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취업난 속 창업 발길 ‘북적’ … 프랜차이즈·컨설팅 시장 급팽창
한번쯤 ‘내 사업’을 꿈꿔보지 않은 이가 있을까. 특히 IMF위기 이후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샐러리맨에게 창업은 공통의 꿈이다. 직장인 뿐 아니라 실직자, 주부, 미취업 대졸자 등에 이르기까지 창업희망 수요는 갈수록 증가 추세다. 1백50여 프랜차이즈 업체가 참가한 가운데 3∼4월에 잇따라 열린 소자본 창업 박람회에는 7만여명의 창업 희망자가 다녀가 뜨거운 창업 열기를 증명했다.이렇듯 실업률이 높을수록 창업 수요는 증가하게 마련이다. 98년 IMF위기 때부터 눈에 띄는 성장을 시작한 창업 관련 시장이 이를 증명한다.소자본 창업의 대명사격인 프랜차이즈업계의 경우 양적 팽창이 두드러진다. 지난 97년 5백개사에 불과했던 업체 수가 올해 초엔 2천여개사로 증가했다. 4년 동안 4백% 성장한 셈이다. 이들 업체에 가맹한 소자본 창업자는 줄잡아 50만명. 이들이 고용한 종업원까지 합치면 연간 1백만명 이상의 고용창출 효과가 있다는 계산이다. 한국프랜차이즈경제인협회 노용운 사무국장은 “국내 프랜차이즈 업종은 2백50여개에 이를 정도로 다양한데다 ‘대기업은 망해도 프랜차이즈는 망하지 않는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자리를 잡고 있다”고 말했다.하지만 창업이 곧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창업전문가들은 초보 창업자의 성공률이 15% 안팎이라고 말한다. 10명중 8명 이상이 예상했던 수익을 거두지 못할 뿐더러 실패의 고통을 안고 문을 닫는다는 이야기다. 이 경우에 입을 물질적 정신적 피해를 감안하면 창업 결심부터 준비, 개업 후 운영에 이르는 매 단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쉽게 보이지만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은 게 소자본 창업인 것이다.사업이 처음인 초보 창업가들의 증가로 반사이익을 누리는 쪽은 창업전문가들이다. 유재수 김찬경 박원휴 이형석 이경희 박주관 임경수 등 ‘1세대’로 불리는 창업 컨설턴트들은 요즘 각종 강의와 집필, 방송출연 등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이들은 자신들의 창업컨설팅회사를 통해 창업희망자를 만나 1대1 상담 혹은 장기 컨설팅 패키지를 제공한다. 수수료는 1∼2시간 상담이 3만∼10만원 선, 패키지형이 30만∼3백만원까지 다양하다.창업희망자 장기 컨설팅 패키지도 등장최근에는 자신의 전문분야를 특화시켜 지명도를 높이는 컨설턴트도 등장했다. 외식업 창업 전문인 맛깔컨설팅 이상화 실장, 소호비즈니스 전문인 작은가게창업연구소 심상훈 소장 등이 대표적이다.한편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소자본 창업 인구가 국가 경제의 근간을 이룰 정도로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미국은 프랜차이즈 가맹 사업자가 전체 소매 점포의 38%를 차지할 정도인데다 등 1백여종의 창업정보지가 인기리에 발간되고 있다. 일본 역시 프랜차이즈업계 매출이 해마다 1조엔 이상 증가하고 있고 20여종의 창업전문지가 호황을 누리고 있다.이에 비하면 국내 소자본 창업 시장은 태동기를 지나 성장기에 들어선 정도에 불과하다. 또한 창업 희망자의 동반자나 다름없는 프랜차이즈업계의 후진성도 문제로 남아있다. 과대 광고, 불공정 계약, 고의 도산 등을 막기 위한 법적 제재장치 마련이 무엇보다 시급한 상태다. 지난 2월10일부터 공정거래위원회가 프랜차이즈 표준 약관을 마련했지만 현재로선 외식업종에만 의무 적용되고 있다. 한 창업 컨설턴트는 “표준약관을 전 업종으로 확대하고 가맹점주 피해를 구제할 주무부서를 설치해야 한다”고 강변했다. 또 복잡한 절차를 거치도록 돼 있는 창업자금 대출 제도를 확대, 급증하고 있는 소자본 창업 수요를 뒷받침해야 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창업사례노용환 ‘프렌치키스’ 서울 홍대점 사장“신중한 업종 선택이 성공 열쇠”“샐러리맨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입니다. 모든 것을 혼자 판단, 결정해야 하지요. 앞으로 창업을 하려는 이들에겐 ‘절대 서둘지 말라’고 충고하고 싶습니다. 준비기간이 충분할수록 시행착오를 줄이고 성공확률을 높일 수 있거든요.” 서울 홍익대 입구에서 생과일 아이스크림점 ‘프렌치키스’를 운영하고 있는 노용환(33) 사장. 삼성그룹과 제너럴일렉트릭(GE)의 합작사인 삼성GE의료기기에서 마케팅 담당으로 4년2개월간 근무하다 사표를 던졌다. “40대 부장으로 직장생활을 마감하는 상사들에게서 희망을 발견할 수 없었다”는 게 ‘의원면직’의 변.퇴사 한달 전부터 창업 준비를 시작했다. 3개월간 방대한 양의 창업정보를 수집하고 관련 서적을 탐독했다. 서울 요지 상권에 나가 업종별 분포, 유동인구 등을 조사하고 업종을 좁혀 들어가는 등 창업 컨설턴트 뺨치는 분석력도 발휘했다. ‘튀는 상권에 맞는 신선한 아이템’으로 생과일 아이스크림전문점을 선택했고 예상은 맞아 떨어졌다.2년여가 지난 지금 노사장은 개업 당시 빌렸던 3천만원을 모두 갚고 새 아파트도 장만했다. 최근 20m 남짓 떨어진 위치에 똑같은 컨셉의 점포가 새로 생겼지만 별로 걱정하진 않는다. 경쟁에서 이길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창업에 앞서 자신에게 투자하세요. 원하는 업종에 종업원으로 들어가 일을 배우다 보면 그 사업에 대해 눈과 귀가 열릴 겁니다. 몸으로 하는 창업준비가 가장 든든한 밑거름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