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설팅시장 '물올랐다'

우선 기업이 왜 경영컨설팅을 필요로 하는지부터 알아보자. 일반적으로 기업은 특출한 몇몇 인재를 뽑기보다 조직문화에 잘 적응하고 ‘보통으로’ 일을 잘하는 무난한 인재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 이 ‘무난한’ 인재들이 기업발전의 원동력으로 오늘날 산업발전의 기둥이 돼 왔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이는 기업이 잘 굴러갈 때의 일이다.기업이 일단 위기에 직면해 있거나 시장상황의 변화로 조직 자체를 바꿔야 할 필요가 있을 때 기업은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그 ‘누군가’는 특출한 재능 또는 거시적 안목으로 산업환경과 기업의 미래를 객관적으로 분석,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전문가 집단이다. 안타깝게도 기업은 자체적으로 그런 전문가 집단을 뽑지도, 키우지도 않았다. 그래서 손을 내미는 곳이 바로 전문 ‘브레인’ 들로 구성된 경영컨설팅 업체들이다.이 얘기는 물론 컨설팅 업계에서 자신들의 존재이유와 인력의 우수성을 강조하기 위해 나온 것이긴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닌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병이 나면 의사에게 달려가듯이 기업이 병들면 고쳐줄 누군가를 필요로 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물론 의사의 자질을 갖추지 못한 ‘돌팔이’ 의사가 있듯 돌팔이 컨설턴트도 있기는 하겠지만.1백년 역사 … 세계시장 규모 32조원우리 사회 또는 산업을 구성하는 대부분의 요소들이 ‘미국산’인 것처럼 경영컨설팅도 미국에서 건너왔다. 시작은 줄잡아 1백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서디리틀(ADL)의 창립자인 아서 디 리틀(Arthur. D. Little)이 1886년 최초로 컨설팅을 시작했다는 기록도 있지만 컨설팅 ‘산업’의 원조는 공인회계사였던 아더 앤더슨이 1913년 시카고에서 세운 ‘아더앤더슨’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이듬해 부즈알렌앤드해밀턴사가 역시 시카고에서 탄생했고 26년 시카고대학 교수였던 맥킨지가 맥킨지 컨설팅을 창립함으로써 시카고는 세계 컨설팅의 메카가 됐다. 컨설팅으로 유명한 또하나의 미국 도시는 보스턴으로 63년 보스턴컨설팅이 생겼고 73년 베인앤드 컴퍼니가 전략컨설팅업에 발을 들여 놓으면서 시카고와 함께 세계 2대 컨설팅 도시로 자리매김하게 됐다.이렇듯 미국에서 탄생한 컨설팅산업은 1백년의 역사를 갖고 꾸준히 성장, 현재 세계 시장규모만 약 4백억달러(약 32조원), 이중 미국시장이 50%가 넘는 2백30억달러(약 18조원)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반면 국내 컨설팅 산업은 역사도 짧고 시장도 작다. 기껏해야 생긴지 40년. 시장규모도 아직 1조원대에 머문다. 역사는 58년 한국생산성본부(KPC)에서 시작했다는 설이 일반적이다. 생산성본부가 문화연필, 이천전기, 일신메리야스 등 5개사를 대상으로 ‘기업진단용역사업’을 해준 것이 국내 첫 컨설팅 사례였다는 것이다.이후 국내 컨설팅업계는 생산성본부 한국능률협회 한국표준협회 등 국내 ‘빅3’ 컨설팅 업체를 중심으로 90년대 초반까지 그럭저럭 성장세를 지켜오다 80년대 후반 및 90년대 초·중반부터 들어온 외국계 경영컨설팅 업체에 밀려 요즘은 거의 맥을 못추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같은 경영컨설팅이란 이름을 쓰면서도 컨설팅 분야가 다르고 또 나름대로 중소형 업체 중심의 틈새시장을 찾아 생존은 하고 있지만 국내 시장을 주도하던 경영컨설팅 업체로서의 자존심 및 대표성을 다국적 업체들에 내준 꼴이라고나 할까.국내 컨설팅 시장 성장가능성 ‘풍부’그런데도 국내 컨설팅 시장 자체는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의견이다. 한국산업연구원은 지난해 컨설팅 시장이 이미 1조원대를 돌파했고 2005년에는 2조2천억원대, 2013년에는 5조4천억원대로 급팽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외국 컨설팅업체 관계자들도 국내 시장이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앞으로 성장여지가 충분한 시장이라는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쟁쟁한 외국업체들이 한국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외국업체들은 이미 90년대 중·후반의 구조조정 및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는 e비즈니스 바람을 타고 급성장의 단맛을 즐겨온 것이 사실. 규모나 매출이 5∼6년동안 1천%나 늘어난 곳도 적지 않다. 한국 진출당시 평균 5∼10명이던 컨설턴트 수도 최근에는 대부분 10배 이상 증가했다. 보통 컨설턴트 1인당 매출이 연평균 20만달러(약 2억6천여원)에서 30만달러(약 4억원) 수준임을 감안할 때 컨설턴트 수의 증가는 곧 매출증가로 이어졌다는 얘기다.최근 대부분의 국내 업체들이 경기불황으로 ‘인원감축’을 부르짖고 있는데도 외국계 컨설팅 업체들은 20~30%씩 인력을 충원하고 있는 것도 이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증거다.외국계 컨설팅 업체가 이렇게 급성장한 배경에는 국내 업체들의 맹목적인 ‘브랜드’ 선호 현상도 적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똑같은 문제발견 및 해결책 제시에도 소규모의 국내 업체가 하면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외국업체가 ‘그렇다’고 하면 고개를 끄덕이는 풍조가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외국 컨설팅 업체의 턱없이 비싼 수임료나 뜬구름 잡는 식의 보고서 제출 등 비용대비 컨설팅 결과에 대해 불만족스러워하는 기업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그러나 외국컨설팅 업체들도 이 부분에 대해 할말이 많다. 경영컨설팅의 효능을 제대로 알고 이를 경영에 활용하는 기업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기업 내부를 속속들이 알아야 하는 전략컨설팅의 경우 적어도 몇 년간의 장기 컨설팅 및 유대관계가 필수적인데 이를 제대로 활용할 줄 아는 국내 기업은 채 10개도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직까지 경영컨설팅을 ‘기업을 위한 장기 투자’라기보다 마치 소비재를 구입하는 것과 같은 단순한 비용지출(Expenses)로 여기는 기업들이 많다는 것이 대다수 컨설팅 업체들의 현실평가다.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컨설팅 업체들도 변화 모색에 적극적이다. 지금은 지식경제, 즉 신경제 사회로 넘어가는 과도기이기 때문에 컨설팅업체의 역할이 클 수밖에 없지만 이미 신경제 시대로 넘어가 모든 정보 및 지식이 공유되는 세상이 되면 컨설팅 산업도 ‘사양산업’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따라서 일부 업체들은 컨설팅 외에 벤처투자, 네트워크 아웃소싱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는 것이 요즘 컨설팅 업계의 또하나의 움직임이다.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