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으나사나 PC제조로 승부한다

성장률 둔화·계열사 부실 등 ‘앞날 우울’ … 아시아 등 해외진출로 수익구조 개선나서

PC시장 둔화, 이익구조 악화, 계열사 부실 등으로 삼보컴퓨터의 미래가 불안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삼보컴퓨터가 위기라뇨? 지난해 매출이 4조원이었습니다. 99년과 비교하면 두 배가 늘었죠. 이 규모면 대우전자보다 많습니다.”삼보컴퓨터 관계자는 매출액이 두 배나 늘었는데 무슨 위기설이냐고 되물었다. 그러나 수익성 지표로 따지면 상황은 역전된다. 영업이익은 99년 9백7억원에서 지난해 5백1억원으로 4백억원 떨어졌다. 경상이익은 99년과 비교하면 5백억원이나 더 떨어졌다. 매출이 늘수록 이익폭은 줄어든 셈이다.더욱 불안한 것은 매출 총이익률(Gross Margin)이 99년 10.4%에서 2000년 6.5%로 떨어졌다는 사실이다. 통상 업계 평균이 20%인 것과 비교하면 삼보컴퓨터의 이익률은 상당히 낮다.이는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매출원가가 높은 것으로 반도체 가격과 수입전자부품가격 등 외부요인에 따라 영향받는 정도가 심각하다는 것을 나타낸다. 영업이익률도 96년 5.4%에서 99년 4.1% 그리고 지난해 1.4%로 떨어져 취약한 수익구조를 그대로 드러냈다.업계 전문가들은 컴퓨터 조립산업의 특성상 저마진 구조는 피할 수 없다고 분석한다. 그렇다면 삼보컴퓨터는 언제나 이렇듯 불안하게 미래를 기다려야 하는 것일까. 태생적으로 ‘박리다매’의 비즈니스 모델을 유지한 채 외부변수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면 매출 4조원의 대기업답지 않은 위상이다. 게다가 PC산업의 성장률 둔화라는 커다란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PC 부품업체 재고 늘어전자 부품을 생산하는 제조업체인 S사. 우량 벤처기업답게 올해 매출목표도 지난해보다 상향조정했다. 그러나 컴퓨터 제조업체에 납품하는 부품의 경우 올 매출목표를 대폭 낮췄다. PC경기가 좋지 않을 뿐 아니라 주요 거래처인 삼보컴퓨터에 나가는 부품이 창고에 쌓여있기 때문이다. 삼보컴퓨터에 나가는 부품의 재고기간이 지난해와 비교해 1.5배가 늘었던 것.실제 삼보컴퓨터의 생산량은 지난해 2분기부터 줄기 시작했다. 올 1분기 역시 내수와 수출이 지난해 수준을 밑돌았다. 지난 2월부터 수요가 점차 늘기 시작했다고 회사측은 말하지만 앞으로 계속 PC수요가 늘어날지는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최근 IDC 자료에 따르면 앞으로 PC 산업의 성장률이 점차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99년 성장률이 23.6%였으나 지난해 15.4%, 올해 10.3%까지 떨어질 것으로 분석됐다. 내년 반짝 반등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대세는 성장률 둔화다. 전체 매출의 90%를 PC가 차지하는 사업구조를 갖고 있는 삼보컴퓨터로서는 우울한 앞날인 것이다.미국 IT전문 조사기관인 가트너그룹의 보고서에서도 세계 기업체의 PC구입비의 증가율이 99년 12%에서 지난해 8%로 줄었고 올해 미국내 PC 판매대수는 지난해와 비교해 1%만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IDC 수석 애널리스트인 앤 부이는 “현재 미국 가정내 PC 보급률은 52%로 99년 이래 별로 변한 것이 없다”며 “이 비율은 2010년까지도 60% 중반에 머무를 것”으로 예측했다.(스탠다드코리아 인용) 암울한 분석이 마치 봇물 터지듯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김경모 미래에셋증권 연구위원은 “5백달러짜리 컴퓨터 한 대 팔아서 2만∼3만원 남는 장사로는 수지를 맞추기 힘들다”며 “미국의 델컴퓨터가 고성능 컴퓨터를 1천달러 이하로 판매하고 있어 삼보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정헌 삼성증권 연구위원도 “저가PC 붐으로 생산용량을 확대한 것이 지금와서 골칫덩이가 됐다”며 “분기별 30만∼40만대는 팔려야 수지를 맞출 수 있지만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이에 유태귀 삼보컴퓨터 홍보팀장은 “PC시장이 성숙기에 들어가지만 연간 10% 이상의 성장은 할 것”이라며 “포스트PC로 대변되는 디지털 기기도 PC가 없으면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에 PC 수요는 꾸준하게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직원들도 불안하다경기도 안산에는 세계 최대 PC 생산기지인 제1공장과 포스트PC를 생산하기 위해 만든 제2공장이 설립돼 있다. 불과 2∼3년전만 해도 수출효자로 유명세를 치른 곳. 그러나 요즘 직원들의 모습은 최대 생산기지로서 자부심이 부쩍 퇴색해진 느낌이다. 예컨대 최근 경영진에서 외관을 좀더 화려하게 만들 것을 주문하자 일부 직원들은 “PC경기의 둔화를 타개하기 위한 대책이 고작 껍데기를 바꾼다는 것이냐”며 실망했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L씨는 “직원이 만족하지 못하는 회사, 제품에 자신감이 없는 직원들이 있는 곳에 주가가 오를 수 있겠느냐”며 불안감을 감추지 않았다.현지 생산기지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불안해하는 부분은 크게 두 가지. 첫째는 안산 제1공장의 생산용량을 유지할 수 있는 대책이 있는가 하는 점이다. 주 매출처인 미국과 일본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과연 지난해 수준으로라도 컴퓨터 생산을 할 수 있는지 의구심을 갖고 있다.둘째, 제2공장에서 어떤 포스트PC 제품을 생산할 것인지 하는 부분이다. 아직 이곳에서는 PDA 등을 생산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며 체육복표를 발행하는 단말기 생산도 아직 준비중이다. 어느 디지털기기를 생산할 것인지 방향이 분명치 않다는 것이 직원들이 갖는 불안감의 정체다.이머신즈 신화 사라지나지난 3월22일 나스닥 퇴출이라는 1차 경고를 받은 이머신즈는 5월10일 나스닥 증권거래위원회로부터 청문회를 거친 뒤 최종 퇴출 여부를 결정짓는다. 이머신즈는 지난 99년 AOL과 마케팅 제휴로 단숨에 미국시장 점유율 3위를 차지했던 컴퓨터 유통업체. 그러나 해마다 누적된 부채와 손실로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아 주당 30센트로 뚝 떨어졌다. 퇴출 압박을 받고 있는 이머신즈는 판매방법의 다양화 등 영업개선책을 포함, 이의신청을 제출했지만 결과는 불투명하다.물론 이머신즈가 퇴출된다고 해도 영업활동이 중단되거나 파산하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이머신즈는 현금을 2억달러가량 보유하고 있는 등 당분간 펀딩이나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릴 필요는 없다. 그러나 미국시장에서 외면당한 이유는 그만한 현금자산을 갖고 있어도 결국 영업손실로 돈만 까먹을 것이란 분석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영업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지 현금자산을 얼마나 갖고 있느냐 하는 문제는 아니라는 얘기다.삼보컴퓨터 고위 관계자는 “이머신즈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지라도 청산 등 극단적인 조치는 없을 것”이라며 “케논과 제휴해 프린터기에 이머신즈를 묶어 판매하는 방법 등 다양한 마케팅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미국 기업내 직장인들끼리 공동구매로 컴퓨터를 구입하는 경우가 많아 이 시장을 중점적으로 노리는 마케팅도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전자유통전문업체인 베스트바이(BestBuy)출신의 일본계 3세 이노우에씨를 사장으로 영입했다.이 관계자는 “이머신즈가 컴퓨터 판매의 시너지를 높일 수 있는 업체를 M&A해서 볼륨을 크게 가져갈 가능성도 있다”고 귀띔했다. 현금 2억달러의 자산을 어떻게 사용할지 가늠할 수 있는 부분이다.또하나 삼보의 걱정거리는 인터넷 사업. 지난 99년 말 해외사업부 정철 부사장을 인터넷사업부 사장으로 앉히면서 2000년 1천억원을 투자, 인터넷 전문업체로 가겠다는 발표를 했지만 지난해 성과는 눈에 띄지 않았다. 두루넷 투자도 기대 이하이고 (주)솔빛 등 인터넷 회사에 출자한 지분을 매각하기 바쁘다. 사내에서도 지난해 인터넷사업부를 두고 극심하게 자리가 변하는 등 직원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증권업계 애널리스트들은 “삼보컴퓨터는 이익이 날 수 있는 구조를 갖추는 것이 급선무이지 외형확대만 해서는 대우처럼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생산 용량을 유지하기 위해 무리한 매출드라이브를 걸 경우 이익폭이 줄고 결국 손실만 입게 된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삼보컴퓨터는 앞으로 PC전문제조업체가 될 것인지 아니면 디지털 기기생산으로 주력사업을 변환시킬 것인지 명확한 비전발표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삼보의 선택에 따라 주주, 직원, 협력업체의 앞날이 좌우될 전망이다.인터뷰이홍순 삼보컴퓨터 부회장“올해 아시아·멕시코 시장에 주력”이홍순(42) 삼보컴퓨터 부회장과 인터뷰를 통해 회사의 경영상태와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이 인터뷰는 서면으로 이뤄졌다.PC산업의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습니다. 삼보컴퓨터로서는 심각한 상황인데요.시장상황이 좋지 않은 것은 분명합니다. 삼보의 지난 1분기 실적은 전년대비 70% 수준에 머물렀거든요. 하지만 지난 1월을 저점으로 점차 회복되는 추세에 있습니다. 성장률이 둔화됐다고는 하지만 세계적으로는 아시아 시장의 성장에 힘입어 20% 성장이 예상됩니다.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기억장치를 가진 컴퓨터가 사라지지 않습니다.영업이익률이 1%를 겨우 상회하는 등 수익구조가 불안합니다.영업이익률이 낮은 것은 사실입니다. 이는 PC가 생활필수품이 되면서 겪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제품과 시장의 다양화를 통해 이같은 수익구조를 극복하려고 합니다. 비용절감 측면에서도 유휴자산 매각, 물류 합리화, 재고기간 단축, 구매업체로부터 여신기간 확보 등에 힘쓰고 있습니다.삼보컴퓨터의 부품업체들은 삼보의 컴퓨터 생산 둔화로 매출목표를 줄이고 있습니다. 협력업체들과 상생의 길을 걸을 수 있는 대책은 있습니까.해외에 진출할 때 같이 간다거나 특정 품목을 공동 개발하는 방법 등 다양하게 협력업체와 공생관계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협력관계는 부품업체의 경쟁력에 달려 있습니다. 삼보의 생산감소로 입는 타격은 아직 크지 않다고 생각합니다.올해 해외진출 전략은 무엇입니까.올해는 중국 등 아시아 시장에 주력할 방침입니다. 현재 추진중인 시장은 중국, 동남아, 인도, 터키, 그리고 남미시장입니다. 또하나 주목할만한 점은 멕시코 진출입니다. 우리 매출의 50%가 미주지역에 집중돼 있는 만큼 물류 합리화를 이루기 위해 멕시코 공장 건설은 필수적입니다. 지금처럼 한국에서 완제품을 미국으로 해상운송할 경우 2주가 소요됩니다. 멕시코에 공장을 건설하면 물류시간이 하루로 줄어듭니다. 반면 네덜란드 공장은 삼보의 유럽 제휴선인 CHS가 도산해 삼보가 독자적으로 경영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공장이전을 추진중입니다.지난해 1천억원을 투자해 건설한 안산 제2공장은 앞으로 어떤 제품을 생산하게 됩니까.노트북과 모바일 제품 그리고 LCD 모니터 등이 생산될 것입니다. 오디오PC나 키친PC 그리고 노트북PC LCD모니터 등이 현재 생산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PDA나 핸드헬드(Handheld)기기 등이 생산될 예정입니다.삼보가 앞으로 전문 수탁가공업체로 방향을 잡는다면 수익구조가 좋아질 것이란 분석도 있습니다.삼보의 경우 자체 브랜드를 갖고 있는 것이 더 많은 비용을 수반하지만 아무래도 주문자상표생산(OEM)이나 주문자개발생산(ODM)방식보다 수익률이 좋습니다. 자체 브랜드를 강화하는 노력과 전문 수탁가공업체로서 경쟁력을 갖추는 노력을 병행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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