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물류시스템 변화간파, 발빠른 개발로 지구촌 항만 '장악'…외국서 더 유명한 '부산 사나이'
배에 화물을 선적할 경우 컨테이너들을 짜임새있게 쌓아 올리지 않으면 많이 싣지 못할 뿐 아니라 내릴 때도 애를 먹게 마련이다. 주먹구구식으로 탑재할 경우 항해 도중 선박이 균형을 잃어 침몰하거나 거센 파도를 맞아 선체가 두 동강 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화물선마다 이런 선적 프로그램을 구축해 놓고 있다.현재 전세계 항만에 가장 많이 깔려 있는 선적 계획 소프트웨어는 ‘메이드 인 코리아’다. 부산에 있는 해운 물류 솔루션 전문업체인 토탈소프트뱅크(TSB)의 ‘캐스프(CASP)’가 바로 그 일등 상품. TSB의 최장림(43) 사장은 컨테이너 선사용 적양하 계획 시스템인 이 ‘캐스프’로 세계 항만 솔루션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작은 거인’이다. 캐스프뿐만 아니라 역시 최사장의 작품인 컨테이너 터미널 자동화 운영시스템 ‘케이토스(CATOS)’ 역시 최근 2년 연속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이를 포함해 최사장이 개발해낸 제품들 대부분이 세계의 유명 선박회사와 조선소, 컨테이너터미널에 납품돼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72억원 매출에 순이익 24억원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국내보다는 오히려 해외에서 더 잘 알려진 최사장은 ‘부산 사나이’란 타이틀말고도 바다와 인연이 많다. 한국해양대학 항해학과를 졸업하고 81년 미국 해운회사인 라스코(LASCO)에 입사해 태평양과 대서양을 누볐다. 1등 항해사와 신조 감독으로 7년간 근무하면서 해운업무의 노하우를 쌓았다. 그러던 중 본사를 방문했을 때 직원들마다 애플컴퓨터를 갖춰 놓은 걸 보고 충격을 받았다. 18명밖에 안되는 관리사들이 소속 선박의 항해와 물류관리를 완벽하게 처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항해사도 컴퓨터를 배워야 한다’고 절감하고 이 때부터 그의 지칠 줄 모르는 ‘컴퓨터 독학’이 시작됐다. 배에서 내릴 때마다 서점을 뒤졌고 밤을 새워 가며 연구를 거듭했다. 석달치 월급을 톨톨 털어 1백70만원짜리 컴퓨터도 장만했다.85년초 라스코사에선 화물을 ‘얼마나 어떻게 안전하게 실을 수 있는가’를 미리 알 수 있는 선박용 적하지침기를 2만5천달러에 구입했다. 이를 사용해 본 후 그는 ‘이 정도라면 나도 만들 수 있겠다’며 혼자서 개발에 착수했다. 86년 드디어 로딩(Loading)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이를 자신의 컴퓨터에 탑재했다. 안전운항이 보장되면서 화물을 최대한 많이 실을 수 있도록 계산해주는 시스템을 개발한 것이다. 당시 외국산 소프트웨어보다 성능이 뛰어나다는 찬사가 쏟아졌다. 이것이 바로 그가 당시 일반 기업체 사원의 3배 가까운 연봉을 포기하고 마도로스의 꿈까지 접게 만든 결정적 계기가 됐다. 결국 배에서 내린 후 88년 11월 직원 3명을 데리고 차린 회사가 TSB다. 비록 배에선 내렸지만 항해사 시절보다 훨씬 더 흥미진진한 새로운 항해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첫 작품 ‘수퍼카고’ 해운회사 주문 잇따라그의 처녀작인 이 로딩 시스템에 ‘수퍼카고(SUPERCARGO)’란 이름도 붙였다. 가격도 외국산의 반 정도로 잡고 장사를 시작했다. 우선 국내 대형 해운회사들을 찾아다니며 제품을 보여줬다. 그러나 도무지 판로에 순풍이 불지 않았다. 제품을 뜯기도 전에 문전박대를 당하기가 일쑤였다. 뻔히 시험을 해보고도 이름도 들어본 적 없는 작은 회사의 개발품을 선뜻 사겠다고 나서는 업체가 없었다. 전재산을 털어 만든 사업인데 닻을 올리지도 못하고 문을 닫아야 하는 암담한 상황에 빠진 것이다. 바로 그 때 옛 회사 임원의 소개로 조양상선으로부터 주문을 받을 수 있었다.컨테이너 터미널 자동화 운영시스템 '케이토스'는 2년 연속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수퍼카고의 성능이 업계에 돌풍을 일으키면서 국내뿐 아니라 외국 선사들도 앞다퉈 문을 두드렸다. 몇 차례의 업그레이드를 거쳐 이 제품은 현재 10개국 19개 선사 4백15척의 화물선에 설치됐다. 첫 모델을 시작으로 91년 업그레이드시킨 제품이 해운회사용 선적 계획시스템 캐스프다. 한진해운 현대상선 등 국내 업체는 물론 중국 최대 국영선사인 코스코(COSCO)를 비롯해 미국 일본 중국 대만은 물론 스페인 아랍 등지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최사장의 항해는 계속 됐다. 처음 성공작이 배에 탑재된 것이었지만 그의 소프트웨어는 궁극적으로 ‘항만’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이른바 그의 본격적인 ‘상륙작전’이 시작된 것이다. “이전까지 항만은 해운사들이 원활한 물류를 위해 구축해 놓은 간접자본이었지만 갈수록 항만이 물류의 중심으로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해운물류 소프트웨어도 항만 운용에 맞춰 개발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해운 물류의 패러다임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 지를 정확하게 간파한 것이다.이런 취지에서 96년 컨테이너 터미널 자동화 운영시스템인 케이토스를 비롯해 해운회사용 통합 선대관리 시스템인 캐세스(CASAS)를 차례로 만들어냈다. 이와 함께 해운회사용 통합정비 및 자재관리 시스템인 M3I와 실시간으로 선체응력을 감시하는 시스템인 허스톤(HUSTON)도 선보였다. 이 가운데 지능형 시스템인 케이토스는 일본 요코하마항만대학 등에서 정규과정으로 채택할 만큼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현재 일본 2위의 컨테이너 선사인 K라인 4개 주요 컨테이너 터미널에 이어 지난해엔 미국 최대 선사인 MTC의 8개 컨테이너 터미널에 5백만달러 규모의 수출계약도 맺었다.“캐스프가 이미 세계시장에서 자리잡은 이상 호환성이 가장 높은 케이토스를 구매할 수밖에 없었던 거죠.”항만 장비기사 훈련 시뮬레이터도 개발항만 시설관리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항만 장비기사들을 훈련시키는 RMQC 시뮬레이터도 개발했다. 현장 작업의 모든 조건들을 3차원 가상현실 기법으로 실감나게 적용시킬 수 있다. 이와 함께 항만 계획 시뮬레이터도 선보였다. 항만운영관리를 리스크없이 저렴한 비용으로 미리 운영해 볼 수 있는 제품이다.최사장이 자체 개발한 선박 해운 항만 물류 관련 소프트웨어만 현재 68건. 이 중 특허 출허된 것만 4건이다. 그 결과 98년엔 정보통신부 표창도 받았다.세계 최고의 해운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에 불타 있는 그의 사전엔 ‘열심히’란 말은 없다. 대신 일에 ‘미쳐야’ 한다고 역설한다. 해외 시장을 뚫기 위해 1년의 절반 이상을 외국에서 보냈다. 현재도 항공사에서 밀리언 마일리지 고객으로 우대할 정도다.“배에서 내리는 조건으로 아내가 프로포즈를 받아줬는데 결혼 후 배 대신 비행기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니 미안하기 짝이 없죠. 한번은 아이가 부산의 최고 자랑거리를 적어내라는 숙제에 ‘우리 아버지’라고 했다는 얘기를 듣고 내심 기뻤습니다.”‘넘버원’ 제품 해부케이토스(CATOS:Computer Automated Terminal Operation System)‘지능형’ 컨테이너 시스템 제공자동화 컨테이너 터미널 운영 시스템이다. 지능형으로 운영돼 컨테이너 터미널의 계획, 운영, 관리에 필요한 시스템을 제공해 터미널 운영의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선박의 양적하 계획을 최적화해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시스템이다.계획 부문에선 하역 장비의 가동성을 최대화해 선박의 화물을 싣고 내리는 계획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수립하는 시스템, 부두공간의 활용을 극대화해 화물의 적재 계획을 수립하는 시스템, 터미널에서 장비 및 인력을 계획 수립하는 시스템으로 나뉜다.운영 부문에선 작업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작업을 통제, 관리하는 시스템, 터미널관련 데이터 입출력 수정 조회하는 시스템, 터미널 운영에 필요한 각종 데이터들을 EDI 형태로 정확하게 주고 받는 시스템으로 구분된다.관리 부문엔 컨테이너 수리 관리와 터미널에 사용되는 하역장비를 예방정비하고 정비한 결과 및 부품들의 재고 수량을 파악하는 시스템, 컨테이너 하역비용을 청구하는 시스템, 터미널운영 관련 자료를 통계 및 분석해 그 결과를 다음 운영시 의사 결정에 반영하는 시스템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