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정비, 원가절감, 비용축소 추진,민영화에 역량 집중...e비즈니스,해외진출도 적극적
‘변화하는 기업, 신뢰받는 한전’99년 6월 최수병사장 취임이후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가 추진하고 있는 경영방침이다. ‘변화’는 바로 최근 한전의 최대 이슈. 그 동안 한전이 국내 최대 초우량 공기업으로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다른 한편에선 전력사업 독점(발전-송전-배전 통합운영)이나 공기업 특유의 방만한 경영으로 지적을 받아온 것도 사실이다.이에 따라 한전은 공기업 민영화를 위한 전력사업 구조개편에 핵심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한전의 민영화 및 전력산업 구조개편은 99년 ‘전력산업구조개편 기본계획’(산자부)이 발표되면서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지난해 12월엔 전력산업 구조개편 관련법안이 국회본회의를 통과함으로써 현재 추진중인 전력산업 구조개편 작업의 근거가 되고 있다.법안의 핵심은 송전을 제외한 발전 배전 판매부문을 단계적으로 분할, 경쟁체제로 바꾸겠다는 것. 단기적으로는 발전부문을 여러 개의 발전회사로 분할, 경쟁과 민영화로 효율성을 높여 나가고 장기적으로는 배전부문도 몇 개의 배전회사로 나누어 전력 도소매 부문에 경쟁을 도입, 공정한 경쟁여건을 조성하는 것이다.이미 지난 4월2일 발전부문을 분리, 6개 발전회사가 생겨났고 이들에 전략을 공급하기위한 전력거래소도 만들었다.한전은 앞으로 당분간 송변전과 배전부문을 담당하다가 향후 완전 소매경쟁체제에 돌입하게 되면 송변전 부문만 운영하는 시스템으로 바뀌게 된다. 송배전망이 개방되면 소비자들은 미국식으로 직접 전력회사를 선택, 전기를 공급받을 수 있다. 전력회사가 여러 개 있기 때문에 경쟁이 불가피하고 결국 소비자들은 보다 싼 가격과 더 나은 서비스에 전기를 공급받을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이 일련의 구조개편을 위해 한전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인력 및 조직정비를 해왔다. 98년부터 지난해에 걸쳐 모두 5천1백48명의 인원을 감축했고 4개 본부(사업단) 14처였던 조직도 99년까지 3개 사업소로 줄였다. 또 한전기술(655명) 한전기공(1천2백97명) 한전산업(8백58명) 등 5개 자회사 인력도 총 3천여명 감축했다.한전은 이밖에 저수익 비본업 자산매각을 비롯, 자회사 정리 전기검침을 포함한 일부 사업 아웃소싱, 구매제도 개선 등을 통해 고정비용을 줄이고 원가를 절감하는 효과를 가져왔다.한전이 지난해 올린 매출 18조2천5백27억원 영업이익 3조2천8백24억원에 사상최대로 기록되는 당기순이익 1조7천9백25억원의 실적은 한전 민영화 및 전력산업 구조개편과 맞물린 원가절감 및 비용축소 노력이 큰 몫을 차지했다는 것이다.한국전력이 민영화를 앞두고 야심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경영방침은 전 직원의 민간기업형 서비스 마인드다. 이미 83년부터 전문 여론조사기관에 의뢰, ‘고객만족도’를 조사하고 있으며 그 결과를 토대로 취약분야를 발굴, 서비스 개선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공기업 최초로 ‘서비스닥터제’를 운영하면서 찾아가는 서비스, 불친절 3진 아웃제, 고객서비스 헌장제정 등 다양한 서비스 시스템을 도입, 운영하고 있다.덕분에 공기업간 서비스 경쟁을 위해 실시하는 공기업 서비스만족도 조사에서 19개 공기업 중에서 99년 69점, 2000년 70점등으로 2년 연속 1위를 차지하고 조선일보와 한국생산성본부가 공동 주관하는 ‘국가고객만족도(NCSI)’에서도 99년63점, 2000년 73점등으로 뚜렷한 서비스 개선실적을 보여주고 있다. 한전은 인터넷 빌링 사이버지점 활성화 등을 통해 고객편의에 보다 중점을 둔 경영전략을 펼쳐 나갈 방침이다.한전은 전자상거래를 포함한 e비즈니스와 해외진출에도 적극적이다. 지난해 기획예산처가 선정한 전자상거래 선도공기업의 하나로 전자구매 및 입찰 시스템 도입을 통해 원가를 절감하고 원자력 및 화력발전 자회사들이 참여하는 전력업계 공동의 e마켓플레이스 구축을 주도하는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해외진출의 경우 이미 진행중인 필리핀 말라야와 대만 포르모사 사업을 효과적으로 추진함과 동시에 이집트 카이로의 복합화력 발전소 중국의 신규 원전건립 등을 통해 전력수출 국가로서의 면모를 다져 나간다는 전략이다.한전의 장기비전은 세계 1위 초일류 전력회사다. 한전은 그러나 발전용량이나 환경설비 등 일반적인 분야의 세계 1위보다 ‘국민에 대한 봉사’에서 세계 1위로 기억되고 싶다는 ‘특별한’ 비전을 갖고 있다.CEO 탐구최수병 사장추진력·리더십 탁월 … 경영개혁 ‘앞장’최수병(62) 한국전력 사장의 이력은 이력서 한 면을 빼곡히 채울 정도로 다양하고 화려하다.서울대 경제학과 졸업후 제13회 고등고시 행정과 합격(61년)을 시작으로 당시 경제 핵심부처였던 경제기획원 기획국및 경제협력국 외자총괄과 사무관(62~69년) 물가정책과, 투자예산과장 통계조사관(69~77년) 외자관리국장 물가정책국장 기획관리실장(83~88년)등 경제기획원 핵심보직을 두루 거쳤다.88년 공정거래위원장을 맡으며 차관급으로 승진했고 18대 보건사회부 차관(93년) 서울시 정무부시장(95년)을 거쳐 97년 국민회의에 입당, 국민회의 경제담당 총재 특별보좌관 등을 역임하다 99년 한전 사장으로 임명됐다. 경제기획원 재직시절 ‘3대 천재’로 통할 정도로 뛰어난 머리와 숫자감각, 강력한 추진력이 최사장의 트레이드마크. 따라서 당시 전력산업 구조개편이란 엄청난 과제를 안고 있던 한전호 입장에선 강력한 추진력과 리더십을 가진 ‘선장’이 필요했고, 최사장은 그런 한전의 요구에 상당히 부응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실제로 전력산업 구조개편 작업이 거론된 것은 오래 전이지만 실제적인 작업에 들어간 것은 최사장 취임이후라는 것이 한전 관계자의 말이다. 특히 지난해와 올해 초에 걸친 발전부문 분리 및 6개 발전회사 설립작업에서 최사장은 밤 12시까지 회의 및 협상을 진행하는 열정으로 성공적인 분리작업을 이뤄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또 취임 1주일만에 ‘변화하는 기업, 신뢰받는 한전’이란 경영방침을 확정하고 전력산업의 구조개편, 경영혁신의 지속추진, 조직화합과 안정실현, 도덕성과 윤리성 확립, 고객만족 경영의 실천 등 5개 추진과제를 내놓는 신속함도 보여주었다.한전 직원들에게 최사장은 ‘원리원칙주의자’로 통한다. 큰 방향이 정해지고 그 방향이 옳다면 사정없이 밀어 붙이면서 편법이나 어떤 뒷거래도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국민회의 입당으로 어느 정도 ‘정치물’을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언론과의 인터뷰를 비롯해 자신을 알리기 위한 대외활동은 가급적 꺼리거나 지극히 소극적인 대신 한전의 안살림을 챙기고 경영혁신을 추진하는데는 더없이 적극적이라는 게 한전 직원의 전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