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브랜드로 수출,세계화 견인차...신제품 개발, 시장 다변화, 글로벌상품화 박차
종가. 한 집안에서 맏이로만 이어온 큰집을 말한다. 집안의 얼굴이자 자존심이다. 그만큼 어깨에 얹힌 책임도 크다. (주)두산 식품BG의 김치브랜드인 ‘종가집’에 담긴 야무진 속내가 그렇다. 김치에 관한 한 ‘종가’가 되겠다는 것이다. 이름처럼 종가집김치는 우리나라 상품김치에 관한 한 맏이역할을 톡톡히 해왔다.지난 87년 세계 최초로 진공포장을 한 상품김치를 선보이며 포장김치라는 새로운 시장의 문을 연게 종가집김치다. 이후 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94년 히로시마 및 98년 방콕아시안게임, 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 2000년 시드니올림픽 등 국제대회에서 공식상품김치로 지정되는 등 국가대표 김치로 포장김치시장을 선도해왔다.지금도 시장점유율 67%(2000년 A.C 닐슨의 Leader Panel 조사)로 김치시장을 호령하고 있다. 국내에서만이 아니다. 김치를 처음으로 브랜드화한 종가집김치는 해외에서도 김치종주국인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간판김치로 자리매김했다. 일찌감치 해외로 눈을 돌려 주문자생산방식이 아닌 자체브랜드로 당당히 세계시장에 수출했다. 지금도 20여개국에 김치를 수출하면서 김치세계화를 맨 앞에서 견인하고 있다.이처럼 김치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는 종가집김치가 세계진출을 향한 씨앗을 뿌린 것은 지난 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김치가 세계에 알려지면서. 먼저 일본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한국교민들을 겨냥해 한인상권을 중심으로 진출했다가 차츰 일본인 현지상권을 파고 들어갔다. 일본내 대표적 편의점인 세븐일레븐에 입점해 판매망을 일본전역으로 확대했으며 김장독효과를 재현한 알루미늄 파우치팩을 처음으로 도입하기도 했다.소비자니즈에 대응하기 위해 지역특성에 따른 레시피를 공급하고 제품용기도 병모양과 일본인들의 소포장선호를 반영한 1회용 미니컵김치를 출시하는 등 현지수요에 맞췄다.냄새없앤 김치, 현지화 주력홍보전략으로 일본에서 열리는 음식박람회 참석, 유통업체에서의 시식 시연 등을 진행하는 한편 일관된 컨셉의 제품광고를 통해 브랜드아이덴티티를 살리는 작업도 병행했다. 여기에 일본방송에 김치의 다이어트·스태미나 효과가 소개되는 뜻하지 않은 도움도 힘을 더했다.덕분에 일본인들의 김치수요가 급증, 지난해에는 미니컵김치가 편의점에서 사상 처음으로 1천만개나 판매되는 기염을 토했다. 이런 여세를 몰아 종가집김치는 올해 수출목표 1천2백만달러 가운데 1천1백만달러어치를 일본에 수출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김치세계화의 첫 걸음으로 진출한 일본시장을 공략하는데 성공, 자신감을 얻은 종가집김치는 신제품개발 시장다변화 채널다양화 등을 통한 김치의 글로벌상품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치가 세계인의 식탁을 점령하는 날까지 전방위적인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는 의지다. 여기에는 단순히 김치를 파는 것이 아니라 전통문화를 알리겠다는 깊은 뜻이 담겨있다.신제품개발의 경우 지난해 설립된 김치연구소를 통해 냄새 맛 등에 있어 외국인이 김치구매시 꺼리는 요인들을 제거한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연구개발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게 지난 1월 글로벌김치로 선보인 ‘냄새없는 김치’. 미국 유럽 등 서구시장을 겨냥한 상품으로 ‘유산균이 살아있고 섬유소가 풍부한 건강식품’으로 대대적인 홍보와 현지화를 추진중이다.두 번째 신상품으로 무의 매운 맛을 없앤 총각김치를 개발했으며 하반기에 미국시장에 수출할 계획이다. 이밖에 버섯김치 도라지김치 등 김치를 원용한 상품들과 외국인들의 식탁에도 자주 오르는 재료를 이용한 두 번째 글로벌김치도 개발중이다.온라인망 강화로 홍보·판매 연결일본에 편중된 수출시장을 다변화하는 노력도 한창이다. 이미 진출한 홍콩 대만 중국 등 화교권과 미국시장에 이어 유럽 남미 등으로 시장을 확대한다. 특히 미국의 히스패닉이나 남미인들의 입맛에 김치가 맞는 점을 감안해 이들을 적극 공략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7월에 미국 LA지역 20개 코스트코 입점을 시작으로 해서 나중에는 미국전역을 커버하는 4백여개 코스트코 매장과 월마트의 회원제 도매형 유통매장인 샘즈(Sam’s)클럽 진출을 추진중이다. 또 영국 네덜란드 등 나라별로 진출했던 유럽지역은 EU를 한 시장으로 묶어 네덜란드를 물류거점으로 삼아 시장공략에 나서고 있다.종가집김치의 전체판매액 가운데 약 15%를 차지하는 인터넷·홈쇼핑·네트워크마케팅 등 온라인망도 더욱 강화해 이를 통해 김치알리기는 물론 판매로 연결시킨다는 작업도 진행중이다. 현재 온라인을 통한 김치세계화의 대표주자는 영어·일어·중국어를 병기한 종가집 김치포털(www.zongga.com). 김치의 영양가, 김치만드는 법 등 김치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국내 온라인 주문시스템을 갖춰놓고 있지만 앞으로 외국바이어들도 유치해 김치B2B사이트로 키울 방침이다.인터뷰김선영 상품개발팀장·박은걸 해외영업팀장세계인 미각 사로잡는 ‘종가집 기둥’(주)두산 김치연구소의 김선영(37, 사진 왼쪽) 상품개발팀장과 박은걸(40, 사진 오른쪽) 해외영업팀장. 두산이 김치공장을 세우고 상품김치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시기에 입사, 지금까지 줄곧 김치에만 매달려온 ‘골수’들이다. 김팀장은 새로운 김치상품의 연구개발을, 박팀장은 수출을 담당한다. 맡은 업무는 달라도 김치세계화라는 목적지를 향해 달려가는 ‘종가집김치’의 든든한 기둥들이다.김팀장은 두산에서 세계시장을 겨냥해 내놓은 글로벌김치인 ‘냄새없는 김치’를 개발한 주인공. 두산기술원(중앙연구소)에서 6년간 발효관련 연구를 하다가 미국으로 유학, 식품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유학시절 외국인들이 김치 특유의 냄새 때문에 꺼린다는 걸 알고 냄새없는 김치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글로벌김치는 마늘 생강 젓갈 등 김치에 들어가는 재료는 모두 사용하지만 냄새를 없애주는 유산균을 가미한 ‘저발효취 숙성법’을 사용해 김치에서는 물론 식후에 입에서도 김치냄새가 나지 않는 게 특징이다. “수출시 문제가 됐던 유통기한이 기존제품의 25일에서 6개월로 늘어난 데다, 냄새가 없어 외국인들이 처음 김치를 대하면서 갖게 되는 저항감을 없앨 수 있다”는 게 김박사의 말이다.박팀장은 두산이 14년째 김치수출에만 매달려온 해외영업 전문가. “초창기에는 해외에서 김치에 대한 인지도가 낮아 가까운 일본으로 수출하는 데도 고생이 많았다”는 기억을 갖고 있지만 지금은 동남아와 미국 영국 네덜란드 등 각국으로 수출할 정도로 종가집김치의 위상을 높이는 데 한몫한 수출첨병이다. 최근에는 도쿄 시카고 삿포로 등에서 열린 음식박람회에 글로벌김치를 들고 참가, 세계인의 미각을 사로잡고 왔다. “냄새없는 김치라는 데 반응이 너무 좋아 앞으로 수출량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게 박팀장의 기대다.김치시장의 리딩기업에서 김치세계화라는 짐을 어깨에 짊어진 두사람이지만 ‘애로사항’이 없을 수 없다. 입을 모아 지적하는 것은 홍보부족. “올릭픽을 계기로 김치가 세계에 알려졌듯 내년 월드컵은 더없이 좋은 기회로 정부가 팔을 걷고 나서서 김치를 세계에 알려야 한다”는 게 박팀장의 지적이다. 그런 후에야 김치의 본격적인 세계진출이나 글로벌식품화가 가능하며 이는 기업들의 몫이라는 것이다. 김치의 정체성을 고수하면서 세계인의 입맛에 맞는 김치를 생산·수출해야 한다는 것은 김팀장이 덧붙인 말이다.“일본의 츠게모노나 중국의 파우차이와 같은 전통적인 절임음식과 구분되는 김치만의 특성을 알리고 이를 바탕으로 만든 제품을 수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김팀장은 두 번째 글로벌김치에 대한 기대를 내비쳤다. “서구인들의 입맛에도 아주 익숙한 재료를 사용한 김치로, 내년쯤 선보일 예정”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