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가전업체 서울 전시장 개장 ‘대공습’ … 국내 가전 3사 “질 수 없다” 원정마케팅 박차
“아시아 가전 메이커, 그 중에서도 한국의 본격적인 공세가 시작됐다.”(7월11일자 니혼게이자이신문)“소니코리아의 매출을 보라. 점유율 1위 차지는 어려운 게 아니다.”(JVC코리아 한동한 영업본부장)세계적 명성의 일본 가전업체들이 속속 한국에 상륙하고 있다. 이전에도 일본산 제품은 넘쳐 났지만 이번엔 좀 다르다. 지엽적인 소매 유통망에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한국법인을 설립, 공식적인 도전장을 냈다.한국의 대표 가전업체들도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은 아니다. 일본 전자상거래 시장에 진입하는가 하면 ‘싹수’가 보이는 인기 단품에 집중, 품목당 시장 점유율을 높여 가는 틈새전략을 구사하고 있다.양쪽은 서로의 시장에서 ‘틈’을 발견했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이 보여준 틈은 99년 단행된 수입선 다변화(특정 일본제품의 수입을 금지하는 것) 조치 해제. 제한적이던 시장이 활짝 열리자 물 만난 고기처럼 한국법인을 세우고 ‘시장 접수’에 나선 것이다.시장조사 기간을 거친 일본업체들은 올 들어 일제히 전시장을 개설했다. 그것도 일본상품에 별 거부감이 없는 신세대층을 공략하기 위해 대부분 첨단 디지털 체험 전시장들로 꾸몄다. 더불어 감각적인 CF를 내보내면서 확실한 입지 굳히기에 나섰다.JVC코리아는 7월초 서울 삼성동에 개방형 체험 전시장을 오픈했다. 월드컵 홍보 전시관을 겸하는 이곳은 디지털 가전을 직접 사용해 본 후 바로 구매로 이어지도록 유도하는 게 특징이다.지난해 한국시장에서 5천9백66억원의 매출을 올린 소니코리아도 지난해에 이어 서울 명동에 전시장을 열었다. AV제품 위주로 전시장을 꾸며 신세대를 공략 중인 소니코리아는 올해 매출을 1조원 규모로 잡았다. 또 카메라 메이커 올림푸스는 지난 5월 부산 광복동에 디지털카메라 전시장을 연 데 이어 서울 전시장 개장을 준비중이다.일본 가전업체의 공습에 대해 국내업계는 수성 및 공격전략 세우기에 골몰하고 있다. 한 가전업체 임원은 “최악의 경우 대만에서처럼 순식간에 일본업체가 시장을 평정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국산 백색가전의 시장 점유율이 90% 안팎인데다 디지털 관련 제품의 기술력이 크게 높아져 ‘수성’을 낙관하는 업체가 대부분이다.한편 일본에 진출한 한국 가전3사들은 규모나 매출 면에서 일본업체에 뒤지는 게 사실이지만 ‘내실을 높이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특히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펴고 있는 LG전자의 경우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청소기 등 백색가전 분야에서 지난해 대비 50% 가까이 매출을 끌어올렸다. 지난 2월 출시된 독신자용 패키지 ‘큐비’시리즈는 대형 양판점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몰고 있는 중이다. LG전자 재팬에 따르면 니또, 후나이 등 중견 가전업체가 LG보다 경쟁력 약한 냉장고와 에어컨 사업을 철수할 정도로 영향력을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실제로 일본에선 ‘10년 장기불황이 타개되지 않을 경우 한국 전자업계에 밀릴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근 발행된 니혼게이자이신문은 LG전자의 성장을 예로 들면서 ‘아시아 메이커의 본격적인 공세’를 경고했다. 가격뿐 아니라 일본 제품과의 기술력 격차가 줄어들어 제품 자체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데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전략적 제휴 통해 공동마케팅 펼치기도한일 가전시장의 각축전이 심화됨에 따라 비책으로 ‘적과의 동침’을 택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라이벌 업체와 제휴를 통해 공동 마케팅을 펴는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부터 LG전자가 만든 가스오븐레인지와 식기세척기를 공급받아 자사 상표 ‘메르헨’을 붙여 판매중이다. LG전자 또한 삼성으로부터 8mm 디지털 캠코더를 납품받아 LG브랜드로 판매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마쓰시타와 히타치가 제휴, 냉장고 세탁기 등 백색가전을 상호 생산 판매하기로 했다.이런 움직임은 강점을 지닌 부문을 공유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불필요한 경쟁에 따른 에너지를 줄이자는 게 큰 목적이다. 특히 상대방 진영을 공략해야 하는 원정전에서는 라이벌업체와의 공동 마케팅이 큰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앞으로도 사례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