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맘때면 바빠지는 곳들이 있다. 히트상품을 선정하는 곳들과 이들로부터 자사제품이나 서비스가 히트상품으로 선정되기 위해 각축을 벌이는 업체들이다. 한때 히트상품 선정이 남발된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히트상품의 반열에 오르기 위한 기업들의 열기는 식지 않는 모습이다. 올 상반기 히트상품을 선정하기 위해 공모를 진행중인 한 신문사의 관계자는 “12개 부문에서 히트상품을 뽑는데 보통 1백여개의 업체가 몰린다”며 “식음료 가전 자동차 등에서 특히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이처럼 기업들이 히트상품 선정에 집착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우선 히트상품이 새로운 상품을 추구하며 유행에 민감한 소비주도집단과 이들과 동조하려는 소비자층에게 구매유발 효과가 큰 점을 들 수 있다.특히 영화 게임 음반 등 문화상품의 소비자들이 이런 동조화가 강해 종종 구전마케팅이나 언론을 통한 대대적인 홍보로 아직 체험하지 못한 다른 소비자들을 유도하기도 한다.일반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광고나 홍보를 통해 히트상품 선정을 집중적으로 알리거나 이벤트 캠페인 등을 전개하면서 소비자들의 주의를 환기시킨다. 모두 소비자심리를 자극하는 것이다.한양대 경영학부 홍성태 교수는 “히트상품은 소비자들의 구매를 자극하거나 실제구매로 연결시키는 효과가 큰 데다 기업내부적으로도 동기부여 효과가 커 기업들은 히트상품 선정에 많은 신경을 쓴다”고 말했다.롱런 상품, 기업 대표브랜드역할 톡톡소비자들에 대한 심리적 소구와 구매유발은 궁극적으로 매출증대나 이미지제고 등 기업경영에 플러스 요소가 된다. 지난해 음료 가운데 히트상품으로 꼽힌 롯데칠성음료의 ‘2% 부족할 때’만 해도 이 회사 전체 매출액(9천억원) 가운데 19%(1천7백억원)를 차지할 정도였다. 심지어 경영위기에 몰린 회사를 일으켜 세우기도 한다.적자누적 사업제한 등으로 경영난을 겪던 기아를 기사회생시킨 봉고와 만년 2위인 조선맥주(지금의 하이트맥주)를 시장점유율 1위로 등극시킨 하이트 등이 집안을 일으켜 세운 ‘비아그라’로 거론되는 사례들이다.기업이미지 제고나 브랜드파워 확대 등 무형의 효과도 상당하다. 특히 롱런하는 상품의 경우 기업이미지의 확대·제고를 담당하는 대표브랜드 역할까지 한다. 농심의 새우깡, 동아제약의 박카스, 제일제당의 다시다, 동양제과의 초코파이 등이 그런 예다. 20∼30년간 꾸준히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면서 기업을 대표하는 ‘열 자식 안 부러운 똑똑한 자식 한명’으로 자리잡은 상품들이다.히트상품이 시장에 처음 등장한 신제품의 경우 모방제품이 등장할 때까지 시장지배가 가능한데다 설령 모방제품이 나오더라도 시장주도자로서 규모가 커지는데 따른 반사이익이나 신제품 개발·출시로 발빠르게 선회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기업들이 사내외에서 ‘홈런’을 칠만한 신제품 아이디어를 ‘사냥’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가공밥시장이라는 카테고리를 만들어낸 제일제당의 ‘햇반’이 그런 예다.지난 96년 첫 출시후 독식해온 가공밥시장에 다른 기업이 뛰어들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신규업체의 참여로)오히려 시장규모가 커지고 그에 따른 파이도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는 게 제일제당 식품CMG 장인종 부장의 말이다.히트상품, 개발보다 관리 더 중요이처럼 기업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게 히트상품이지만 이는 결코 우연히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소비자 수요와 시장 흐름에 대한 정밀한 파악, 사회·문화적인 트렌드의 이해, 신기술 개발, 기업의 마케팅 등이 복합적으로 버무려져 나오는 제품이다.(그림 참조) 그만큼 많은 시간과 비용이 투입된다.롯데칠성음료 정황 상무는 “신제품개발에만 적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1년이라는 기간이 소요되며 제품컨셉 수립-국내외 시장조사-소비자조사-테스트-제품명과 디자인 개발·확정-원재료 구입-가격조사-출시-광고로 이어지는 프로세스를 거치다 보면 최소한 50억원 이상이 신제품 개발에 들어간다”고 말했다.이처럼 히트상품의 영향력이 크고 이에 대한 기업들의 투자나 관심이 크지만 짚고 넘어가야 할 과제들도 적지 않다. 특히 히트상품이 브랜드파워 구축의 첫 걸음이라는 점에서 기업들이 히트상품에 대한 접근을 재검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세계적 명품도 장기간 걸친 전략상품들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은 히트상품이 초기의 성공을 지속하지 못하고 단명하는 경향. 한양대 홍교수는 “히트상품 개발후의 관리가 더 중요한데 요즘 기업들은 이를 소홀히 하는 경향이 많다”고 지적했다.소비자와 사회·문화적인 트렌드의 변화, 차별화의 실패, 시장수요 예측의 실패 등 여러 원인이 히트상품의 수명을 짧게 만들지만 기업이 이를 관리하면서 롱런하는 장수상품으로 연결시켜야 한다는 것이다.무분별하게 범람하는 히트상품의 모방상품도 심각한 문제로 제기된다. 금강기획 마케팅전략연구소 김주호 소장은 “제품개발·출시는 기업의 사업내용이나 이미지 등을 연결시킬 수 있는 장기적·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며 “위험회피 등의 이유로 (히트상품의)모방상품을 내는 것은 결국 제살 깎기”라고 지적했다.김소장은 또 “히트상품의 개발이 궁극적으로는 브랜드파워 구축까지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이른바 세계적인 명품이라는 것들도 들여다보면 초기 히트상품들이 장기간에 걸친 브랜드 전략으로 이뤄진 상품들이라는 것이다.이를 위해 “제품 매출액이나 사람이 아닌 ‘조직’이 브랜드 관리의 중심에 서서 히트상품으로 얻은 브랜드의 일관성과 연속성을 유지하며 전략을 펼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김소장의 말이다.히트상품의 심리학“소비자는 설득당하기 싫어해”최근 일본의 경제주간지 는 ‘히트상품의 심리학’이라는 커버기사에서 히트상품으로 엿본 소비자심리를 다뤘다. 이 책에 실린 ‘심리테크닉, 팔리는 10가지 법칙’을 소개한다. 도쿄심리컨설팅 이토 아키라 사장의 에서 발췌한 내용으로 경험적인 조사를 토대로 한 판매촉진방법이다.● 상상법=케이블TV에 대해 많은 정보를 준 것보다는 이를 즐기는 모습을 상상케 하면서 가입을 권유한 것이 실제 가입자 계약에서 훨씬 나은 결과를 보였다. 소비자는 설득당하기보다 자신의 상상에 따라 움직인다.● 이유를 붙여라=무조건적인 임금삭감에는 62%가 부당하다고 느끼지만 ‘인플레 때문’처럼 합당한 이유를 붙이면 21%로 줄어들었다. 소비자는 ‘공정하다’ ‘불공정하다’는 것에 민감하다. 납득할 만한 이유를 붙여라.● 앵커링크=소비자의 구매판단은 ‘마음의 비교점’(앵커)에 좌우된다. 3만원짜리 상품을 살 때 20만원짜리 상품을 봤을 때와 1만원짜리의 상품을 봤을 때의 가격 저항감이 다르다. 소비자가 구매시 고려하는 심리적 기준점를 찾아 비교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컬러마케팅=런던의 자살명소인 한 다리를 검은색에서 녹색으로 바꾼 후 자살자가 3분의1로 줄었다. 컬러마케팅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공포에 호소하라=공포는 인간을 움직인다. 그러나 지나친 위협을 느끼면 사람은 분노를 느끼게 되고 억압과 부정의 심리가 움직인다. 적당한 공포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 패턴의 법칙을 활용하라=언어의 뉘앙스에 따라 구매의욕이 달라지며 좋은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상품이 잘 팔린다. ‘새로운’ ‘건강에 좋은’ ‘가벼운’ ‘빠른’ 등의 언어를 사용하거나 동물 아기 미녀 등 기분을 좋게 만드는 이미지를 주는 방법이 효과적이다.● 슈퍼마켓이론=통로의 가장자리나 계산대 근처, 눈높이 위치에 진열한 상품 등이 잘 팔린다. 또 1개 5천원으로 파는 것보다 2개를 묶어 1만원으로 팔면 바뀐 것이 없음에도 판매가 늘어난다.● 피크테크닉=길가에서 ‘돈주세요’하고 구걸하면 23%만이, ‘1센트만 주세요’하면 과반수의 사람이 지갑을 연다. 호기심이나 주의를 환기시켜야 한다.● That’s not all=복주머니를 공짜로 주면 용도보다는 ‘얻었다’는 점에 관심을 기울인다. 덤이나 끼워팔기가 효과적인 것도 이 때문이다.● 희소성의 법칙을 이용하라=소비자는 얻기 힘든 것에 구매욕을 느낀다. 개수를 제한하는 프리미엄상술이나 캠페인기간을 정한 기간제한상술 등이 그런 심리를 활용한 상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