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생긴 것도 죄? 외모산업 ‘쭉쭉빵빵’

외모를 바꾸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덩달아 파생산업의 볼륨도 팽창을 거듭하고 있다. 모발을 덜 빠지게 하거나 채워 준다는 갖가지 식약품과 치료법으로 문턱이 닳는 모발관리산업, 보다 날씬하고 건강한 몸을 가꾸기 위한 행렬이 쉼없는 다이어트산업, 미인 미남을 꿈꾸는 사람들이 줄기차게 문을 두드리는 성형산업 등이다. 모두 다양한 제품과 치료법을 메스삼아 몸에 대한 불만을 도려 내려는 사람들로 촉발된 비즈니스들이다.몸을 대상으로 한 비즈니스 가운데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곳은 다이어트산업. “우리나라의 비만인구는 지난해말 기준으로 전체인구의 약 32.7%에 이른다”는 것이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정해랑연구원의 설명. 체중(kg)으로 키(m)를 제곱한 숫자를 나눈 체질량지수(BMI, 20이하는 저체중, 25∼30은 과체중, 30이상은 고도비만)로 평가했을 때의 수치다. 지난해말 총인구 4천7백27만5천여명에 대비시켜 보면 약 1천5백45만9천명에 달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에 비만이 아니면서도 보다 날씬하고 군살 없는 몸매를 원하는 사람들을 더하면 다이어트 수요층은 더욱 두터워진다.다이어트 시장규모 1조원 웃돌아이들을 겨냥해 식품 약품 치료센터 기구 등이 봇물을 이루는 것이다. 관련업계에는 식약품 기구 치료센터 등 다이어트와 관련된 모든 비즈니스를 합치면 올 시장규모만 1조원을 너끈히 넘을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런 물 좋은 시장을 겨냥해 대기업 제약업체 다단계판매업체 건강보조식품업체 등 많은 국내외 업체들이 뛰어들어 경쟁을 벌이고 있다.성형산업도 볼륨이 계속 커지고 있다. 쌍꺼풀수술이나 코를 높이는 수술은 이제 필수가 되다시피 했다. “주름제거나 안면윤곽 교정, 지방흡입, 가슴이나 히프 등의 피부재건수술도 일반화됐다”는 것이 성형외과 전문의들의 말이다. 최근에는 수술대에 오르는 청소년과 남성들의 숫자도 크게 늘고 있어 새로운 수요층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마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얼마 전에는 정치인 기업인 방송앵커 등이 이런저런 이유로 성형수술을 받고 모습을 나타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성형수술에 대한 수요증가에 힘입어 성형외과는 지난 73년 전문진료과목으로 인정된 이래 미용성형술만도 1백여 가지에 이를 정도가 됐으며 전문의도 크게 늘었다. 지난 3월에 전문의자격을 취득한 사람까지 포함해 1천21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개원의가 약 5백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대한성형외과학회는 추산하고 있다. 전문의가 계속 늘어난 데다 일반의도 성형수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경쟁도 치열하다. “여성지 등 각종 매체를 통해 치열하게 홍보를 하는 것도 그런 경쟁 때문”이라는 것이 연세대 의대 성형외과 김용욱 교수의 말이다. D병원의 한 의사도 “상위 10%의 성형외과가 전체성형외과의 발생수익 90%를 가져간다고 할 정도로 지명도가 중요해 의사들간에 홍보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탈모로 고민하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대모발관리산업도 팽창을 거듭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인구 중 20세 이상 성인인구의 약 15% 정도가 탈모증 환자로 추산되며 여성도 탈모환자의 5%에 이를 것”이라는 게 경희대 의대 피부과 심우영 교수의 말이다. 지난해말 기준 20세이상 인구가 3천3백24만2천여명임을 감안하면 약 5백만명이 탈모증환자라는 셈이다. 이런 탈모환자의 증가에 힘입어 제일제당 태평양제약 스펠라랜드 모리가나 등 국내업체들과 MSD 파마시아 등 외국업체들이 2천억∼3천억원대로 추정되는 발모제시장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다. 이밖에도 밀란 하이모와 같은 가발업체와 스벤슨 등 모발관리숍들도 탈모환자들을 유혹하고 있다.한편 이처럼 보다 만족스런 외모를 추구하는 수요와 그를 겨냥한 비즈니스들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에 대해 식자들 사이에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연세대 원주의대 정신과 민성호 교수는 “외모에 불만스러워하고 집착하는 것은 신체추형장애증으로 이게 지나쳐 ‘식이장애속 신경성 식욕부진증’에 걸려 입원을 하는 중고생들도 있다”고 말했다. 식이장애속 신경성 식욕부진증은 미국의 남매듀엣 카펜터스의 여가수를 죽음에 이르게 만들면서 주목받은 병. 민교수는 이처럼 외모에 집착하는 이유로 “만연한 사회적인 자극과 자존감(Self Esteem)이 없는 것”을 들었다. 주변 특히 방송 등을 통해 성형을 하거나 몸을 가꿔 아름답게 보이는 사례가 많다보니 그것이 기준인줄 착각하게 만든다. 거기다 자존감마저 없어 주위 평가에 예민해져 결국 개성이나 자연미를 뒷전으로 하고 몸을 바꾸려고 한다는 것이다.“성형, 자기 투자로 생각”그러나 실제 현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견해는 다르다. 그들이 왜 외모를 가꾸는 데 집착하는지 그 ‘배경’을 살펴보라는 것이다.라는 책을 내기도 했던 김삼 성형외과의 김삼 원장은 “외모를 잣대로 평가하는 일이 아직 많은 만큼 외모를 고쳐서라도 자신감을 되찾고 사회생활에서 불이익을 덜 받으려는 심리적 경제적 노력”이라고 강조했다. 성형수술을 하는 사람들이 느는 것은 자신을 업그레이드하려는 욕구가 그만큼 큰 것이며 이는 자신을 보다 자신있게 내보이는 한편 수술후 경제적 이익을 기대하는 일종의 디자인이자 포장이라는 것이다. 경희대 의대 심교수도 “(탈모증 환자들이)사회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며 “치료욕구도 다른 환자들에 비해 높다”고 말했다. 결국 외모에 대한 업그레이드의 필요성을 환자 자신이 가장 절실하게 느끼고 이를 개선하려 시도한다는 것이다. 이는 아직도 우리사회에 외모가 크든 작든 잣대로서의 영향력이 여전하다는 역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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