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보리에 버섯균 배양, 영지쌀·동충하초쌀 등 다양 … 매출 늘고 수출까지 ‘기염’
‘영지 동충하초 상황버섯을 밥으로 먹는다. 정확히 말해 밥에 섞어 먹는다’. 버섯덮밥이 아니라 기능성쌀 얘기다. 요즘 백미나 현미 또는 보리에 버섯균을 배양한 버섯쌀이 인기다.백화점 할인점 등 대형 유통점에서 버섯쌀 보기란 어렵지 않고 찾는 사람도 많아졌다. 일부 호텔에선 상황버섯쌀로 만든 이탈리아식 볶음밥을 내놓는 등 고객의 입맛을 유혹하기도 한다. 버섯과 쌀이 만나 새로운 쌀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기능성쌀로 각광받고 있는 버섯쌀은 버섯의 ‘확실한’ 효능이 부가되면서 수요가 점차 늘고 있다.버섯은 예로부터 면역증강 작용과 항암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약용 버섯인 영지 상황 동충하초 아가리쿠스 등은 다른 버섯보다 항암효과가 뛰어나다. 때문에 이들 버섯에서 추출 가공한 다당체들을 중심으로 한 항암제 건강식품 건강음료 등이 개발된 것도 그런 이유다. 버섯이 이처럼 건강에는 좋지만 재배의 어려움, 비싼 가격 등으로 ‘밥먹듯’ 할 순 없는 것이 현실.대덕바이오·미농바이오 등 개발 활발하지만 앞으로 몸에 좋은 버섯을 매일 먹을 수 있게 됐다. 쌀이나 보리에 버섯균을 배양해 만든 버섯쌀이 속속 선을 보이고 있어서다. 대덕바이오 미농바이오 P&F바이오텍 신바이오텍 이지바이오시스템 등 바이오벤처들은 지난해부터 버섯쌀을 상품화해 시장에 내놓고 있다. 특히 쌀시장 개방에 대한 한국 쌀산업의 대안으로까지 얘기되는 기능성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업체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경기도 화성군에 위치한 미농바이오는 99년 10월 국내에선 처음으로 버섯쌀을 상품화, 기능성쌀 시장에 포문을 열었다. 미농바이오 박영도사장이 영남대 식품가공학과 이재성교수팀과 공동으로 고체배지 발효법을 이용해 버섯쌀을 국내 첫 개발한 것. 미농바이오는 현재 상황버섯쌀 동충하초버섯쌀 상황버섯보리쌀 등을 월 25t씩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엔 버섯쌀로만 4억8천만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엔 15억원 이상의 매출을 목표하고 있다.미농바이오는 체계적인 판매망 구축을 위해 대형백화점 할인점은 양곡유통업체인 두보식품에, 농협유통망은 화성 정남농협에 판매를 맡겼다. 그리고 지방 등 일반 소비자 시장엔 자체적으로 대리점 45곳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박사장은 “버섯쌀의 효능은 확실하지만 임상실험 결과가 없기 때문에 현재 경북대 의대 내과와 공동으로 암 에이즈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진행중”이라고 말했다.이 회사는 또 버섯쌀 수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미 8월중에 일본 양곡유통회사인 일본도쿄푸드에 월 10t씩 수출계약을 맺었고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공장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미농바이오는 앞으로 주식으로 버섯쌀을 먹을 수 있도록 다이어트와 당뇨예방이 되는 신제품도 개발할 계획이다.충남대학교내 산학연 연구실에 위치한 대덕바이오는 중국에서 2천년 전부터 비방으로 구전돼 왔던 홍버섯이라 불리는 모나스커스(Monascus)균을 쌀에 배양한 홍버섯쌀을 개발, 판매하고 있다. 모나스커스 성분인 로바스타틴은 콜레스테롤를 억제해 비정상적인 혈중 지질 농도를 낮추는 데 효과적인 천연물질이다.대덕바이오는 지난 5월 본격적인 홍버섯쌀 판매를 위해 6억원 규모의 대량생산 설비를 구축완료하고 월 20t씩 생산하고 있다. 홍버섯쌀은 현재 대형백화점 할인점 양곡도매상에 공급되고 있으며 급식시장에도 조만간 선보일 예정이다. 이 회사 표승원 마케팅본부이사는 “5월 이후 월 평균 5t씩 팔리고 있다”며 “우선 회원제 중심으로 판매망을 넓혀가고 kg당 5만원씩의 고가정책으로 영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덕바이오는 홍버섯쌀에 대한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현재 개발완료 단계에 있는 영지버섯쌀 상황버섯쌀 동충하초버섯쌀 아가리쿠스버섯쌀 등을 10월부터 차례로 출시할 계획이다. 최근까지 홍버섯쌀로 5천만원어치를 판매한 대덕바이오는 올해 말까지 약 1억원의 매출을 목표하고 있다.쌀의 고장 충북 청원의 한 폐교에 둥지를 튼 P&F바이오텍도 올해 3월 버섯쌀 5종을 출시했다. 8백g 포장단위로 상황버섯쌀 동충하초쌀 영지버섯쌀 표고버섯쌀 느타리버섯쌀을 판매하고 있다.쌀은 청원군 남일면 청남농협 종합미곡처리공장에서 공급받아 연간 30t씩 생산하고 있다. 현재 갤러리아백화점 애경백화점 농협하나로마트청주점 등에서 판매하고 있다. P&F바이오텍은 보다 적극적인 판매를 위해 현재 2곳의 총판을 최근 확보했다. 제품 출시 이후 7월말까지 1천5백만원의 매출을 올렸다.음료수 과자 육류에도 버섯균 배양 계획신바이오텍은 지난해 6월부터 현미영지버섯쌀 현미아가리쿠스버섯쌀 흑미동충하초버섯쌀 등을 개발, 판매하고 있다. 현재 영지버섯쌀을 월 10t씩, 아가리쿠스버섯쌀과 동충하초쌀은 월 3t씩 생산하고 있는 신바이오텍은 지난해 이들 제품으로 약 3천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이미 상반기에 8천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영업에 호조를 보이고 있다. 올해 매출 목표는 15억원.이 회사 임상섭전무는 “버섯균이 현미의 난소화성 섬유질을 소화가 잘 되도록 분해해 현미의 영양과 버섯의 기능성 물질을 섭취할 수 있는 쌀”이라고 말했다. 신바이오텍은 지난 3월 미국 LA와 뉴욕에 영지버섯쌀 아가리쿠스버섯쌀 흑미동충하초쌀 4t을 수출하기도 했다. 이지바이오시스템도 콜레스테롤을 줄여주는 보리에 홍국균을 발효시켜 만든 홍국보리쌀을 개발, 판매하고 있다. 이 회사는 자회사인 좋은나라를 통해 ‘오케이콜’이란 상품명으로 팔고 있다.이지바이오시스템 김혜경대리는 “홍국보리쌀은 동맥경화증 완화, 고지혈증 예방 등에 효과가 있다”며 “홍국을 보리쌀에 적용하기는 처음”이라고 밝혔다. 이지바이오시스템은 앞으로 음료수 주류 과자 육류 가공품 잡곡류 등에 버섯균을 배양한 기능성쌀을 개발할 계획이다.인터뷰박영도 미농바이오 사장“쌀시장 개방 대비, 버섯쌀로 경쟁력 키운다”“버섯에 항암효과가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대학에서 버섯관련 석사학위를 따고 제약회사에서도 버섯관련 제품을 연구하다 버섯과 쌀을 접목시키면 새로운 기능성 쌀을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미농바이오 박영도(44) 사장이 버섯을 이용한 기능성쌀을 개발하게 된 것은 점차 거세지는 쌀시장 개방에 따른 대안 제품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10년간 다니던 제약회사 연구직을 박차고 나와 지난 99년 6월 쌀 전문 벤처를 설립한 박사장은 바로 버섯균을 이용한 기능성쌀 개발에 착수했다. 버섯을 택한 것은 버섯균이 갖고 있는 특성 때문. 버섯은 이미 학계의 의해 항암 등 각종 효능이 밝혀졌고 박사장 자신도 효능에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현미가 좋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표면의 난소화성 섬유질 때문에 밥맛이 떨어져 먹는 데 불편했습니다. 이런 현미에 버섯균을 배양하면 현미의 영양소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식이 섬유질로 바꿔줍니다. 따라서 영양과 밥맛을 한층 높여줄 수 있습니다.”85년 영남대학교 식품가공학과를 졸업한 박사장은 광동제약 연구소에 있으면서 히트상품인 버섯 드링크제 ‘운지천’을 개발한 주인공. 그는 현재 영남대 식품가공학과 겸임 부교수로도 재직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