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중심 전략 아래 재개발·재건축 수주 열올려 … 신평면·마감재 차별화 등 고객 사로잡기 안간힘
‘돈 되는 사업만 한다’.서울지역 3차 동시분양에서 공급되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 '아이파크'견본주택IMF위기 이후 ‘부실의 온상’으로 취급돼 온 건설업계가 올해 하나같이 세워 놓은 ‘주요 사업 전략’이다. ‘일단 따놓고 보자’는 수주방식에서 ‘될만한 것만 한다’는 쪽으로 일제히 노선을 바꾼 것. 직접 부지를 매입해 아파트사업을 벌이는 자체 사업 비중을 줄이고 사업성이 보장된 재개발·재건축 수주에 열을 올리는 것도 철저한 수익 중심 전략에 따른 것이다. 위기를 벗어나려면 유동성 확보가 급선무이고 유동성 확보는 성공적인 분양으로 가능하기 때문이다.건설사들은 올해 주택사업 성공을 위해 몇 가지 기준을 세우고 있다. 우선 입지. 미분양 가능성이 높은 지방은 피하고 서울·수도권에 사업을 집중시키는 모습이다. 대림산업은 지금까지 사업이 확정된 8천6백70여가구 가운데 90.7%를 서울·수도권에 집중시켰다. 현대산업개발도 올해 공급할 1만2천5백여가구 가운데 83%를 서울·수도권에 배치했다. 금호건설 한화건설 현대건설 등은 아예 지방 사업없이 서울·수도권만 공략한다는 계획이다.두 번째 두드러진 특징은 중소형 아파트 공급 확대 움직임. 전세난이 심화되면서 중소형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점을 겨냥한 것이다. ‘무리를 하더라도 차라리 집을 사자’는 수요를 위해 20∼30평형대 공급을 확대하는 모습이다.이에 따라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서울 강남, 경기 용인시 등에서 붐을 이뤘던 50평 이상 대형 아파트 분양이 올해는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미리 설계해 놓았던 중대형 중심 평면을 30평 안팎의 중소형으로 바꾸는 곳도 적지 않다.세 번째는 소비자들의 높아진 안목을 충족시킬 신평면 개발이다. 내부 마감재 고급화, 라이프스타일에 따른 설계 다양화, 친환경적인 단지 조경 등은 건설업계가 공통으로 고민하는 분야. 기존 주택과는 ‘뭔가 다르다’는 개념을 심어야 분양률을 높일 수 있다고 믿고 있다. 현대산업개발, 대림산업 등은 자체 개발한 신개념 평면을 저작권심의위원회에 등록하고 올해부터 신규 물량에 적용할 계획이다.리모델링 시장에도 ‘눈독’리모델링·부동산 연계 금융상품 등 틈새시장 공략도 빼놓을 수 없다. 과거처럼 ‘지어서 팔기’만 하는 단순한 사업 시스템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삼성물산 건설부문은 건물 리모델링 전담팀 ‘빌딩클리닉센터’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앞으로 서울 도심 노후 빌딩의 리모델링 수요가 급상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중점 사업분야로 키우고 있다.금호건설도 최근 ‘양진석 디자인그룹’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리모델링 전담팀을 발족시켰다. 쌍용건설의 FM(건물관리)사업부나 주택공사가 만든 뉴하우징, 현대건설에서 독립한 현대리모델링 등도 올해 8조2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리모델링시장을 겨냥하고 있다.국민은행 등이 판매해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은행권 부동산투자신탁상품도 주택건설사들이 큰 관심을 두는 대상이다. 신규 분양 아파트와 은행권 부동산투자신탁상품을 연계하면 초기 사업비를 수월하게 조달할 수 있기 때문. 이미 삼성물산 주택부문, 태영, 쌍용건설 등이 이 상품의 덕을 톡톡히 보았다. 향후 본격적인 의미의 부동산뮤추얼펀드 리츠(REITs)가 발매되면 프로젝트 파이낸싱(사업성을 담보로 사업 자금을 모집하고 사업 종료후 수익을 지분율에 따라 배분하는 금융기법) 등 자금조달 창구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저금리 지속, 부동산시장 빠른 회복 예상저금리 기조가 지속됨에 따라 움츠렸던 부동산 투자심리도 점차 살아나고 있다. 건설교통부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지난 2월 전국의 미분양 아파트는 98년7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또 분당 ‘파크뷰’ 분양에서 나타난 주상복합아파트의 폭발적 인기 등은 지난 1월만 해도 예상하기 힘들었던 현상. 당초 2분기 이후를 부동산경기 상승시기로 잡았던 부동산전문가들도 ‘예상보다 빠른 회복’을 점치고 있다.특히 부동산경기의 선행지표로 통하는 경매 낙찰가율이 80% 선에 달해 ‘부동산시장에 봄이 왔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메트로컨설팅 윤재호 사장은 “경매시장 열기로 봐서는 은행권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상당수 부동산으로 옮겨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대로라면 이미 부동산경기 상승이 시작됐다고 봐도 될 듯하다”고 말했다.오랜만에 비친 햇볕을 놓치지 않으려는 주택건설사들의 경쟁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지으면 팔리던 시대가 지난 만큼 ‘소비자 마음잡는 비결’에도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LG건설 관계자는 “소비자 마음을 읽는 건설사가 승리한다. 간만에 찾아온 분양 찬스를 놓치지 않겠다는 분위기여서 올해는 수요자에게 유리한 분양 조건이 많이 제시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