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자산 1백조원 돌파, 소매금융 ‘절대강자’ … 상반기 월평균 순이익 1천억원대 올려 ‘순풍’
국민은행은 올해 들어서도 수익증가세가 두드러지는 등 영업이 순풍을 타고있다.국민은행은 우량은행 그룹의 대표주자다. 국내 1위 은행의 자부심은 든든한 실적이 뒷받침해 주고 있다. 2000년을 기준으로 총자산 총수신 총여신 자기자본 당기순이익에서 은행권 1위로 거의 모든 영역에서 금융권 수위를 차지했다. 총자산이 1백3조원, 총여신 55조원, 자기자본 4조4천억원 등 규모면에서도 손색이 없는 데다 은행 구조조정이 진행됨에 따라 우량은행과 부실은행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는 과정에서‘안심할 수 있는 은행’ 이미지를 굳혔다.주택은행과의 합병이 끝나면 점포망이 1천1백개나 돼 소매금융 분야 시장점유율이 단숨에 40%대에 이르는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게 된다. 합병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어느 블록버스터 영화의 카피처럼 일단 ‘규모’가 문제인 것이다. 시중 애널리스트들이 분석하는 대로 “시장 점유율이 40%를 넘어버리면 사실상 독과점 상태로 경쟁의 의미를 무색케 하는 시장 지배자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은행이 오는 10월 주택은행과의 합병을 통해 얻으려는 것은 단지 ‘우리나라에서의 1등’ 자리를 지키려는 목적은 아니다. ‘글로벌 리딩 뱅크’로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한 준비과정일 뿐이다.진행 과정에서 다소의 불협화음이 있음에도 동원증권 신윤식 애널리스트는 “합병 추진이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고 평가했다. 합병 예정일은 10월31일로 이름은 그대로 ‘국민은행’을 유지하되 신설은행을 설립해 국민 주택 양은행을 흡수하는 방식을 택하기로 계약이 체결된 상태다.합병비율은 국민은행의 액면가 5천원인 보통주 1.688346주당 신설은행의 액면가 5천원인 보통주 1주의 비율로 신주 배정하고 우선주는 국민은행 대 신설은행을 1대 1로 배정하기로 결정했다. 신설은행의 납입자본금은 1조7천억원이다.합병은행의 미래에 대해 가장 우려를 낳는 부분은 합병은행장이 누가 될 것인가가 아직도 오리무중이라는 것이다. 양 은행장은 한 발도 물러서지 않고 있으며 대주주인 정부 외국계 주주 등이 각기 입장을 내세우고 있어 합병 은행장 선임은 앞으로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제3의 인물, 김상훈 행장, 김정태 행장 중 어떤 안이 채택되더라도 앞으로 직원들의 반발 등은 피할 수 없는 과제로 남아 있다.비이자부문 이익증가세도 두드러져기업금융 부문에서는 다른 은행과 마찬가지로 현재 하이닉스 반도체 부채가 문제가 되고 있다. 국민은행의 부담액 규모는 1천2백32억원으로 집계된다. 그러나 현대건설 하이닉스반도체에 대해 각각 40%, 10%의 충당금을 이미 쌓아놓은 상태고 하이닉스의 외자유치를 낙관하고 있기 때문에 올해는 더이상 현대 관련 충당금을 쌓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 국민은행의 입장이다.상반기 실적을 집계한 결과를 보면 올들어서도 영업은 순풍을 타고 있다. 올해 상반기 월평균 순이익은 8백억~1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5월말 현재 은행계정의 원화예수금이 지난해 말 대비 9.8% 증가했다. 대출은 지난해 말 대비 6.4% 증가해 수신 및 여신의 증가세가 꾸준히 지속되고 있는 중이다.수익성 부문에서도 호조세가 계속되고 있다. 5월 현재 대출금리 평균은 9.1%, 수신금리는 5.45%로 올 3월 들어 상승을 시작한 순이자 마진이 계속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올 상반기에 이처럼 이익이 증가한데는 비이자부문의 이익 증가가 두드러지고 있고 신탁 계정 수수료 수익이 크게 는데다 신용카드 부문에서도 수익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신탁계정 수수료 수익은 5월말 8백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한햇동안의 신탁 수수료 수익 1천1백27억원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신탁 수익이 늘어난 이유는 예금 금리가 떨어지면서 예금에서 돈이 빠져나갈 때 국민은행이 부동산 신탁 등의 히트 상품을 내놓아 이 부동자금을 성공적으로 끌어들였기 때문이다.합병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이처럼 안정적인 영업이 이뤄지고 있는 것은 국민은행으로서는 대단히 고무적인 현상이다. 통합 과정에서 은행의 현재 가치를 손상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는 것에 합병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할 만큼 이는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이다.CEO 탐구김상훈 행장실적으로 승부하는 ‘시장주의자’김상훈 국민은행장은 지난해 3월 취임 이후 금융사상 최고의 이익실현 등 각종 부문에서 놀라운 경영성과를 올렸다. 실적으로 승부하는 CEO임을 여실히 입증한 것이다. 김행장은 국민은행을 세계수준의 우량은행으로 한단계 도약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지난해 국민은행은 금융권 사상 최고의 당기순이익 7천1백97억원을 실현함으로써 총자산 96조2천4백24억원, 총수신 71조4천1백24억원 등 규모에서뿐만 아니라 ROA 0.97%, ROE 17.96% 등 수익성 비율도 선진은행 수준을 달성했다. 김행장은 취임 이후 은행이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고 경쟁력 있는 최우량 은행으로 거듭나는 데 경영역량을 집중했다. 시장과 멀어져서는 생존할 수 없다는 평소 소신에 따라 취임 초기부터 IR활동을 강화해 주주 등 시장참여자의 의견을 수렴, 경영에 반영함으로써 시장 흐름에 부응하는 한편 투명성 제고를 통한 시장의 신뢰를 얻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금융감독원 부원장 시절에도 부실기업 조기퇴출이나 경영개선작업(워크아웃)처리, 대우 문제 등 구조조정 실무 총책을 맡아 처리하면서 조용하고 깔끔한 스타일로 일관했다는 게 주변의 전언이다. ‘소리없이 강한’ 카리스마가 김행장의 리더십이라는 것. 차분하고 나직한 말투지만 의외의 달변가라는 것도 이런 김행장의 스타일을 나타내 준다.김행장은 국민은행 수장이기도 하지만 거시적 관점에서 금융산업을 바라보는 발언을 자주 한다. 그는 철두철미한 시장주의자로 알려져 있는 데 이런 행보는 시장에서 수익성 있다고 평가받은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으며 이것이 국내 금융 산업이 가야 할 길이라는 소신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평소 “금융산업에 공공성이 강조되다 보니 문제가 많다. 산업 전체로는 공공성을 띠지만 개별은행은 상업성을 가져야 한다. 이익을 창출하지 못하는 은행은 은행이 아니다. 금융인 역시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김행장은 철저한 자기 관리와 치밀한 성격으로 유명한데 최근에는 친근한 이미지로 직원들에게 보다 가까이 가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국에 안 가본 산이 없다고 말할 정도의 등산광인 그는 올 상반기 들어서는 매주 토요일 오후 일선 영업점 직원들과 산에 오르고 있다. 수도권 북부 지역본부 소속 일선 영업점 직원들과 북한산, 남부 지역본부 직원들과는 경기도 수리산 등을 찾았으며 앞으로도 일선 영업점 직원들과 산에 오를 계획이다. 바쁜 일과에도 불구, 오후 일정이 없는 날에는 바로 각 지점을 방문해 때로 저녁 술자리를 만들곤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