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비즈 실패 입방아 속 “예고된 사업정리”

삼성 “부당내부거래 의혹 제거차원 정리” … 재계 “벤처고전 속 피해축소 위해 정리” 분석

“오프라인의 기반이 튼튼한 미국 금융사들의 온라인 기업이 위협받는 것을 보고 삼성의 미래를 위해 e비즈니스를 시작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보가 e비즈 사업을 확대하던 지난해 7월 모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의욕적으로 밝힌 내용이다. 이상무보는 후계구도와 관련해서도 “삼성은 지금까지도 계속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해왔다”며 “(내가) 직접 경영하는 것보다 전문경영인을 위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편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주주로서의 역할을 강조했다.이런 그가 8개월만인 지난 3월 삼성전자 상무보로 입성, 대권승계를 위한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한데 이어 돌연 자신의 e비즈사업을 정리했다.“삼성 미래위해 e비즈 시작” … 입사뒤 말바꿔삼성본관에 첫출근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보이상무보가 말을 바꾼 이유는 뭘까. 삼성측은 “이상무보가 대주주로 남아있을 경우 부당내부거래 의혹이 제기될 것을 우려해 사업을 정리했다”고 밝혔다. 실제 이상무보가 투자한 인터넷회사들은 삼성 관계사들을 주주로 끌어들였고 이들과의 거래가 대부분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중 에스원이 인수한 시큐아이닷컴은 삼성관계사에서 60%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따라서 이상무보가 이들 회사의 지분을 보유할 경우 46.1%의 주식을 갖고 있는 서울통신기술개발처럼 부당내부 거래로 시달리게 된다. 서울통신기술개발은 상당부분 삼성전자 등 삼성관계사의 거래에 힘입어 지난해 1백40여억원의 순익을 올렸다.재계에선 이상무보의 인터넷사업이 삼성 구조조정본부(이하 구조본)가 마련한 후계프로그램중 하나일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전직 삼성 구조본 인사는 “삼성비서실(현 구조본)이 오래전부터 이상무보의 후계프로그램을 만들어 온 게 사실”이라며 “이상무보가 젊은 점을 감안해 인터넷사업을 통해 경영능력을 검증받고 자연스럽게 삼성에 입성토록 하는 방안이 마련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상무보가 개인적으로 사업을 시작하거나 출자했다는 삼성측의 그동안의 주장과는 상반되는 얘기다.재계가 이상무보의 인터넷사업을 후계프로그램으로 보는 이유는 이 사업들을 삼성 구조본 사람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주도해왔다는 데서도 찾을 수 있다. 이의 핵심인물들은 대부분 재무팀 사람들이다. 삼성 재무팀의 최고 사령탑 이학수 삼성구조본 사장은 이상무보의 인터넷사업에 직접 참여하는 등 이를 직접 관장한 핵심인물이다. 이와 함께 이상무보의 인터넷사업 지주회사격인 e삼성의 김성훈 대표(가치네트 대표 겸임)는 구조본 재무팀의 일원이었고 김인주 이사는 구조본 재무팀장에서 올해 삼성전자 부사장으로 승진한 이상무보의 핵심측근이다. 신응환 이사(e삼성인터내셔널 대표 겸임)도 역시 재무팀 출신이다. 이들은 이상무보의 출자회사들마다 이사로 교차 등재돼 이들을 철저히 관리했다.하지만 재계는 이상무보가 삼성전자로 예상보다 빨리 입성한데다 최근 영업환경 악화로 인터넷사업들이 고전하면서 이의 실패가 자칫 이상무보의 경영실패로 이어질 것을 우려해 사업을 정리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을 것이란 분석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에 입사한 이상무보가 인터넷사업의 주주로 있는 한 삼성 관계사들로부터 더 이상 지원받기 어렵고 이렇게 되면 이들 회사의 경영이 부실해져 이는 다시 기투자한 삼성관계사들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이와 함께 사업초기 투자했던 이상무보의 명예에도 금이 가는 악순환으로 이어져 지분을 급히 관계사들에 매각한 것으로 보인다. 어떤 경우든 이상무보에게 피해를 입히게 된다는 공통점이 있다.따라서 재계는 이상무보가 개인적인 인터넷사업을 정리한 것이 아니라 삼성구조본측이 이상무보 후계프로그램중의 한 사업을 마무리한 것으로 결론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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