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드먼, 영어코너 개성있게 진행 ‘인기 짱’ … 레이 한, VJ 하다 아예 강사로 전업
영어만 잘 해도 먹고 산다? 영어 잘 하는 사람이 수두룩하다는 요즘, 이 말은 더 이상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영어 잘 하는 데다 뭔가 특별한 게 있으면 뜬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고전적인 영어 스타들을 제치고 새로 떠오르는 이들의 면모를 살펴보면 어떤 공통점도 발견하기 힘들다. 단 한가지, 개성 만점이라는 사실을 제외하고는. 요즘 영어로 각광받는 이들 중 세 명의 서로 다른 스타들을 만나보았다.매튜 리드먼 / EBS ‘딩동댕 유치원’ 출연해와 구름이 나그네의 코트와 모자, 목도리를 벗기는 내기를 했다. 벤치에 앉아 있는 파란 눈의 나그네. 구름이 바람을 보내자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It’s cold. It’s so cold. 아이 추워 너무 추워” 를 되풀이한다. 잠시 후 구름이 물러나고 해가 나타나 햇볕을 내리쬔다. 벤치의 나그네는 “It’s hot. I take off my hat. 아이 더워. 모자를 벗어야지”를 반복 또 반복한다.이렇게 알려진 동화나 짤막한 줄거리의 이야기를 통해 간단한 영어 단어와 문장을 수없이 되풀이 해주는 프로그램 ‘하이 스피니’는 EBS에서 아침에 방송하는 ‘딩동댕 유치원’의 고정코너다. 이 프로그램은 어른이 보고 있기엔 지겹지만 아이들은 발을 구르며 좋아한다. 꼬마들 사이에 출연자 매튜(26)의 인기가 ‘짱’이라고 한다. 커다란 동작과 우스꽝스런 표정이 그의 주특기이자 인기 비결이다.같이 일하는 EBS의 스태프들에게 ‘오버맨’으로 통하는 매튜 리드먼의 이같은 오버에는 뿌리가 있다. 그는 한국에 오기 전 영국에서 연극을 전공했고 교육과 엔터테인먼트의 결합을 지향하는 극단에서 배우로 일했다. 이 극단은 초등학교를 찾아가 아이들에게 시사적인 주제의 연극을 보여준 뒤 토론을 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곤 했다. 아이들 눈높이를 맞추는 데는 일가견이 있는 것이다.그는 방송에서 뿐 아니라 학교 등에서 강의를 할 때도 똑같다고 말했다. “일방적이어서는 교육이 안되거든요. 노래나 드라마 등은 상호작용을 도와주는 훌륭한 도구죠.”매튜는 전북 전주시에 있는 누나를 보려고 한국에 여행왔다가 생동감있는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서 97년 다시 우리나라를 찾았다. 방송과 인연을 맺고 얼굴을 알리게 된 것은 EBS의 외국인 강사 모집에 지원해 합격한 뒤부터다. 6개월간 전주와 서울을 오가며 열성적으로 일하는 모습이 EBS관계자들을 매료시켜 아예 정식 직원으로 채용됐다. 그는 유일한 EBS의 외국인 직원이다. 딩동댕 유치원 외에도 ‘세티 제티 스페이스키즈(Settie& Jettie Spacekids)’ 등의 어린이 영어 프로그램, ‘서바이벌 잉글리쉬’, ‘모닝 스페셜’ 등 여러 프로그램에서 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방송뿐만 아니라 원고도 쓰고, 외국인 출연자를 섭외하고 다른 외국어 프로그램의 자문도 맡고 영국문화원 등 EBS가 외부 기관과 협력할 일이 있을 때 회사를 대변하는 통로 역할을 하는 등 ‘일당 백’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아이들에겐 스타지만 돈은 별로 못 벌었다고 한다. “EBS가 원래 박봉이잖아요.” 그래도 아이들과 함께 방송하는 게 너무 즐거워서 항상 열성적으로 프로그램을 만든다.정찬용 / 저자이미 많이 알려진 얘기긴 해도 먼저 그의 독특한 이력을 짧게 살펴보자. 정찬용씨는 서울대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주)대우의 토목기술부에서 10개월 일하다가 독일 유학을 ‘결행’했다. 89년 도르트문트대에서 공간 계획학 석사, 93년 하노버대학 조경 및 환경개발학 박사 학위를 받고 귀국해 삼성에버랜드 환경개발사업부 소장으로 일한다. 99년 영어학습방법에 대한 책 를 써서 영어학습서 사상 유례없는 베스트셀러로 파란을 일으켰다. 이 책의 인기에 본인도 어리둥절해 있던 사이 회사에서는 ‘짤렸다’. 지금은 한양대 도시대학원 환경정보조경학과 겸임교수로 본업을 유지하는 한편 이후 책을 계속 출간하면서 프리랜서로도 뛰고 있다.전문가도 아닌데 를 내게 된 이유. 에버랜드에서 일할 때 그는 사내에서 외국어 잘 하는 사람으로 통하고 있었다. 함께 일하던 직원들이 영어 잘 하는 비법을 가르쳐 달라며 귀찮게 졸라대는 통에 입아프게 반복할 것이 아니라 아예 글로 정리해 보자는 소박한 생각에서 모든 게 시작됐다. “원고를 완성했지만 두 군데 출판사에서 퇴짜 맞았어요 겨우 출판을 하게 됐을 땐 조금 팔리면 다행이고 남는 건 맨날 공부방법 물어보는 직원들에게 나눠줘야겠다 생각했죠.”하지만 도발적인 제목에 힘입어선 지 이 책은 엄청나게 팔렸다. 지금까지 1백30만부가 나간 것으로 집계됐고, 뒤이어 와 수필집 를 출간했다. 최근에는 등의 어린이 영어 학습서와 등을 펴냈다. 가 사회적 이슈를 일으키면서 갖가지 비판에 휩쓸리기도 했지만 그는 여전히 자신의 학습법에 자신이 넘친다고 말했다.정찬용식 ‘외국어 노하우’의 근간이 된 것은 독일 유학 경험이었다. 한국에서 나름대로 공부하고 갔지만 전혀 말이 통하지 않았던 쓰라린 경험을 겪은 뒤 각고의 노력 끝에 6개월만에 어학 코스를 거쳐 독어를 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이때 자신이 붙은 그는 무척 우수하다고 생각됐던 독일의 어학 코스 방식에 자신의 노하우를 결합해 학습법을 만들어 냈다. “이걸 영어에도 적용시켜 봤더니 역시 효과가 있더라구요.”그의 일관된 주장은 단순한 내용이다. ‘언어는 머리 싸매고 공부할 대상이 아니라 자연스레 몸에 익히는 것이다. 그러니 완벽에 대한 강박관념을 떨쳐라.’ 그리고서 반복을 위주로 하는 구체적인 학습법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노하우는 간단한데 그대로를 실천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 정씨도 “실제로 끝까지 해내는 사람은 많지 않더라”고 했다. 책이 뜨고 유명해지면서 함께 사업을 해보자는 사람들도 무척 많았다. 하지만 “그들의 사업 방식과 나의 학습법이 충돌했어요. 자꾸 제 학습법을 양보하라고 해서 얘기가 안됐지요. 조화를 이룰 방법이 있다면 기꺼이 해 보고 싶어요.”레이 한 / KBS ‘세상의 아침’ 출연아침 6시30분 텔레비전을 켜면 CNN의 국제 뉴스와 외국의 공연, 영화 등을 보여주고 곧바로 영어 발음과 어려운 단어의 용례 등을 설명하는 진행자의 해설이 뒤따르는 프로그램을 볼 수 있다. KBS 2TV ‘세상의 아침’. 이 프로그램을 이끌며 정확한 영어와 해설을 하는 레이 한(28)이 인기를 얻으며 또 한 명의 영어 스타강사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레이 한은 “영어만 가르치는 프로그램이 아니기 때문에 직장인, 중고생 자녀의 등교를 돕는 어머니들, 아침 일찍부터 하루를 시작하는 오피니언 리더 등 성인 시청자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은 국제 정치 문화 경제 사회 등 각 분야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시사적인 내용을 뉴스나 영화를 중심으로 설명한다. 영어도 배우고 새로운 정보도 얻는다는 취지의 프로그램이다.레이 한은 아버지를 따라 오스트리아에서 미국인 국제학교, 영국인 국제 학교 등을 다니며 자연스럽게 영어를 배운 경우다. 특이한 것은 음악 케이블TV m.net에서 비디오 자키(VJ) 로 일하면서 방송 경력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전에 통역과 외국인 회사 등을 잠깐씩 거친 경험도 있다.결국 안착한 곳은 영어 선생님. 정철 외국어 학원, 이익훈 어학원 등 시내 유명 학원과 대학의 방학 특강 등에서 강의했다. ‘발음’이 특히 그녀의 전문 영역. 오히려 한국어 발음을 정확히 내기 위해 방송사의 아카데미를 다니며 공부한 적이 있을 정도다. EBS와 케이블 영어교육 채널 등에서도 얼굴을 알렸다. 올해 4월 공중파에서 ‘세상의 아침’을 시작하면서는 학원 강의를 중단하고 방송에 집중하고 있다.“영어 선생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는 그는 하고 보니 천직이더라고 말했다. 현재 하고 있는 일을 물으니 한국사이버대학 실용영어학과 겸임교수, 인터넷 영어교육 사이트 ‘윙글리시’와 ‘온 잉글리시’ 강의, 영어교육 월간지 제작, 방통대 위성 강의 등 자신도 얼른 대지 못할 정도로 많은 일들이 거푸 열거됐다.계획도 많다. “요즘 어린이 영어 시장이 뜬다니까 너도 나도 외국 동화 수입시장에 뛰어드는 바람에 자기네들끼리 경쟁하면서 계약단가만 높였어요. 좋은 가격에 좋은 동화 교재를 보급하는 일을 해보려고 해요.” 요즘은 체계적으로 영어를 가르치기 위해 외국어대 영어교육학과 대학원에도 다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