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한번의 골드러시가 일어나고 있다. 수익이 나올 법한 곳으로 자본과 인력이 모여든다. 거꾸로 말해 최근 자본과 인력이 모여드는 분야가 곧 유망한 업종이다. 요즘 돈과 사람이 몰리는 곳은 바로 엔터테인먼트 분야다.올초 게임업체인 엔씨소프트가 사원을 뽑기 위해 공고를 냈을 때 경쟁률은 무려 2백대 1에 달했다. 최근 동양그룹의 멀티플렉스 극장인 메가박스에서 마케팅 직원 한 명을 뽑을 때도 2천명이 지원했고 사원 5명을 뽑은 튜브엔터테인먼트에도 2천명이나 몰렸다. 이중에는 해외 유학파 등 쟁쟁한 이력을 가진 사람도 많았다.자본도 풍요롭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영화에 투자하기 위해 결성된 투자조합 펀드는 총 9개에 7백70억원에 달한다. 최근 화제가 된 영화 의 경우 1억원 인터넷 공모가 단 1분만에 매진되는 진기록을 세웠고 개봉 후 예상을 뛰어넘은 흥행 결과(개봉 15일만에 3백만명 관객 돌파)로 이 투자자들은 투자금액의 4배가 넘는 수익을 챙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영화 제작에 투자하기 위해 국내 영화계에 유입된 돈이 올해 안에 2천억원을 넘을 것으로 관계자들은 추산하고 있다. 전대미문의 액수다.그간 우리나라에서 엔터테인먼트는 산업이 아니었다. 엔터테인먼트란 스포츠 신문의 가십난에나 오르내려야 마땅한 것으로 취급됐고 ‘영화판에 뛰어든다’는 말은 곧 ‘집안 말아먹는다’와 같은 의미로 통용됐다. 한때 미국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의 이 벌어들인 돈을 자동차 몇 대로 환산해 나타내는 계산법이 인구에 회자되면서 엔터테인먼트의 기업화, 산업화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는 듯도 했으나 별 진전없이 유행으로 그쳤다. 로커스 홀딩스 김형순 사장 표현처럼 “자본시장에서나 사회적으로나 명백히 저평가된 분야”였던 것이다.하지만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생기고 이에 착목하는 자본과 기업가들이 나타나면서 이제 국내에도 미국의 ‘타임워너 AOL’ 처럼 거대한 복합 엔터테인먼트 산업체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메이저’를 꿈꾸는 기업이 등장하고 있다.‘고부가가치 산업’ 인식변화‘왜 엔터테인먼트인가’에 대한 이들의 대답은 간단 명료하다. 대단한 고부가가치 산업이라는 것이다. 더욱 매력적인 것은 레버리지 효과가 엄청나다는 점. 케이블 채널을 예로 들면 프로그램 공급자가 써야 하는 비용은 거의 고정돼 있다. 하지만 가입자가 늘어나면 수익은 그만큼 증가한다. 매출이 늘면 원료비, 제작비도 따라서 커질 수밖에 없는 제조업과는 다른 것이다.아직 국내에 제대로 된 ‘플레이어’가 없어 임자없는 땅이라는 것도 매력이다. 최근 영화 제작의 명필름, 게임의 엔씨소프트, 대중음악의 SM엔터테인먼트 등 경쟁력을 인정받는 콘텐츠 생산자들이 나타나고 있긴 하지만 아직 안정적으로 일정한 질의 생산물을 낼 수 있는 안정기에 도달했다고 보기는 어려우며 제작을 제외한 유통 부문은 이보다 더 열악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의 제작과 판매라는 전 과정을 아우를 능력과 자본, 시스템을 가진 기업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중에서도 영화는 꽃, 핵심 비즈니스다. 다음으로는 게임산업이 주목받는다. 동양그룹 계열의 미디어 지주회사 온미디어 김성수 상무의 의견은 이랬다. “한국 사람들이 뭘 잘 만들어낼 수 있을까? 의 일본흥행 등에서 보듯 영화는 이미 그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고 애니메이션은 아직 세계 수준에 이르려면 시간이 걸릴 것 같다. 게임은 영화 다음으로 가능성 있어 보인다.”‘엔터테인먼트 메이저 그룹’ 을 선언한 기업들의 출발점은 각각 다르다. 오랫동안 영화업에 종사하다 보니 주먹구구식 사업에 한계를 느껴 유사한 업종간 연합과 확장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 자발적 합종연횡도 있고(아이스크림), 엔터테인먼트를 21세기 유망 사업으로 판단해 자본과 인력을 투입, 판을 크게 벌이기 시작한 대기업도 있으며(제일제당, 동양, 한솔그룹), 회사의 전략과 비전을 모색하다 보니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와 궁합이 잘 맞아떨어진 경우도 있다(로커스 홀딩스).이렇게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지향점은 다르지 않다. 이들은 모두 자기 기업이 ‘글로벌 엔터테인먼트(또는 미디어) 메이저’가 되겠다고 호언장담한다. 이때 ‘글로벌’은 아메리카와 유럽 등 서구까지 아우르는 개념이라기보다 ‘아시아 1등’이라는 의미에 가깝다. 중국과 이슬람권 등 일부를 제외한 거의 모든 세계 시장을 선점해버린 미국 엔터테인먼트 메이저들과 경쟁해 이기기는 너무 요원하기 때문이다.하지만 미래는 밝기만 한가? 한국에서 출발한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 과연 멀지 않은 기간에 투자비를 회수하고 떼돈을 벌 수 있을까? 또 ‘메이저’가 될 것을 호언장담하는 이 기업들의 계획은 얼마나 실현 가능성이 있을까. 한국판 메이저를 꾸는 기업, 이들의 계획은 무엇이며 이 야심찬 계획을 현실로 만드는 길목에 걸림돌은 없을까. 출사표를 던진 기업들은 미국 거대 기업들의 선례를 통해 ‘꿈과 행복을 만들어 파는 공장’을 세우기 위해선 치밀한 계산과 논리, 그리고 오랜 기간이 필요하다는 교훈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