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상권 파악·고객 성향 분석후 단골만들기 나서야 사업 안정화 가능
의류가게 / 샌호제이 ‘VIVI’ 장상영씨“그라시아스!(Gracias:스페인어로 ‘고맙다’는 뜻).” 그의 옷가게에서는 영어보다 스페인말이 더 자주 들린다. 그도 그럴 것이 이 곳은 주로 히스패닉이 거주하는 동네. 샌호제이 동남쪽으로 US101 프리웨이를 타고 가다 스토리(Story)로드로 들어가면 히스패닉이 주로 거주하는 동네가 나온다.장상영씨(42)는 이곳에서 VIVI라는 이름의 옷가게를 운영한다. 한국에서 광고대행사를 다니던 장씨는 97년말 회사가 부도위기에 몰리면서 직장을 잃었다. 2개월간 노동부사무소에 나가 실업자수당도 받았다. 불현듯 머리에 스친 것이 미국에 가야겠다는 생각.마침 샌호제이에서 옷가게를 하던 선배가 있었다. 98년2월 가족을 남겨놓고 이곳으로 왔다. 관광비자로 일하는 것이 불법이었지만 선배가게 일을 도왔다. 그해 여름 선배이름으로 융자를 받고 한국에 있는 집을 처분, 직접 가게를 차렸다. 이스트샌호제이의 쇼핑몰에 비디오숍을 하다가 망해나간 자리가 비어있었다. 망해나간 자리라 가게 리스비는 1만달러로 이 동네에서도 싼 편이었다. 여기에 물건값 7만∼8만달러와 인건비 등 10만달러를 초기 투자했다.오픈초기 매출은 월 4만1천달러. 처음엔 남녀의류와 아동복을 취급했다. 가게를 키우려면 전문화가 필요하다고 판단, 젊은 여성의류전문점으로 변신했다. 가게이름도 젊은 층에 어필할 만한 ‘VIVI’로 바꿨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매출은 계속 늘어 올들어 비수기에도 월평균 5만3천5백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실리콘밸리의 불황으로 이 지역 실업자가 늘어난 시기임을 감안하면 대단한 것이다.관리비와 인건비를 빼고 순이익비율은 약 20%정도. 월 1만달러가 순수입이다. 선배와 공동경영중인 옷가게는 VIVI라는 상호로 현재 3개로 늘었고 프랜차이즈로 발전시킬 것을 고려중이다.IMF때 실업수당을 받았던 사람이 연매출 70만달러(약 10억원)의 가게주인이 된 것은 거저 얻어진 것은 아니다. 미국에 와서 3년간 장씨가 쉰 날은 다 합쳐 일주일도 안된다. 옷값을 깎아주고 덤으로 매니큐어를 주는 등 단골만들기 투자가 매출로 이어지는데 2년이 걸렸다. 고객층을 이해하기 위해 인터넷으로 멕시칸들의 최신유행음악을 알아보고 가게에서 라틴댄스음악CD를 틀기도 한다.곧 취업비자를 받게 될 장씨는 미국땅이 자영업에 아주 좋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가게 하는데 관공서 경찰서 방범대 수십곳을 거쳐야 하지요. 여기서 3년간 가게일을 하면서 관공서 사람은 만나본 적이 없어요.”그로서리마켓 / LA 선랜드 홀세일마트 김선규씨프리웨이 5번은 태평양을 따라 미국 서부를 관통하는 고속도로다. 5번을 타고 LA 동북쪽으로 가면 선밸리(Sun Valley) 지역이 나온다. 이곳에서 도매를 겸한 그로서리마켓인 선랜드 홀세일마트(Sunland Wholesale Mart)를 운영하는 김선규(44)사장은 월급쟁이 탈출차원에서 미국투자이주를 결심했다.그로서리마켓을 운영하는 선랜드 홀세일마트 김선규씨.그는 국내 최대 S그룹 계열사를 다니다 98년 IMF때 사직하고 미국으로 왔다. 위스콘신대에서 유학했고 미국출장도 자주 다닌데다 LA에 친척이 있어 미국은 낯설지 않았다.또 업종이나 자금조달방안 등에 대해 한국에서 어느 정도 준비하고 와 투자대상 결정에 걸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었다. 경기를 덜 타는 그로서리마켓을 선택했다. 컴투USA라는 LA의 이민컨설팅업체에 자문을 의뢰, 몇 개의 업소를 소개받아 백인과 히스패닉이 혼합된 지역인 선밸리지역의 그로서리마켓 인수를 결정했다. 인수금액은 가게가 35만달러, 물품 10만달러로 45만달러정도. E-2 투자로는 비교적 큰 규모다.가게인수금액의 일부는 미국 한인은행에서 대출받았다. 당시엔 관광비자상태라 미국내 신용이 없었지만 먼저 가게주인의 세금납부실적이 있어 쉽게 융자받았다. 한국에 있는 부모와 형제들로부터도 돈을 꾸었다. 친지들에게 돈을 꾸면서까지 투자규모를 크게 잡은 것은 “적게 투자하면 적게 벌고 많이 투자하면 많이 번다”는 생각 때문.가게를 연 것이 99년1월. 그는 스페인어를 배워가며 동네의 히스패닉 단골들을 늘렸다. 매출은 크게 늘어 최근 하루 평균 5천달러에서 7천달러 정도의 매상을 올린다. 물품비 인건비 등을 빼고 순수익은 25%정도. 첫 해에 작은 아파트도 한 채 샀다. 캘리포니아 일대 주택가격의 상승으로 집값도 꽤 올랐다. 비자도 합법적인 E-2비자로 변경했다.화이트컬러직장 대신 미국의 슈퍼마켓운영자로 그를 변신하도록 몰아부친 동인은 월급쟁이로부터 벗어나겠다는 결심이었다.김씨는 “월급쟁이는 결국 남을 위해 일하는 겁니다. 샐러리맨의 꿈이 결국 자기사업 아닌가요”라고 반문한다. “한국에 남았더라도 미래가 불투명한 샐러리맨은 그만두고 자영업을 선택했을 것”이라고 김씨는 말한다.프랜차이즈 / 노스리지 글로리아 진스 김복희씨김복희씨(40)는 한국인으로는 드물게 미국내 메이저 프랜차이즈의 하나인 글로리아진스(Gloria Jean’s) 커피숍을 운영하고 있다.LA 북쪽 노스리지(Northridge)의 대규모 패션센터내 쇼핑몰안에 위치한 그의 가게는 거의 50만달러의 적지 않은 투자가 들어갔다. 미국의 대형 쇼핑몰은 백화점들과 전문점들이 입점해 있어 유동인구가 많다. 따라서 ‘좋은 목’으로 분류되고 점포매매 가격도 높다. 게다가 독립점포가 아닌 프랜차이즈 점포는 로열티 등이 있어 투자규모가 더 커진다.김씨가 현재 운영하는 글로리아 진 커피체인은 지난해 7월 김씨가 가게 자리를 리스해 새로 점포를 냈다. 글로리아 진스 본사가 업주에게 요구한 최저 투자규모가 50만달러였다.김씨는 아침 8시에 가게를 열어 아이를 학교에서 데려와야 하는 오후 2시30분에서 3시 정도에 퇴근한다. 직원들에게 계산대를 맡기고 퇴근하는 것은 비디오카메라로 가게를 24시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커피맛 관리를 위해 매일 각 종류의 커피 맛을 체크할 정도.현재 비수기지만 월매출은 10만달러 내외이고 매출의 8%를 로열티로 본사에 낸다.“미국인들은 유통분야에서는 잘 알려진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선호해요. 본사가 충분히 관리하고 있다는 믿음 때문이지요. 독립점포에 비하면 대체로 실패 리스크가 적다고 할 수 있습니다.”중소기업 현지투자 / 글로벌SI 차도순 사장중소기업의 해외투자는 종종 현지정보 미비와 초기 투자비 부담으로 시행착오를 겪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 백색가전용 전자부품 및 자동차부품을 생산하는 세일상역의 차도순 사장(원내 사진)은 자신이 직접 뛰어들어 지난해 9월 LA에 글로벌SI라는 이름으로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설립 6개월만에 이곳에서 새로운 공급계약도 따냈다.“우리 회사 생산물량의 대부분이 일본업체의 미국 현지공장에 가는 겁니다. 고객업체 애프터서비스 차원에서 현지법인을 냈는데 와보니 현지 밀착마케팅을 토대로 한 비즈니스 확대기회가 많더군요.”투자비는 소형점포 투자비에 불과한 현지법인 자본금 10만달러 정도. 초기투자비와 운영비를 줄이기 위해 직원을 뽑지 않고 LA시내 윌셔(Wilshire)가 사무실 임대, 월세집 계약, 집기류 구매 등 모든 과정을 직접 했다. 직접 하기 어려운 회계쪽은 회계사무실에 아웃소싱했다. 사무소 설립 6개월만에 오래전부터 뜸만 들이던 일본 도요타자동차계열부품업체와 부품공급계약을 맺었다.차사장은 앞으로 미국내 자동차생산 및 부품업체에 한국에서 생산하는 부품을 공급하고 전자제품은 아웃소싱을 통해 사업규모를 늘린다는 계획이다.중소기업으로서 저렴한 비용에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단시일내 영업성과도 올린 차사장은 “미국은 리스크와 리턴이 명확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미국시장을 잘 이해하면 중소기업들도 초기투자비를 크게 줄이고 진출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