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에 미칠 ‘핵폭풍’ 우려, 회생으로 ‘선회’

국가 신인도·기업 미래가치 고려 "살리는 게 득"…'건설전문경영인'영입, 이미지 쇄신 필요

미래 가치 고려, 살리는 게 ‘득’채권금융기관들은 3월29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부채를 출자전환하는 현대건설 처리방안을 확정 했다.먼저 정부 및 채권단은 현대건설의 완전한 자본잠식에도 ‘기업가치가 충분하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후문이다.당초 삼일회계법인은 현대건설을 회계감사하면서 지난해와 달리 매우 까다롭게 했다. 삼일회계법인 고위 관계자는 “정부와 채권단의 분위기를 볼 때 준청산으로 가지 않느냐는 감을 잡을수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이에 따라 삼일회계법인은 이라크와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받지 못한 공사대금을 50%까지 대손충당금으로 잡는 등 실익이 없다고 판단되는 사업들을 모두 손실처리했다. 그 결과 현대건설은 2조9천8백억원의 적자를 기록, 자기자본(2조1천2백33억1천2백17만원)을 완전히 까먹고 오히려 8천5백71억6천9백27만원의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당초 정부 및 채권단이 예상했던 적자규모보다 큰 수치였다.하지만 정부 및 채권단은 삼일회계법인의 종합판단에 더 귀를 기울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삼일회계법인 관계자는 “감사발표 당일 현대건설의 상태를 묻는 정부 고위층의 요청이 있었다”고 귀띔했다.삼일회계법인은 현대건설에 대해 ‘한정’이라는 의견을 내놓았지만 ‘살릴 필요가 있는 기업’이라고 내부판단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감사결과 ‘현대건설이 내부문제보다 외적인 요인에 의해 어려운 사태를 맞은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삼일회계법인 관계자는 “현대건설 사태는 잘못된 경영에서 비롯된 것이라기보다 그룹이 국민투신, 한남투신 등을 인수한 이후 수조원에 이르는 부채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과정에서 유탄을 맞은 것으로 보인다”며 “현대건설 자체는 상당한 가치가 있는 기업”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따라서 정부 및 채권단은 이같은 삼일회계법인의 분석을 크게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정부 및 채권단은 외국계 컨설팅회사인 ADL이 내린 현대건설의 기업가치적인 측면도 상당히 고려했다는 후문이다. 본지가 입수한 ADL의 ‘현대건설 기업가치 분석’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재무제표에 의한 가치 5조1천억원 외에 기술 및 비기술적인 무형자산 가치가 3조3천억원으로 모두 8조4천억원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나왔다. 사업 부문별 가치로는 토목이 3조2천2백10억원으로 큰 비중을 차지했고 건축 2조2백80억원, 플랜트 1조4천4백40억원, 민간 7천4백40억원, 전기 4천7백30억원, 엔지니어링 2천1백30억원, 철구 1천억원, 기타 1천7백80억원 등이다. 정부 관계자는 “현대건설이 자체 의뢰한 것이어서 큰 비중을 두지 않았다”며 “현대건설의 가치가 그 정도(ADL이 분석한 가치)는 될 것”이라고 말해 어느 정도 현대건설 소생근거가 되고 있음을 내비쳤다.대북사업 역할도 무시 못해정부 및 채권단은 남북관계에 물꼬를 튼 금강산관광사업 등 대북사업의 지속적인 수행을 위해 현대건설의 회생 방침을 굳힌 것으로 일부 확인되고 있다.정부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남북한 교량역할을 현대가 도맡다시피한 것이 사실이다. 당장 이 대북사업이 중단되면 국외에서 남북관계 긴장으로 오해할 소지가 있고 이렇게 되면 국내경기에 또다른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남북관계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일정기간 정몽헌 회장과 현대건설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물론 이는 현대건설의 생존을 전제로 한 발언들이다. 현대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수익이 없는 대북사업에서 당장 손을 떼야 하기 때문이다.실제 그동안 대북사업은 정몽헌 현대아산이사회 회장이 주도하면서 남북관계를 급진전시키는데도 큰 역할을 해왔다. 따라서 정부는 올초 2차 남북이산가족 상봉을 두고 북측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자 정회장에게 관계개선을 은근히 주문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이쯤되자 정부 일각에선 북한측의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남북 단일팀 불참통보가 현대건설의 정부처리와 모종의 함수관계가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흘러나왔다. 정부 및 채권단이 삼일회계법인의 감사결과를 근거로 현대건설에 대해 극약처방까지 불사한다는 얘기가 나온 그날(3월28일) 공교롭게도 북측이 탁구단일팀 불참을 통보했기 때문이다. 특히 북측이 단일팀 불참통보 이유에 대해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자 북측이 현대건설의 처리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비약적인 해석도 나왔다.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 정부의 현대건설 회생방침은 대북사업과 전혀 무관할 수 없다”고 말해 현대건설을 통한 정부의 대북사업 수행의지가 확고함을 간접적으로 피력했다.제2 동아건설 사태 우려정부 및 채권단은 법정관리후 벌어질 현대건설 사태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고민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현대건설은 현재 5백여개 국내외 현장에서 34조7천1백억원어치의 공사를 진행중이다. 이중 국내 주택사업의 경우 모두 10만세대의 공사가 이뤄지고 있어 현대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게 된다. 특히 해외사업은 27개국 94개 현장에서 12조원어치의 공사가 진행중이어서 자칫 국가간 문제로 비화될 수도 있다. 이는 동아건설의 대수로 공사문제로 리비아측이 우리정부에 문제를 삼고 있는 데서 확연히 나타난다. 따라서 정부 및 채권단은 현대건설을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갈 경우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을 것이란 자체분석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정부 관계자는 “현대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당장 국내에서 5만가구의 공사가 중단될 수 있다”며 “이 경우 국민의 불만이 폭발,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채권단 관계자도 “다른 문제는 몰라도 아파트공사 중단 등으로 국민에게 불안감을 안겨주는 생활기반 파괴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데 채권금융기관들이 입장을 같이 하고 있다’고 전했다.현대건설 회생 ‘그후’정부는 현대건설 회생방침을 밝히면서 감자 등을 통해 정몽헌 현대아산이사회 회장의 경영권을 박탈하는 방안을 강구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현대건설의 현 경영진도 물갈이하는 한편 조직을 대폭 축소하는 계획도 마련했다. 문제는 현대건설을 누가 이끌고 나갈 것인가 하는 것이다. 한나라당 이한구 제2정책조정위장은 “현대건설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원칙없는 특혜성 지원”이라고 강도높은 비판을 하면서도 “건설은 안면 장사이기 때문에 건설업을 잘알고 인맥이 뛰어난 경영진이 들어와야 회생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현대건설의 향배를 걱정했다. 채권단은 새로운 경영진 물색작업에 들어갔지만 현대건설을 이끌 마땅한 사람을 찾지 못하고 있다.현대건설의 지속적인 대북사업 추진도 문제다. 정주영 현대명예회장 사망후 국내의 대북한 핫라인이 사실상 정몽헌회장으로 넘어갔다. 따라서 정회장이 경영에서 배제될 경우 현대건설의 대북사업을 수행할 마땅한 인물이 없어지게 된다. 정회장을 도와 대북사업을 이끌어온 김윤규 현대건설사장도 경영책임을 지고 퇴진하면 현대건설의 대북사업은 거의 공백상태에 빠지고 만다. 이에따라 정부 일각에서는 정회장에게 일정기간 동안만 현대건설의 대북사업을 이끌도록 해야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현대특혜’라는 비난이 거세게 나올 것을 우려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와 관련, 현대에선 현대건설의 대북사업을 현대상선으로 넘겨 정회장이 지휘하는 방안이 슬그머니 나오고 있어 정회장이 현대건설을 아예 떠나기로 작정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무성하다.하이닉스 반도체 ‘홀로서기’ 시동하이닉스 반도체(옛 현대전자)가 지난해 2조5천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음에도 삼일회계법인으로부터 ‘적정’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삼일회계법인은 하이닉스 반도체의 기업가치를 상당히 높게 평가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하이닉스 반도체의 독자회생이 가능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이닉스 반도체는 D램생산능력 부문에서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고 반도체 총매출 순위는 99년 11위에서 지난해 9위로 오르는 등 비약적인 발전을 해왔다. 여기에다 하이닉스 반도체는 통신, 자동차전장, 모니터 등의 각종 사업을 분리 내지 매각해 조직을 슬림화했다. 삼일회계법인 관계자는 “하이닉스 반도체가 세계 반도체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데다 최근 유동성 부족은 일시적인 반도체값 하락에 따른 것이어서 특별한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하이닉스 반도체측은 삼일회계법인의 감사결과가 나오자 독자회생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확신하고 곧바로 자체 회생프로그램 가동에 들어갔다. 하이닉스 반도체는 이에 앞서 회사명을 하이닉스 반도체로 바꾸고 현대에서 계열분리해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반도체 전문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선언했다.하이닉스 반도체가 이처럼 장밋빛 계획을 내놓은 것은 올해 해외조달 등으로 자금여유가 생길 것으로 분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이닉스 반도체가 올해 갚아야 할 부채규모는 5조6천7백억원. 하이닉스 반도체측은 올해 영업활동을 통한 자금 3천7백20억원, 회사채차환 2조9천1백억원, 신디케이트론 6천억원, 해외조달 2조원, 자산매각 1조∼2조원 등 모두 6조1천4백72억∼7조1천4백72억원이 마련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계획대로 된다면 하이닉스 반도체는 부채를 갚고도 4천7백72억∼1조4천7백72억원의 현금여유가 생기는 셈이다.하이닉스 반도체 관계자는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흐름을 아주 낮게 잡았다”며 “D램가격이 상승하면 모든 문제는 쉽게 해결 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실제 하이닉스 반도체측은 64M D램의 가격을 3.30달러로 매출을 잡았다. 하이닉스 반도체의 칩생산량은 어림잡아 10억개다. 따라서 64M D램의 가격이 1달러만 오르면 10억달러(약 1조3천억원)의 현금이 들어와 1조원정도의 현금흐름이 개선된다는 게 하이닉스 반도체측의 설명이다. 반도체업계에선 최근 일본 히로시마의 강진으로 NEC의 반도체 생산이 1주일정도 연기되고 PC경기가 되살아 반도체 값이 오를 것이라고 전망, 하이닉스 반도체의 미래를 밝게 해주고 있다.하이닉스 반도체는 최근 세계 유수의 PC업체들에 메인 메모리용 DDR 싱크로너스 D램 모듈을 공급키로 했다. 하이닉스 반도체는 이에 따라 올해 이 제품으로만 3억8천만달러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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