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군 좋은 카운티마다 유학생 ‘북적’

버겐카운티, 학급 절반이 한국인 … 학교적응 실패해 가출사례 많아

뉴욕 맨해튼에서 허드슨강을 사이에 두고 이웃하고 있는 뉴저지주 버겐카운티. 미국에서도 학군 좋은 동네로 손꼽히는 카운티다. 맨해튼과 버겐카운티를 잇는 유일한 다리는 조지위싱턴브리지. 이 다리를 건너면 포트리라는 상업지구가 나온다. 버겐카운티에서 가장 번화한 이곳 인구의 3분의1은 한국교포들이다.'이태원보다 더 한국적'이라는 포트리 상업지구 한인상점.이 버겐카운티에 요즘 ‘서울 강남의 옆동네’라는 별명이 붙었다. 서울 강남에서 이곳에 유학생을 보낸 집이 하도 많아 이웃동네 얘기하듯 한다는 말이다. 과장된 말이지만 그렇게 틀린 말도 아니다. 포트리는 각급 학교 학생의 절반 가량이 한국학생이다.버겐카운티와 달리 맨손으로 이민오는 사람들이 주로 정착하는 지역은 뉴욕시 퀸즈의 플러싱. 뉴욕 뉴저지 코네티컷 등 뉴욕 주변에 거주하는 40만동포중 절반 가량이 생활하는 한인사회의 중심지다. 한국교포들이 워낙 많아 학교에서도 한국학생이 주류다. 미국사회가 다양한 사회인 것처럼 교포사회도 마찬가지다. 처음부터 이민을 결심하고 나온 사람, 유학이나 주재원으로 있다가 눌러 사는 경우, 관광으로 와서 불법체류중인 사람 등 비슷한 케이스가 드물 정도다.하지만 한가지 공통점만은 뚜렷하다. 어떤 경우든 자녀교육에 최선을 다한다는 것. 한인밀집지역마다 서울과 비슷한 과외학원이 호황을 누리고 이민의 성공여부를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수준으로 평가하는 현실이 이를 반영해준다.한국 공기업체의 뉴욕사무소에서 청소 등 허드렛일을 하는 김정순씨(48, 여). 91년 사업에 실패한 남편을 따라 연년생 아들 딸과 함께 미국 이민길에 올랐다. 남편은 청과물상에서 육체노동을 하는 등 부부가 갖은 고생을 다했다. 그러나 올 봄 모든 고생이 한 순간에 씻겨져 버렸다. 큰 딸이 하버드대학 합격통지서를 받은 것. 아들도 늘 ‘올A’라 명문대 입학은 따논 당상이다.이민영양은 뉴욕시 브롱스과학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이민온 이양은 중학교 초기엔 영어 때문에 고생했지만 열심히 공부해 브롱스과학고에 들어갔다. 이 학교는 졸업생의 40% 정도가 아이비리그에 들어가는 뉴욕 인근의 명문중의 명문고. 한국학생 숫자가 20%에 달한다. 이양은 한국말도 잘하고 한국책도 즐겨 읽는다. 미국에선 요즘 ‘이중언어’를 강조하고 있어 이양은 우수한 학생들이 모인 학교에서도 더욱 우수한 학생으로 꼽힌다.반대의 경우도 많다. 박호원씨(45)부부에겐 이민이 최악의 선택이 됐다. 95년 이민왔지만 넉넉지 못한 경제사정 때문에 부부가 매일 일을 하고 밤늦게 집에 돌아오는 생활의 연속이었다. 중학교에 다니던 두 딸이 학교생활은 어떻게 하는지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결국 학교적응에 실패한 두딸은 모두 가출해버렸고 그 뒤부터 부부는 아이들을 찾는데 모든 시간을 다 쓰고 있다.한국식 과외학원 호황… 식지 않는 교육열남학생들은 마약을 복용하는 경우도 많고 일부는 폭력조직에 들어가 총격사건을 벌여 신문에 오르내리기도 한다. 부부가 모두 일해야 생활이 가능한 이민가정에서도 이런 일이 생기지만 아이들만 조기유학 와서 부모의 통제권에서 벗어난 경우에 더욱 빈번하다. 이민가정의 대부분은 부모가 함께 일하지 않고는 생활하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특히 한국사람들이 선호하는 학군 좋은 지역은 집값이 비싼데다 생활비가 많이 들기 때문이다.가정생활도 순탄치만은 않다. 대졸 이상의 학력을 가진 사람들이 교육수준과 관계없는 일을 하다보니 직업에 대한 스트레스가 깔려 있다. 게다가 여성들도 똑같이 일하지만 가부장적인 전통에 익숙한 남성들이 가사일을 잘 하려 들지 않는다.그러다보니 부부간에 갈등이 커지고 결국 갈라서는 비율이 높다. 오랫동안 기다렸던 ‘아메리칸드림’이 ‘나이트메어’로 끝나는 경우도 적지않은 게 이민사회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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