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은 가능하면 많이 나와도 좋다”

편협된 시각 버리고 적극적 자세로 생각해야 … 섣부른 이민은 직업 불만·가정 갈등 초래

미국은 이민자로 구성된 사회다. 때문에 각 나라의 이민역사와 이민자들의 문화는 곧 미국역사와 문화의 일부다. 한국 이민자들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연구는 한국의 이민사인 동시에 미국의 역사연구인 셈이다. 한국이민사회를 포함한 아시아계의 이민사회를 연구하고 있는 뉴욕시립대 사회학과 민병갑 교수는 이 분야에서 최고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뉴욕타임즈 워싱턴포스트 등 각종 언론들도 아시아이민사회에 관련해 인용할 일이 있으면 당연히 그를 찾을 정도다. 뉴욕시 퀸스에 있는 연구실에서 민교수를 만났다.한국인들의 미국이민을 어떻게 평가하는지.이민은 가능하면 많이 나와도 좋다고 생각한다. 좁은 국토에서 많은 인구가 꼭 함께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 이민 와서 국적이 달라지더라도 다 같은 한국인이다. 이민 와서 성공하면 조국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도 더욱 많아진다. 이민에 대해 편협된 시각을 갖지 말고 적극적인 자세로 대하는 게 좋다.이민가정의 문제점도 한둘이 아닌데.모든 일에 양면성이 있다. 이민도 마찬가지다. 섣부른 이민이 많은 문제점을 낳는 것도 사실이다. 때문에 이민을 생각할 경우 이민 와서 할 일이나 자녀들의 학력 수준과 나이 등을 잘 고려해야 실패하지 않는다. 무턱대고 오는 이민은 바람직하지 않다.최근의 이민동향은 어떠한가.한국으로부터의 이민은 지난 87년 3만6천명으로 가장 많았다. 올림픽이 열렸던 88년 이후부터 조금씩 줄어들어 지금은 연 1만5천∼1만6천명선이다. IMF경제위기 이후 불법체류자가 많이 늘어나는 등 이민이 다시 증가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공식통계는 통상 2∼3년 뒤에 나오는 만큼 아직 뭐라 속단하기 이르다.이민 와서 주로 어떤 일을 하는가.일의 질이 문제지만 할 일은 많은 편이다. 이민 1세대들이 정착단계에 들어가면서 한인상점이나 식당 등 일자리는 늘어나는데 이민이 줄어드는 추세여서 한인노동자들이 부족한 실정이다. 처음와서는 대부분 업종은 달라도 육체노동에 종사한다는 점이 비슷하다. 물론 이렇게 시작하는 것이 물정도 모른채 사업을 벌이다 실패하는 것보다 좋은 점도 있다.이민가정의 만족도는 어느 정도인가.일반적으로 얘기하긴 어렵다. 하지만 조사결과를 보면 중년층은 만족하지 않고 노년층이 만족하는 경향이 높다. 중년층은 자기 수준에 맞는 직업을 영위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대부분이 대졸출신인데 그에 걸맞은 일을 하지 못하니 속으로 불만이 많은 편이다.노년층이 만족하는 것은 의외인데.미국은 자식들과 떨어져 사는 것이 당연한 문화다. 또 각종 사회보장제도 때문에 그게 가능하다. 자식들이 한국으로 돌아가면 노인들만 남는 경우까지 있다. 시정부에서 한국 노인들이 소일삼아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무료로 땅을 대여해주는 등 정부의 노인정책이 매우 좋은 편이다. 때문에 예상과 달리 노인들의 만족도가 높게 나타난다.이민가정의 문제점은 주로 어떤 것인지.이혼이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 정확한 통계는 알 수 없지만 이혼율이 한국쪽보다 미국쪽에 접근하는 경향을 보인다. 주된 이유는 남편들이 가부장적인 권위를 유지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곳에선 여성들도 똑같이 일을 해야 먹고 사는데 집에와서 가사일까지 도맡아 하다보니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자녀들과의 세대갈등도 문제가 될텐데.그건 더 심각한 편이다. 미국교육을 받은 자녀들은 당연히 미국적 생각을 갖게 된다. 가정내에 문화적 이질감이 자리잡는 셈이다. 특히 많은 가정에서 자녀들이 한국어를 하지 못해 부모와의 대화마저 단절되기도 한다. 어느정도 경제적인 안정을 얻은 가정에서도 언어문제 때문에 한집에서 사는 자녀들과 속내를 터놓고 얘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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