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화·틈새전략으로 ‘매운맛’ 돌풍

유니와이드, 공공부문 집중·넷컴, Opus-1 출시 ‘성공질주’

외국제품 일색의 스토리지 시장에 토종 바람이 거세다. 여타의 IT제품과 마찬가지로 스토리지 부분도 예외는 아니어서 국내 제품들이 발붙이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특히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르고 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이 짧아 국산화는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이런 가운데 수년간 쌓아온 기술력을 바탕으로 자체 개발에 성공해 외국 업체와 당당히 맞서는 토종 스토리지 전문업체들이 있다. 그 대표적인 곳이 유니와이드테크놀러지와 넷컴스토리지다. 이 두 업체는 탄탄한 재무구조와 짭짤한 수익을 올리면서 지난해 코스닥시장에 등록하는 기염도 토했다. 세계적 업체들에 도전장을 내민 토종 브랜드의 경쟁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유니와이드테크놀러지스토리지 업계에서 유니와이드테크놀러지(이하 유니와이드)는 ‘계란으로 바위를 깬’ 업체로 통한다. 92년 영등포에서 자본금 1백50만원으로 컴퓨터 조립을 시작한 유니와이드의 장갑석 사장은 스토리지 시장에 토종의 매운 맛을 보여준 경영인으로 유명하다.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르고 제품 수명이 짧아 컴퓨터 관련 제품의 국산화는 어렵다는 업계의 인식을 깨고 외국업체와 당당히 맞설 수 있는 제품을 자체 기술로 개발했다.유니와이드 제품은 IMF를 지나면서 진가를 발휘했다. 성능면에서 외국제품과 차이가 없다고 자신하고 있던 장사장은 파격적인 가격과 철저한 사후서비스를 무기로 외국제품이 진입하지 못했던 정부 공공시장을 선점한 것이다. 그 결과 98년 68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99년 2백50억원, 지난해는 4백19억원을 기록해 매년 배 성장의 행진을 하고 있다. 올해도 전년대비 두 배 가까운 7백50억원의 매출을 목표하고 있다. 유니와이드는 매출의 절반 이상이 서버 부분에서 나와 아직 완전한 스토리지 전문업체는 아니다. 하지만 스토리지 매출 비중을 점차 높여 2005년경엔 절반 수준까지 올린다는 목표다. 지난해 스토리지 매출은 1백20억원이었다.유니와이드는 또 스토리지 업체로는 처음으로 지난해 4월 코스닥에 등록했다. 시장에서 유니와이드 주식은 인기 종목이다. 부채비율이 10%인데다 보유하고 있는 현금이 2백50억원일 정도로 탄탄한 재무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유니와이드가 컴퓨터 조립회사에 스토리지 전문업체로의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은 외국제품과 경쟁할 수 있는 기술력과 틈새시장을 선점한 데 있다. “금융권을 비롯해 대부분의 시장을 외국제품이 선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 공공기관은 외국업체들의 접근이 어렵죠. 그래서 금융권은 포기하고 바로 공공분야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말하자면 틈새 시장인 공공시장을 선점한 것이죠.”(장현근 마케팅전략실 IR팀장)공공시장에 진입한 유니와이드는 기술력과 가격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이 회사는 연간 매출의 10%을 연구개발에 투자하면서 기술력을 축적했다. 특히 전체 인원 1백90명 가운데 70명이 연구개발 인력일 정도로 튼튼한 맨파워를 자랑한다. 유니와이드의 기술력은 우선 ETRI가 인정했다. 지난해 4월 ETRI와 함께 차세대 대용량 스토리지 시스템 개발에 참여한 것. 또 가격경쟁력도 확보했다. 장팀장은 “자체 생산을 통해 원가와 물류비용을 줄일 수 있어 외국제품보다 30~50% 저렴하게 제품을 공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니와이드는 2005년경이면 유지보수 등 애프터 세일즈 마켓의 안정적 매출을 바탕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스토리지 전문업체로 거듭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이 회사는 지난해 10월 미국에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기술개발 시장분석 영업 등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넷컴스토리지유니와이드와 함께 스토리지 토종 브랜드로 맹활약하고 있는 곳이 넷컴스토리지다. 넷컴스토리지(이하 넷컴)도 지난해 10월 코스닥 등록해 스토리지 ‘유망주’로 떠올랐다. 지난해 자체개발한 스토리지 시스템으로 2백25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IBM 씨게이트 등 외국업체 장비 판매로 2백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올해 매출 목표는 전년대비 32% 증가한 5백90억원으로 잡았다. 이중 스토리지 부문에서 61%를 올린다는 계획이다. 넷컴은 올해 국내 시장을 보다 적극적으로 공략하기 위해 본사 중심의 직판영업에서 대리점을 통한 채널 영업으로 전환했다. “중소규모의 스토리지 시장이 커짐에 따라 판매경험이 많은 대리점을 통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대형 스토리지 시장은 종전처럼 본사 중심의 직판을 유지할 것입니다.”(주덕상 기업홍보팀장)이와 함께 지난해 3월 설립한 말레이시아 법인 PDS스토리지와 10월에 세운 미국법인 QNS(쿼텟네트워크스토리지) 등에서도 매출이 기대되고 있다. PDS스토리지는 말레이시아에 55억원 규모의 종합병원 프로젝트 수주를 진행중이며 미국시장은 자체 개발한 NAS 솔루션인 오퍼스1(Opus-1)으로 5백만 달러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넷컴의 경쟁력은 미국법인 QNS, 서울대 벤처 데이터코러스와 본사를 연결하는 ‘3각 공조’에서 나온다. 넷컴이 3백만달러를 투자해 설립한 실리콘밸리의 QNS는 넷컴의 신제품 R&D센터다. QNS에서 기획된 제품은 넷컴이 32%의 지분을 갖고 있는 서울대 컴퓨터공학연구소 출신 벤처 데이터코러스에 넘겨지고 설계에 들어간다. 설계된 제품은 넷컴에서 제조 생산된다. 이렇게 해서 나온 것이 최근 발표된 NAS 솔루션 Opus-1이다. 넷컴은 현재 전체 인원 75명 가운데 30명이 연구개발 인력이다.기술력과 함께 넷컴이 내세우는 경쟁력은 가격. 넷컴은 외국제품보다 평균 30~40%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고 있다. “스토리지 원가구조를 보면 디스크가 50%, 컨트롤러가 15%, 랙(RACK)이 35%를 차지합니다. 이중 디스크와 컨트롤러는 수입하지만 랙은 자체 제조가 가능합니다. 결국 35% 정도의 원가를 줄일 수 있는 셈이죠.”(주덕상 팀장) 넷컴은 최근 미국에 이어 일본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글로벌 도전 / 유니와이드테크놀러지광채널 칩셋 국산화 착수, 경쟁력 ‘날개’유니와이드는 지난해 6월부터 총 연구개발비 81억원 규모의 광채널(Fibre Channel) 칩셋 개발 프로젝트를 ETRI와 함께 진행중이다. 정보통신부가 36억원을 지원하는 이 프로젝트는 현재 시제품이 나오기 전 단계인 FPGA타입 칩이 개발됐다. 2단계 시제품 칩 개발은 내년 7월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정부가 지원하는 프로젝트이지만 유니와이드가 모든 기술, 판매권을 보유한다. 개발중인 광채널 칩셋은 2.5Gbps 칩을 4개 병렬 연결한 것으로 미국 등 선진국들에서 시험 개발중인 2Gbps 칩보다 앞선 기술이라고 유니와이드측은 밝혔다.이 회사는 특히 칩셋이 개발 완료되면 우선 자체 스토리지 시스템에 장착하고 광채널 허브, 스위치 등 제조 업체에 칩을 공급하는 부품 사업에 진출할 계획이다. 또 해외 스토리지 업체 납품도 기대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Qlogic, LSILogic, 에이질런트, JNI 등 세계 4대 광채널 제어기 칩 제조업체와 경쟁할 수 있다고 전했다. 장현근 팀장은 “스토리지뿐만 아니라 광채널 허브, 스위츠 등 광채널 응용제품에도 적용돼 사업 영역을 확대할 수 있다”며 “광채널 제어기 칩셋은 원가가 13달러인데 판매가격은 2백달러인 고부가가치 제품”이라고 말했다.글로벌 도전 / 넷컴스토리지NAS형 ‘Opus-1’ 미국시장서 주목넷컴스토리지도 지난 5월초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네트워크+인터롭 전시회에 NAS형 스토리지 제품 Opus-1을 발표하고 세계시장 진출 포문을 열었다. 넷컴측은 현지 전시회에서 리셀러와 벤처캐피털로부터 관심을 끌었다고 전했다.넷컴의 중장기 전략은 NAS 전문업체가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산 첫 제품을 미국이라는 글로벌 시험대에 내 놓은 것. Opus-1은 최대 35TB 저장용량을 갖고 있고 대형급 NAS제품에서 구현되는 고신뢰성의 데이터 저장기능도 제공한다.특히 이 제품은 기존 경쟁제품보다 40% 이상의 가격 경쟁력을 갖고 있어 미국내 새로운 중형급 스토리지 제품군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Opus-1은 미국 법인인 QNS에서 제품개발 계획과 마케팅 정책을 수립하고 서울대 벤처 데이터코러스가 NAS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등 글로벌 3각 공조를 통해 나온 첫 작품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주덕상 팀장은 “미국법인을 통해 경쟁제품을 비교 분석하고 치밀한 시장 분석을 통해 나온 제품이기 때문에 자신 있다”며 “기술력과 가격이 앞서 있어 경쟁력이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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