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차산업 리드하는 ‘대표주자’

고부가가치 차량 판매 늘어 성장성 ‘탄탄’… 중국 일본 등 해외시장 적극 공략

에쿠스 신차 발표회지난 4월 현대그룹에서 분리된 현대자동차는 총자산만을 놓고 볼때 국내 5위의 거대 기업이다. 거느리고 있는 종업원만도 26만여명(협력업체 종업원 15만명 포함)에 달한다. 앞으로 10년안에 세계 5대 자동차 메이커로 부상한다는 야심찬 목표를 설정하고 약진중이다.이런 원대한 목표달성 가능성은 지난해이후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매출에서 뚜렷하게 엿볼 수 있다. 국내외 경기침체와 세계 자동차산업의 실적부진에도 지난 1분기에 37만3천대를 판매, 매출 5조5백77억원에 2천7백5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했다. 창사 이래 최대의 경영실적이었다. 판매량은 2000년 같은 기간에 비해 2.4% 증가했을 뿐이지만 매출액은 18.1%, 세전이익은 50.2%나 증가하는 큰 신장세를 보였다. 비싸면서 부가가치가 큰 중대형 승용차와 레저용 차량(RV)을 잘 팔았던 덕분이다. 이와 함께 전체 수출이 19만대에서 21만1천대로 10.7%가 느는 등 수출비중이 확대돼 그만큼 환율이 평가절하된 반사이익도 컸다. 수출 주력 차종인 아반떼와 EF쏘나타의 판매량이 는데다 지난해 하반기 북미시장에 투입한 중대형 승용차 그랜저XG와 레저용 차량 산타페도 호조를 보였다. 이처럼 고가 차량의 판매 비중이 크게 늘면서 수출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1.4%로 수직 상승했다. 또 순이익 증가에 따른 잉여금을 확보하고 다임러크라이슬러에 1%의 지분(2백29만8백주, 약 4백78억원)까지 매각하면서 부채비율을 지난해말의 1백35.7%에서 1백32.1%로 2.7%나 떨어뜨릴 수 있었다. 올해뿐 아니라 지난해에도 매출액 18조2천3백10억원, 세전이익 7천8백2억원(매출 대비 4.3%) 등 창사 이래 최대의 경영실적을 올렸다.해외사 제휴로 브랜드 인지도 강화이같은 매출신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란 게 회사측의 전망이다. 최근엔 해외 언론도 호평한 그랜저XG의 경우 이미 내수 판매 누계 10만대를 돌파했다. 지난 4월 에쿠스도 1천2백79대가 팔리면서 출하 이후 월간 최대실적을 거뒀다. 올들어 새차 신모델도 계속 내놓고 있다. 지난 5월엔 2001년형 아반떼XD를 비롯해 2001년형 베르나와 프로 트랙터, 그리고 2륜구동 테라칸 등을 잇달아 출시했다. 올해 내수 67만대 수출 1백5만대 등 총 1백72만대를 팔아 20조4천억원의 매출과 매출 대비 5%의 세전이익을 올리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그간의 수출 실적에 힘입어 세계 상위 자동차 메이커로 부상하기 위해 해외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10년쯤이면 자동차 보유대수가 5천만대 규모로 예상되는 중국시장이 1차 타깃이다. 지난해 12월 중국 대만 홍콩 마카오 몽고 등 중화권 사업을 총괄할 부서를 만들고 이 시장을 적극 공략중이다. 우선 경차 소형승용차 승합차(RV포함) 버스 화물차 등 5개 차종을 중심으로 현지 생산체제를 갖췄다. 연산 5만대 규모의 소형차 합작공장을 가동중인 지앙수위에다그룹에 3억달러를 투자, 생산능력을 30만대 수준으로 확대하는데도 합의했다. 중국을 글로벌 5대 메이커 진입을 위한 전략적 생산기지로 삼는다는 방침이다.일본 역시 지속적으로 판로를 뚫고 있다. 지난해 2월 현대모터재팬(HMJ)을 설립, 올해말까지 30개의 판매망을 구축할 참이다. 지난 5월엔 일본내 중견기업인 MK택시 그룹과 상호 업무 협정서도 교환했다. MK브랜드와 공동으로 판매 애프터써비스 고객관리 등 업무를 추진키로 했다. 제품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일본 택시시장을 집중 공략할 계획이다. MK택시그룹을 통해 연차적으로 그랜저XG 등 3천여대의 물량을 공급할 예정이다. 2005년 3만대를 목표로 20~30대에 대한 타깃 마케팅을 벌일 방침이다.기존 수출시장인 미국과 유럽에도 중대형 승용차 SUV 디젤모델 등 고부가가치 차량과 현지시장에 맞는 다양한 세그먼트의 차종을 지속적으로 투입, 판매 확대를 끌어낼 참이다.지난해 성사시킨 다임러크라이슬러와의 제휴도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한 몫 할 것으로 회사측은 판단한다. 여기엔 월드카 등을 공동 개발하는 계획도 들어 있다.월드컵 공식 후원사로 낙점된 이상 내년 월드컵을 계기로 다양한 스포츠 마케팅을 벌여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다는 기대다. FIFA가 주관하는 13개의 국제 축구대회에 자동차 부문 공식 후원사로 활동을 진행중이다. 참가선수와 행사진행요원들의 교통 편의를 위한 차량을 제공하는 등 적극적인 축구 마케팅 활동을 벌일 참이다.이미 지난 2년간 개최된 국제 대회에서 그랜저 XG EF쏘나타 엑센트 등 3백여대의 차량을 대회 조직위원회에 성공적으로 제공했다. 2002년 월드컵 대회까지 남은 국제대회에서도 약 2천여대의 차량을 추가로 제공할 예정이다.CEO 탐구이계안 대표이사 사장재무통으로 전략수립 탁월한 ‘브레인’“올해는 세계에서 다섯손가락안에 드는 자동차메이커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하는 한 해가 될 것입니다.”현대자동차의 ‘핸들’을 잡고 있는 이계안(49) 사장이 올해초 직원들에게 보낸 신년 메시지 중 마지막 대목이다. 그는 그룹분리 이후 현대자동차의 매출 신장이 더욱 가속될 것이라고 말한다. 국내에서 판매가 계속 늘고 있는데다 해외에서도 인기가 상한가를 치고 있다는 확신에서다. 10년짜리 마스터플랜을 이미 치밀하게 짜놓았다.이사장은 경복고 서울대 경영학과 대학원을 나와 76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했다. 그후 현대석유화학을 거쳐 현대그룹 종합기획실 임원으로 있으면서 전문경영인으로 주목받다가 지난 99년 현대자동차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그룹 종합기획실 부사장을 지내면서 긴축재정 등 위기관리와 노사문제에 대한 다양하고 현실적인 해법들을 제시해왔다.자동차 쪽엔 이렇다할 인연이 없었음에도 자동차 최고경영자로 발탁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자’는 그의 고집스런 경영철학 때문이었다.‘핸들을 꺾지 않는다’는 이 철학에 따라 일단 목표를 세워놓으면 기본에 충실했고 부하직원들과 신뢰관계를 구축한 것이 최고경영자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현대자동차 사장으로 부임한 후 지난해와 올 1분기에 잇달아 창사 이래 최대 경영실적을 내며 기록을 깬 것만 보아도 자동차 사업 능력은 이미 입증됐다.브랜드 가치를 세계화하는 데 그가 구사하는 스포츠마케팅 등의 전략도 예상을 뛰어넘는 효과를 내고 있어 이런 평가는 더욱 신빙성이 짙다.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이 지인 가운데 가장 신뢰하는 ‘브레인’이라 꼽을 정도로 전략수립엔 타고난 그이지만 정작 그는 ‘머리’보다는 ‘노력’이 성공의 열쇠라고 단언한다. 지난 2월엔 유럽과 싱가포르 등지로 다니며 해외 주주와 투자자를 대상으로 현대차의 현재와 미래상을 직접 알릴 정도로 팔을 걷어붙이는 열성적 경영인이다.그는 ‘책 속에 경영의 길이 있다’며 한달에 두꺼운 책 10권 정도는 거뜬히 읽어내는 독서광이기도 하다. 이사장은 정몽구회장의 경복고 후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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