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리아 국산 이미지 강점 ‘제2 전성기’, 맥도날드 브랜드 파워 앞세워 시장 리드
입력 2006-08-31 11:56:22
수정 2006-08-31 11:56:22
국내 햄버거 시장에서 탄탄하게 자리를 잡은 두 업체는 당연 롯데리아와 맥도날드. 하나는 토종브랜드이고 다른 하나는 다국적 브랜드다. 그러나 ‘햄버거’라는 ‘서양음식’을 ‘한국땅’에서 팔아야 한다는 점에서 두 업체의 경쟁 조건은 같다고 봐야 할 것이다. ‘다른 나라의 상품을 내 나라에서 파는 것’과 ‘내 나라 상품을 다른 나라에 파는 것’의 차이일 뿐이다.현재 국내에 6백8개 매장을 둔 롯데리아는 매장수나 시장점유율에서는 일단 국내 햄버거 시장뿐 아니라 패스트푸드업계에서 단연 선두임에는 틀림없다. 지난 79년 서울 소공동에 1호점을 낸 이래 계속 성장, 올 1월엔 업계 최초로 6백호점을 열었다. 현재 국내 햄버거 시장에서 43%를 웃도는 시장점유율로 확고한 1위를 지키고 있다. 2003년까지 1조원 매출을 목표로 국내외 점포도 1천개점으로 늘릴 참이다. 90년대에 들어와선 중국 베이징에 롯데리아 1호점을 개점하고 하얼빈에까지 진출했다.한국맥도날드는 롯데리아가 국내 시장에서 어느 정도 기반을 잡던 지난 88년 압구정동에 처음 간판을 걸었다. 11년이 지난 99년 매출액이 약 1천7백억원으로 88년 진출 당시보다 무려 89배나 늘어났다. 현재 13개 프랜차이즈 매장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2백40여개의 맥도날드 매장이 성업중이다. 간판메뉴인 ‘빅맥’만 하루 평균 2만개 정도가 팔린다. 내년엔 약 1백개 매장을 새로 오픈해 모두 3백40여개점으로 늘어나게 된다.이렇게 된 데는 품질(Quality), 서비스(Service), 청결(Cleanliness), 가치(Value) 등 이른바 ‘QSC&V’ 란 마케팅 전략이 주효했다. 또 토착화 전략도 먹혀들었다. 원재료의 70% 이상을 한국에서 조달, 식품 장비도 대부분 한국제를 쓴다.품질 경쟁 막상막하롯데리아 역시 ‘고품질(Quality)’ ‘깨끗한 점포(Cleanliness)’ ‘친절(Service)’ ‘빠른 서비스(Time)’를 모토로 달려왔다. 최근 ISO9001인증을 획득하고 현재 ‘좋은 세상 만들기’ 캠페인 등으로 고객확보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지난해엔 한국 프랜차이즈 협회가 주는 한국 프랜차이즈 대상도 받았다. 3개지역에 물류센터를 세우고 원부자재의 회전율을 높이는 한편 손실률을 줄이는 합리적인 점포운영도 꾀한다.롯데리아가 맥도날드, KFC, 버거킹 등 외국브랜드와 맞서 1위 자리를 내주지 않기 위해선 여전히 토종브랜드 이미지를 고수할 수밖에 없다. 불고기버거, 불갈비버거, 라이스버거, 새우라이스버거 등이 그런 대안에서 나온 아이템들이다. ‘음식은 남의 것이지만 맛은 우리 것으로 만들자’는 얘기다. 맥도날드와 첨예하게 부딪치는 접점은 바로 여기다. 한국맥도날드 역시 새 메뉴를 개발하거나 들여올 때 한국 사람의 입맛을 절대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97년 ‘불고기버거’와 ‘특불버거’를 들고 나오자 롯데리아와의 뜨거운 경쟁이 시작됐다. 닭고기의 가슴살이 아닌 다리살로 만든 맥너겟 역시 한국인의 입맛을 따른 것.‘누가 더 품질 좋고 깨끗한가’를 겨루는 양사의 품질경쟁도 막상막하다. 롯데리아는 세균 위협을 사전에 막자는 취지에서 ‘HACCP 안전관리시스템’을 도입했다. 맥도날드도 일정한 품질의 제품을 위해 프렌치 프라이의 경우 길이별 비율까지 체크할 정도다. 고유의 맛을 내기 위해 햄버거는 만든지 10분이 지나면 모두 폐기한다.국내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떨어져나가는 고객을 붙잡기 위해선 품질만 갖고는 안된다. 가격에서도 양사의 힘겨루기는 여전하다. 롯데리아가 계속 ‘파격적인’ 가격할인과 판촉행사를 통해 손님끌기에 나서고 있어 맥도날드도 이에 따라 원가절감을 시도하면서 계속 가격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매장에도 변신이 한창이다. 롯데리아가 인테리어를 바꾸고 고객관리에서 회계관리까지 모든 과정을 컴퓨터에 의해 과학적으로 처리하는 신정보시스템을 도입했다. 이에 맞서 맥도날드도 9개월~1년간 점주가 받아야 하는 의무교육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인터뷰 / 서정민 한국맥도날드 마케팅 이사“점유율보다 ‘파이’ 키워야”맥도날드가 세계적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까닭은 오히려 각 나라의 입맛을 최대한 존중한데 있었다고 서정민(40) 한국맥도날드 마케팅 이사는 말한다. 맥도날드의 잭 그린버그(Jack M. Greenberg) 회장의 “적어도 음식에서만큼은 각 지역의 고유한 맛을 살려야 한다”는 주장도 이를 뒷받침한다.한국인이 닭 가슴살보다 전통적으로 다리를 좋아한다는 점에 착안해 만든 ‘한국형 맥너겟’이 인기를 끌었던 것도 그 때문이라고 서이사는 덧붙인다.서이사는 롯데리아 등 동종의 타 업체와 경쟁관계에 있지 않다는 논리를 들고 나온다.“맥도날드가 전세계적으로 하루 판매하는 햄버거만도 5천만개 이상으로 맥도날드 브랜드의 가치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무려 3백20조원에 달합니다. 현재의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것보다 브랜드 파워와 고품질 서비스로 한국내 전체 패스트푸드 시장을 성장시키는 데 주력하는 게 중요합이다.”작은 파이를 더 많이 먹겠다고 싸울 일이 아니라 파이 자체를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다.서이사는 특히 ‘해피밀 세트’같은 어린이 고객을 대상으로 한 메뉴로 매달 새로운 시리즈의 장난감을 제공, 어린이 고객들에게 ‘맛있고 즐거운’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도 미래의 고객에 대한 투자라고 밝혔다.인터뷰/ 이철우 롯데리아 사장“한국형 햄버거로 세계시장 공략”이철우(58) 롯데리아 사장은 롯데리아가 맥도날드라는 좋은 경쟁상대가 있었기에 더욱 더 성장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맥도날드와의 선의의 경쟁은 롯데리아 뿐만 아니라 국내 패스트푸드 시장 발전에 기여했다고 생각합니다.”이사장은 마케팅엔 사고를 바꾸는 혁신도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고정관념을 버리고 새로운 방향에서 생각할 때 상품력과 마케팅 기술이 발전할 수 있다는 얘기다.“라이스버거가 좋은 예죠. ‘햄버거는 항상 빵으로 만든다’는 생각은 고정관념이지요. 한국인에게는 빵으로 만든 햄버거보다 밥으로 만든 햄버거가 더 어필할 수 있었던 겁니다.”이사장은 전 직원들이 모두 현지로 나가 현장의 경영을 감독하고 바로 바로 문제점들을 개선해 나가는 새로운 시스템의 도입을 추진중이다. 이른바 ‘신정보 시스템’이 그것이다.“좀더 빠르게 고객의 주문에 응할 수 있는 새로운 오퍼레이션 시스템을 이번 4월16일 새로 오픈하는 롯데리아 종로점에 적용할 계획입니다.”이대표의 경영 목표는 롯데리아를 세계적 브랜드로 키워가는 것이다.“중국뿐 아니라 미국, 유럽 등에도 진출해 한국식 햄버거로 세계 햄버거 시장을 개척해나갈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