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자리 되찾자’ 홍보·정비작업 한창

고객유인 위해 주차시설·가로환경 개선 박차, 해외진출 e비즈니스 구축까지

남대문시장은 한국을 대표하는 대형 재래시장으로 서슴없이 손꼽힌다. 그러나 요즘 이런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분위기가 많이 위축돼 있다.서울시 중구 남창동 49번지. 지난 1414년 정부의 임대시전으로 만들어진 이래 6백년 가까이 한국 재래시장의 대명사로 자리잡아온 남대문시장이 자리잡은 곳이다. 2만여평에 1천7백여종의 품목을 판매하는 1만1백72개의 점포가 몰려 있다.‘남대문에 없으면 전국 어느 곳에도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곳에 터를 잡은 상인만도 5만여명에 이른다. 하루에 시장을 찾는 사람만도 평균 30만∼40만여명이나 되는 대형 쇼핑공간이기도 하다.(표 참조)외국인들에게 한국의 대표적 관광코스로 가장 선호도가 높은 곳도 바로 남대문시장이다. 지난 86년 아시안게임과 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부지런히 외국에 홍보한 결과다. 한국관광공사가 조사한 ‘2000 상반기 외래관광객실태조사’에서도 응답자중 가장 많은 48.4%의 외국인들이 남대문시장을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남대문시장은 한국을 대표하는 대형 재래시장으로 서슴없이 손꼽히기도 한다.그러나 요즘 남대문시장은 이런 ‘대표 재래시장’이란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분위기가 위축돼 있다. ‘이러다 남대문상권이 죽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올 정도다. 남문액세서리상가에서 10년간 액세서리를 판매해온 삼명사 김철환씨는 “예전엔 1백여명의 지방상인들과 거래하며 하루에 2백만∼5백만원의 매상을 올렸지만 요즘은 거래상인 5∼6명에 하루매상도 20만∼30만원에 불과하다”며 “(다른 곳은)오전 내내 개시도 못하는 곳도 허다하다”고 말했다. 중앙상가에서 외국인들에게 인기가 높은 인삼 김치 김 등을 판매하는 공주상회의 김호전씨도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해 그랜드세일과 축제 등의 행사를 벌이지만 판매가 늘지 않는다”고 말했다.남대문시장의 터줏대감들이 이처럼 토로하는데는 경기침체 탓도 있지만 동대문상권과 비교한 상대적인 정체와 그에 따른 경쟁력 약화가 보다 큰 원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남대문시장주식회사의 한 관계자는 “90년대 중반부터 매년 새로운 상가가 들어서고 밀리오레 두타 등의 초대형 상가들이 동대문상권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면서 쇼핑객들을 유인하는 강력한 역할을 한데 반해 남대문시장에는 그런 움직임이 없었다”고 말했다. 동대문시장의 발빠른 변신을 남대문이 쫓아가지 못하면서 재래시장의 간판자리를 빼앗겼다는 것이다.십시일반 돈 모아 홍보·상징물 건립 추진여기에 덧붙여 제조공장을 갖추고 도소매를 겸하던 남대문시장과 여기서 나온 물건을 떼다 팔았던 동대문시장의 위상이 역전되면서 자존심이 상한 점도 작용하고 있다. “지난 85년 남대문 청자상가의 화재로 동대문으로 자리를 옮긴 남대문상인들이 동대문패션의 첫 시작이었다”는 한 상인의 말이 그런 자존심의 한 단면을 잘 보여준다. 특히 대형쇼핑몰의 경우 남대문에도 메사와 굿앤굿 등이 잇따라 문을 열면서 일반인들의 주목을 끌기는 했지만 차별화와 고객 흡인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매장 구성을)영캐주얼을 위주로 해 동대문과 경쟁해야 하는데 아동복 액세서리 등 인근 상가들과 경쟁하는 매장구성으로 도움이 안된다”는 게 한 시장관계자의 말이다.주차공간의 부족도 남대문시장의 위축에 한몫 했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한국무역협회 남대문 외국인구매안내소의 고동철 소장은 “(동대문시장과 비교해)남대문시장은 아동복 액세서리 잡화 먹거리 등에서 장점이 많지만 상대적으로 주차시설의 부족이란 큰 약점이 있다”고 말했다. 삼성패션연구소가 지난해에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남대문시장의 주차문제는 큰 불만으로 꼽혔다. 현재 남대문시장주식회사측이 설명하는 남대문시장의 주차수용 능력은 20개 주차장의 2천여대. 그러나 매일 남대문시장을 찾는 지방상인·쇼핑객·관광객 등을 감안하면 수용능력이 부족한데다 메사 등 신축상가의 주차장을 제외하면 대부분 좁은 공간을 활용한 지상주차장으로 이용에 불편하다는 것이 상인들의 지적이다.이처럼 동대문시장과 비교한 남대문시장의 상대적인 격차가 크게 느껴지면서 남대문 상인들도 ‘대표 재래시장’이란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들이 가장 공을 들이는 부분은 홍보. 대표적 예가 지난 15일 남대문시장 4천5백여 점포 상인들이 남대문시장의 홍보를 위해 점포당 6천∼1만원의 돈을 십시일반으로 모으기로 했다. 광고대행사를 통한 효율적인 홍보로 퇴색해 가는 남대문시장의 이름을 되찾겠다는 것이다. 홍보전략의 한 방법으로 남대문시장을 상징하는 상징물 건립도 추진중이다. 시장을 대표하는 상징물로 타오르는 횃불을 아치형으로 만들어 시장입구에 세운다는 것이다.남대문시장의 문제점으로 끊임없이 거론되던 도로·간판·조명 등 가로환경 및 시설물 정비작업도 추진중이다. 눈이 어지러울 정도로 무분별하게 걸려있는 간판을 영어 일어 중국어 등을 병기한 간판으로 깔끔하게 정비하고 어두운 가로등과 상가내 조명을 밝게 할 계획이다. 아울러 한국무역협회 외국인구매안내소의 개설 등에 힘입어 수출과 해외 진출에도 전력을 기울이는 한편 전자상거래의 증가에 따른 e비즈니스 기반구축에도 힘을 쏟고 있다. 해외 진출의 경우 이미 중국 베이징과 미국 서북부 주요 도시 등에 진출을 추진중이며 외국인구매안내소를 통한 내외국인들의 상담도 올해만 2천5백58건에 이를 정도로 활기를 띠고 있다. e비즈니스는 남대문시장내 각 상가와 상품 등에 관한 세세한 소식을 전하는 사이트(www.namdaemunmarket.co.kr)를 개설한데 이어 얼마 전에는 도매전문 e마켓플레이스 구축에 들어가기도 했다.그러나 남대문 상인들의 노력들도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이 없으면 추진이 힘든 사업들이 많아 어떤 결실을 맺을 지는 두고 볼이다. 단적인 예가 고객들이 불편해하는 가로환경 및 시설정비. “(소요예산을 따져보면)몇백억원이 들어가는데 상인들로부터 그만한 돈을 걷을 수도 없어 정부나 서울시의 보조가 없으면 사실상 사업추진이 힘들다”는 것이 남대문시장주식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주차공간 확충도 남대문시장측은 남대문시장과 대한화재건물 사이의 도로지하에 4백여대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조성을 추진중이지만 민자사업방식을 원하는 지자체와의 의견조율이 이뤄지지 않아 답보상태다. 때문에 남대문 상인들은 “화끈하게 지원해줘야 남대문시장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재래시장이자 관광명소로 다시 살아날 것”이라며 정부측의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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