산도 90년대 초반 모두 매각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하고 있다.정전명예회장은 지난해 5월 ‘3부자 동반퇴진’을 발표하면서 현대건설을 제외한 다른 23개 계열사로부터 퇴직금 46억원을 받아갔다. 하지만 정전명예회장은 현대건설의 퇴직금 1백34억원은 찾아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정전명예회장은 재산의 대부분인 현대건설 지분을 ‘회사 살리기에 써달라’며 회사에 내놓았다. 따라서 이를 제외한 재산은 상속자들이 특별히 상속포기를 하지 않는 한 법률이 정하는 원칙에 따라 가족들에게 상속된다. 그러나 현대 내부에선 가족들이 분가하는 등 이미 큰 재산을 물려받은 상태여서 남은 재산은 사정이 어려운 계열사나 정전명예회장의 기념관 건립 등에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이런 점을 고려하면 정전명예회장의 상속 및 증여세는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정전명예회장의 큰 재산이었던 현대건설 주식을 회사에 무상증여했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현대건설이 자본잠식상태여서 정전명예회장으로부터 증여받은 주식은 과세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나머지 재산도 어려운 회사에 증여할 경우 증여세를 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가족들이 물려받을 재산은 실제적으로 소규모에 달해 상속세도 많지 않을 것이란 게 현대측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