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은 만들어지는 것” 유명의사 찾아 ‘부위별 수술’ 쇼핑 유행 … 대체상품도 불티
얼굴과 몸매를 깎고 다듬는 미용 성형수술이 이제 산업화 단계를 밟아 고부가가치 시장으로 확대되고 있다. 화장품이나 옷을 사듯 부위별 성형수술을 ‘쇼핑’하는 소비자 그룹이 움직이고 있다.성형외과 의사들도 변했다. 명동의 L성형외과 원장은 “‘좋은 성형외과 의사’란 경영 마인드를 갖춘 비즈니스맨이란 뜻과 통한다”고 말한다. 각종 미인대회나 연예계 언론매체에 등장하고 기업체 경품 이벤트에 적극 참여, 환자 혹은 소비자를 찾아 나서는 의사가 유명해지고 곧 ‘솜씨 좋은 의사’자리에 오른다는 얘기다.성형외과 전문의도 급증 추세성형외과를 중심으로 한 국내 성형산업시장은 연간 5천억원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대부분의 미용 목적 수술이 의료보험 적용을 받지 않고 음성적인 무면허 시술도 적잖기 때문에 실제 시장규모는 이보다 6~7배 큰 것으로 보고 있다.다른 진료과목에 비해 ‘돈’이 몰리는 분야다 보니 성형외과 수련을 원하는 전문의 지망생도 크게 늘어났고 그에 따라 전문의 수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지난 75년 22명에 불과했던 성형외과 전문의 수는 85년에 1백40명, 95년에 5백56명, 올해는 1천21명으로 증가했다. 26년만에 46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여기에 성형외과를 진료과목으로 삼고 있는 일반의까지 합하면 그 숫자는 크게 늘어난다. ‘○○의원 진료과목 성형외과’로 표기하는 의원은 전문의가 아닌 일반의가 운영하는 병원으로 봐도 무방하다. 얼마 전 사회적 파장을 몰고 왔던 개그우먼 이영자의 지방흡입술을 담당한 의사 K씨도 성형외과 전문의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성형미학 칼럼니스트로 유명한 N씨 역시 성형외과 전문의가 아니다.성형외과들은 가구거리나 먹자골목처럼 시너지 효과를 위해 특정 지역에 몰려 있다. 서울 강남에서는 압구정역과 강남역 주변, 강북에서는 명동과 이대입구에 ‘성형타운’이 형성돼 있다. 모두 주수요층인 여성 유동인구가 많고 소비가 활발한 지역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 지역에선 성형외과와 함께 피부과 안과 치과가 공존한다. 얼굴 몸매 변형과 더불어 피부 시력 치아까지 ‘패키지’로 바꾸려는 수요를 겨냥한 것이다.그래서인지 수련의 과정을 앞둔 인턴들 사이에선 ‘장래성으로 보면 성형외과보다 안과피부과가 낫다’는 의견이 많다. 서울대병원 인턴 유모씨는 “성형외과는 전문의나 개원의 수가 많아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 대신 붐이 일고 있는 라식수술 수요를 감안해 안과를 지망하거나 박피수술, 주름제거 주사로 인기있는 피부과를 지망하려는 이가 많다”고 전한다. 안과나 피부과 치과 역시 ‘돈이 되는’ 미용 시술쪽으로 진료 포커스를 맞추는 추세인 것이다.그렇다면 성형수술에 들어가는 비용은 얼마나 될까. 서울 강남지역에선 쌍꺼풀이나 코 높이기가 1백만~1백50만원 선이다. 6개월에 한번씩 맞아야 하는 주름제거 주사 보톡스는 1회 비용이 50만~60만원 선. 얼굴 윤곽(4백만~5백만원), 유방확대(5백만~7백만원), 지방흡입(3백만~5백만원) 등은 그야말로 목돈을 필요로 한다. 그나마 서울 강북지역은 강남에 비해 10%정도 가격이 낮고 지방은 이보다 10% 가량 더 낮다는 게 정설이다.얼굴과 몸매를 다듬는 미용 성형수술은 이제 산업화 단계를 밟아 고부가가치 시장으로 확대되고 있다.성형 열풍은 병원을 떠나 사회 경제 전반의 유용한 호재로 활용되고 있다. 수술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이들에겐 성형수술 경품이 기다리고 있고 홈쇼핑업체에선 대체 상품이 불티나게 팔린다. 네이버컴은 최근 성형시술권을 주는 이벤트를 열었고 경품제공 사이트 우아넷은 유방확대수술부터 성기확대수술까지 다양한 수술권을 경품으로 내건 바 있다. 현대정유 에스콰이아 등 일반 기업체와 유명 나이트클럽에서도 성형수술 경품을 ‘효과 만점’ 이벤트 아이템으로 꼽고 있다.비씨 쉬즈카드, 신한은행 레이디플러스카드는 성형보험 무료 가입을 내걸었고 LG레이디카드는 얼굴에 상해를 입었을 경우 1천만원까지 성형수술비를 보상해 주기로 했다. 동양생명 제일화재도 자사 보험 가입자에게 성형수술비를 지원한다는 공약을 했다.메스를 대지 않고도 성형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기구 용품 등도 인기다. 39쇼핑 LG홈쇼핑 등에선 요즘 ‘매직 마스크’라는 이름의 미용기구와 공기주입식 가슴패드가 절찬리에 판매되고 있다. 매직 마스크는 얼굴을 완벽하게 감싸 얼굴살을 빼는 데 효과가 있다고 설명, 안면 윤곽술 수요를 겨냥하고 있다. 공기주입식 가슴패드는 말 그대로 원하는 크기만큼 부풀릴 수 있어 유방확대수술을 대체한다.이러한 미용 성형산업의 팽창 현상을 두고 긍정적인 시선을 보내는 이는 거의 없다. 고려대 한국사회연구소 임인숙 선임연구원은 “외모 콤플렉스를 없애고 마음의 병을 치유하는 성형외과 본래의 의미는 퇴색되고 몸매 서열주의가 전면에 등장, 산업화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개업 7년째인 이원석 성형외과 전문의도 “외형 성장 중심의 사회풍토와 배금주의가 성형의학을 변질시킨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일본 여성들 성형수술 방한 러시부산 서면, 의료관광단지로 급부상‘부산 의료관광단지’. 부산 서면로터리에서 부산 롯데호텔쪽 대로변 건물들을 따라가면 성형외과와 안과 등 병원들이 빽빽히 들어서 있다. 이 곳이 주목받는 것은 부산을 찾은 일본인 관광객들 때문. 성형외과와 안과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의료관광지로 떠올랐다.실제로 지난 99년만 해도 10여곳에 불과했던 병원들이 속속 모여들면서 지난해 70여개, 올해 1백여개로 급증했다. 방학 때나 휴가철이면 예뻐지려는 여성고객들의 예약이 밀려든다. 특히 일본인 관광객들이 수술비가 싼 한국에서 성형수술을 받는 사례가 늘어나자 이들을 겨냥, 40여개의 성형외과와 안과들이 서면에 몰렸다. 개중에는 2박3일, 3일4일 등 단기여행으로 부산을 찾아 수술을 끝내고 귀국하는 수술목적의 여행객도 적잖다.성형이나 눈수술을 받기 위해 서면일대 병원을 찾는 일본인은 40대 여성이 주고객으로 한달 평균 30여명. 3∼5월의 일본연휴 때 월 50여명으로 가장 많고 휴가철에도 40명선에 이른다. “치료를 받은 고객들의 입소문을 통해 병원을 찾는 일본인들이 늘고 있다”는 게 병원 관계자들의 말이다.이처럼 일본인 의료관광객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것은 치료비가 일본보다 훨씬 싼 데다 의료기술 수준이 높아 안심할 수 있기 때문. 일본인이 주로 하는 쌍꺼풀수술의 경우 수술비가 70만∼1백만원에 불과해 일본의 3백만원대보다 훨씬 싸다. 일본에서 8백만원이나 드는 라식수술도 국내에선 3백만원대. 지방제거와 홀쭉하게 들어간 볼 등에 지방을 주입하는 시술도 각각 70만원과 1백만원에 불과해 일본에서 했을 때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서면일대에 병원이 몰리면서 인근에서는 병원을 차리기 적당한 대형건물의 매물이나 임대사무실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 서면 비전부동산 관계자는 “병원부지를 요청하는 의사들이 늘고 있으나 50평 정도의 병원건물을 구할 수가 없다”고 전했다. 이 여파로 임대료가 지난해보다 20% 이상 뛰었고 일부 건물주인들은 병원부지를 늘이기 위해 증개축까지 하고 있다부산=김태현·한국경제신문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