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미디어 등 사업다각화 ‘고비용-저수익’ 문제 해결

음반 등과 연계, 부수입 ‘탄탄’ … 제작·배급 등 통합운영으로 아성 구축

할리우드는 비단 영화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람뿐 아니라 세계 모든 사람들을 미처 경험하지 못한 세계로 인도하는 일종의 ‘매직 킹덤’이다. 이런 할리우드영화가 전세계인의 흥미를 자극하면서 ‘돈 버는 수레바퀴’가 된 데는 메이저 영화사들이 1930년대 대공항을 거치면서 생존을 위해 터득한 나름대로의 방식이 배경에 있다. 메이저 영화사는 할리우드의 6인방으로 타임워너, 디즈니, 뉴스코퍼레이션(20세기 폭스 등), 소니(컬럼비아), 바이어컴(파라마운트)과 MCA(유니버설)를 말한다. 최근 타임워너가 AOL과 합병해 AOL타임워너가 되고 유니버설은 프랑스계 비방디사가 인수했지만 이들 6인방의 아성은 흔들림이 없다. 이들의 생존전략은 우리나라를 포함, 아시아에서 소위 로컬메이저를 지향하는 국내 영화업계에도 귀중한 타산지석이 될 수 있다.할리우드 메이저들은 테마파크·방송·출판 사업 등에도 막대한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디즈니랜드(위)와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쥬라기공원먼저 이들 6개 메이저 영화사의 사업구조를 들여다보면 한 가지 놀랄만한 사실이 있다. 타임워너 등 가장 잘 나가는 메이저의 영업실적에는 영화부문이 총매출액의 3분의1 밖에 차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만큼 영화외에도 여러 사업을 다양하게 펼치고 있다. 그러나 흔히 할리우드 메이저라고 하면 먼저 영화사를 떠올린다. 여기에는 영화가 영상산업에서 차지하는 화려한 이미지에 원인이 있겠지만 경제적으로도 충분한 이유가 있다. 할리우드 메이저들은 전세계 영화시장의 80%를, 텔레비전 프로그램은 70%를, 음악은 50%를 점유하고 있다. 또한 이들은 미국 유료TV시장의 80%, 서적 및 잡지시장의 40%를 갖고 있고 테마파크와 방송네트워크 사업에도 막대한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영화, 매출비중 적지만 오락산업 ‘열쇠’ 역할할리우드 메이저들이 어떻게 해서 이러한 왕국을 만들어 왔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는 이들이 어떻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를 알아보는 것이 편리하다. 왜냐하면 영화 자체의 손익계산서를 들여다보면 고비용-저수익이라는 미국 영화산업의 속성을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미국영화계가 산업화 초기를 지나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각 영화사끼리 치열한 경쟁을 벌인 결과 이윤마진은 70년대 15%에서 90년대에는 7∼8%까지 하락했다. 이러한 상황은 메이저기업들로 하여금 어떻게 하면 사업상 위험을 관리하느냐에 집중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우선 할리우드의 메이저영화사들은 신생기업들이 감히 기존 시장을 뚫고 들어가기 어려운 장벽을 지니고 있다. 회사운영의 높은 경상비구조, 과거부터 축적된 엄청난 양의 필름라이브러리 등이 그런 예다. 메이저 영화사들은 활발한 영화배급을 위해 다수의 스태프진과 자체 제작시설 등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엄청난 경상비가 지출된다. 보통 한 배급사당 연간 최소 1억달러를 지출하며 이중 3분의1이 경상비로 나간다. 필름라이브러리는 메이저 영화사들의 연간수지를 맞추는 데 매우 요긴하게 활용된다. 위성방송·인터넷 등 새로운 채널이 급속히 등장하는 요즘에는 강력한 라이브러리를 소유하는 것이 기업의 장기적인 생존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KPMG라는 전문컨설팅업체에 따르면 필름라이브러리의 가치는 80년대 이래 최소 15배 내지 20배 상승했다고 한다. 요약하면 높은 경상비 지출과 방대한 양의 라이브러리 운영에는 영세기업들이 도저히 따라 갈 수 없는 막대한 자본운영 능력이 요구되는 것이다.영화의 고비용·저수익 구조는 메이저들을 사업다각화를 통해 수익구조를 다변화하도록 만들었다. 사실 영화사업의 진정한 가치는 영화에서 나오는 이윤보다 다른 사업과 함께 어우러져 나오는 부수입에서 온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사업전략을 일찍이 추구한 기업이 바로 디즈니다. 현재는 대부분 메이저들이 디즈니와 같은 사업다각화 방식을 추구하고 있다. 예를 들면 텔레비전 프로그램 제작, 테마파크, 소비재, 사운드트랙, 서적, 컴퓨터게임 등 가능한 모든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손을 뻗치고 있다. 여기서 영화는 메이저기업들이 이러한 엔터테인먼트왕국에 참여하는 ‘열쇠’가 된다.영화 제작부터 상영관 출시에 이르는 모든 사업부문을 통합해 운영하는 것도 비용과 수입을 통제해 기업의 소득구조를 안정화하려는 위험회피 전략이다. 메이저영화사들의 핵심사업은 제작에 있으나 현실적으로 이들 기업에 돈을 벌어다 주는 곳은 배급과 상영부문이다. 때문에 배급과 상영부문을 장악해 관리하는 일은 장기적으로 할리우드기업들이 생존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부를 축적하는 데 매우 중요한 경영전략이다. 이러한 경제적 동기로 인해 메이저 기업들의 CEO들이 지난 80년대부터 지금까지 사업의 수직적 통합에 엄청난 돈을 쏟아 붓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파라마운트와 타임워너는 많은 수의 극장들을 소유해 자사가 취급하는 영화들을 배급함으로써 안정적인 소득원을 제공받는다. 메이저사들은 극장체인을 소유함으로써 자신들이 거래하는 작품이 블록버스터로 성공할 수 있는 유리한 여건을 조성하기도 한다.메이저영화사들은 안정된 시장을 확보하기 위한 포트폴리오 전략도 병행한다. 메이저 기업들은 다양한 작품을 시장에 내놓기 위해 음반회사와 같은 몇 개의 레이블을 운영한다. 가령 디즈니사는 터치스톤·월트디즈니·미라맥스 등의 독립된 스튜디오를 거느리고 있다. 뉴스코퍼레이션도 20세기 폭스·폭스패밀리·폭스 2000·폭스 서치라이트 등을 동시에 운영해 작품을 공급한다. 이밖에도 메이저사는 같은 전략의 일환으로 다양한 예산규모의 영화를 제작하고 있으며 특히 대형배우를 고용해 흥행에 성공한 작품에 대해서는 같은 배우를 등장시킨 시리즈물을 출시함으로써 매출을 최대한 높이고 실패위험은 최대한 낮춘다.‘기관차전략’이라는 것도 있다. 이것은 영화에 따르는 파생시장을 최대로 활용해보자는 전략이다. 영화는 극장에서 시작해 비디오, 케이블TV, 외국시장 배급, 공중파 TV 방송 등 줄지어서 추가 수익을 만들어낸다. 여기서 객차들을 끄는 기관차역할을 하는 것이 영화다. 그러나 기관차전략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영화가 극장에서 반드시 성공을 거둬야 한다. 일부 예외가 있기는 하나 대부분의 영화는 극장에서의 흥행여부가 제작비회수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이 점이 바로 할리우드메이저들이 그토록 엄청난 돈을 들여가면서 블록버스터제작에 집착하는 이유다. 그만큼 극장에서 인정받으면 나머지 사업은 힘들이지 않고 순항하게 되는 것이다.모든 산업이 연구·개발에 많이 의존하듯 메이저 영화사들도 예외가 아니다. 메이저기업들은 시나리오개발과 라이브러리 권리구입에 쓰는 돈이 연간 3억∼5억달러에 이른다. 특히 기획부서는 많은 시나리오 개발자들을 보유하고 제작이 만족할 수준에 이르기까지 수정에 수정을 거듭한다. 한 메이저 스튜디오 기획간부는 “대본이 적어도 15∼20회 정도 수정되지 않으면 절대로 제작단계에 진입할 수 없다”고 말할 정도로 대본개발에 굉장한 힘을 기울인다.TV·라디오 동시다발적 마케팅 효과 ‘톡톡’제작이나 기획개발이 영화의 예술적 요소를 강조한다면 영화의 마케팅과 배급은 자동차나 음료수 등 여타 일반 소비재와 마찬가지로 산업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다시 말해 메이저 배급사들은 자신들이 출시한 영화가 가장 효과적으로 관객에 전달되도록 TV 라디오 인터넷 등을 통해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마케팅을 전개한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을 동원하려면 엄청난 마케팅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자본능력이 뒷받침돼야 하므로 이 또한 메이저영화사가 여타 중소업체에 비해 경쟁력을 가질 수밖에 없는 영역이다.영화사업의 가장 고약한 점은 블록버스터 영화라 하더라도 극장수입에서 얻는 이윤은 다른 산업에 비해 그다지 많지 않다는 데 있다. 이래서 메이저들이 취한 전략이 가격차별화다. 메이저사들은 과거 30∼40년대이래 제작·배급·상영 등의 사업부문을 자기 소유로 함으로써 영화에 대한 판매가격을 자유자재로 책정해왔다. 국내지역과 해외지역, 해외지역간 판매되는 영화의 가격이 다르게 판매하는 것이다. 또 매체·상영시차·방영횟수 등에 다른 구분은 물론 라이브러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가격책정으로 상품가치를 최대한 올리는 방법도 사용했다.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