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회사 어떤 상품이 가장 쌀까?

회사마다 제각기 제품 가격이 달라 어느 보험사에 ‘쇼핑’하러 갈 지를 고민케 하는 보험료 자유화가 시작됐다. 그러나 상품 수요자인 고객, 공급자인 보험사 모두가 적응하지 못하는 상황. 가입자 입장에서는 ‘그럼 나는 어디서 가입해야 조금이라도 더 싼 가격에 양질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까’가 궁금한 일이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무한 경쟁이 시작됐으므로 서로간 눈치보기 전쟁이 한창이다. 영업맨들은 영업맨들대로 어떻게 상품을 팔아야 할 지 폭염속에 머리 굴리느라 정신이 없다. 자신이 소속된 보험사의 보험료가 타사에 비해 비쌀 경우 영업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특정회사에 소속되지 않고 보험을 판매하는 보험중개인들은 가격자유화가 활동을 본격화할 호기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추이를 지켜 보고 있다. 자유화된 자동차보험, 과연 어느 회사에 가입해야 하나.어떤 보험사를 선택하는가, 가입자가 어떤 조건인가에 따라 내야 할 보험료가 크게 달라졌다.가격 자유화 특징보험사들이 8월1일 조정한 가격을 비교해 보면 어느 손해보험사에 가입하는가에 따라 최고 1백13만원까지 차이가 날 수 있고 연령별로도 85만원까지 가격차가 난다. 어느 회사를 선택하는 지 뿐만 아니라 가입자가 어떤 조건인가에 따라서 내야 할 보험료가 크게 달라진다. 전체 평균을 내면 2~3% 인하됐다고 하지만 가입자에게 평균은 의미없는 수치다. 오히려 보험료가 오른 경우도 있다. 보험사가 영업 전략을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서 겉으로 보이는 가격과 실제 가격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 ‘약은’ 보험사들은 가격 자유화를 두고 복잡하게 계산기를 두드려야만 하는 것이다. 예컨대 종합보험 가격은 인하하되 가족한정특약(가족만 운전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보험료를 올린 뒤 가족한정특약으로 계약을 유도하면 보험사 입장에서는 실질적으로 인상 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신규가입에 대한 보험료는 전반적으로 많이 내렸다. 쌍용화재는 1천5백cc급 소형차를 처음 산 30대의 경우 연 보험료가 1백35만9천원에서 91만9백50원으로 45만원 싸진다고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보험사들은 새 차 가입자나 최초 계약을 매우 중요시하고 있다. 이 계약자들의 경우 평균 70% 이상의 재계약률을 보이기 때문에 평생 고객이 될 가능성이 높은 데다 젊은 층이 많아 미래 고객이란 의미도 커서다.30~47세 연령층의 2천cc 이상 중형차 보험료도 많이 낮아졌다. 운전자의 연령이 26~29세 일 경우 경소형과 대형 승용차 운전자의 보험료도 인하되는 흐름이 나타났다. 그러나 실제로 가입자수가 가장 많은 3년 이상 된 중고차에 대한 보험료는 자기차량 담보가 10% 가량 인상돼 오히려 보험료가 올랐다. 사고율이 높은 저연령인 21세(특히 남성) 운전자의 경우 평균 30% 이상 인상됐다. 50세 이상이면서 자녀도 운전하는 가입자 또한 더 비싼 보험료를 내야 한다. 그리고 엘란 티뷰론 스쿠프 등의 스포츠카도 가격이 오른 경우다.그리고 전에 없던 할증 할인 요인이 새로 생겼다. 보험료에 영향을 미치는 연령에 대해 24~25세를 추가로 구분하고 변속기에 따른 특별 요율도 새로 만들어진 것이다. 변속기가 자동인가 수동인가에 따라 10%의 차이가 날 수 있다. 다수차량 계약자에 대한 보험료 할인도 새로 생겼다. 2대 이상 차량 보험가입시 보험료가 5~15%까지 할인된다. 스포츠카에 대한 특별 요율을 신설해 종전 기피해 오던 계약을 추가보험료를 받고 적극 적으로 인수하게 됐다.나는 어느 회사 상품에 가입해야 하나그러면 새로 자동차 보험에 들거나 기간이 만료돼 다시 가입해야 하는 사람은 어떤 경우에 해당되며 얼마를 내야 하는 것일까. 가격 자유화로 보험료가 내린 줄로만 알고 있다가 실제로 최근 만기가 돼 가입 보험사에서 새로 보험료를 뽑아 본 사람들 중에는 오히려 오른 가격을 보고 어리둥절해 하는 경우가 많다.보험중개사이트인 보험넷과 함께 보험가입자 4명의 사례를 통해 실제 보험료를 비교해 봤다. 동양 LG 삼성 신동아 쌍용 제일 현대해상 등 7개 보험사의 가격을 비교했으며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돼 매각 대상이 된 국제 리젠트 대한화재는 제외했다.36세 직장인 박모씨(남). 에어백이 2개 장착된 99년식 EF쏘나타 승용차 운전자다. 박씨의 경우 신동아화재 보험료가 47만6천7백50원으로 가장 낮았다. 다음으로는 쌍용화재 현대해상 제일화재 순으로 보험료가 낮았다. 모두 24시간 상설 출동 서비스를 포함시키지 않았을 때의 가격이다. 보험료 내역을 보면 중고율이 1백30% 적용됐고 5년 미만 경력 때문에 할인을 받지 못해 경력요율은 1백% 그대로 적용됐다. 가장 낮은 보험료와 가장 비싼 보험료의 차이는 2만9천원에 이른다. 예년의 가격에 비하면 박씨는 오히려 오른 가격이다. 사고로 자기차량이 파손됐을 경우의 보상수리비인 자기차량담보가 8월1일 이전보다 10% 올랐기 때문이다.그랜저 XG운전자인 40세 김모씨(남)는 쌍용화재의 보험료가 63만6천4백50원으로 가장 낮았다. 가장 비싼 곳은 신동아화재로 72만1천9백30원. 8만5천원의 차이가 났다.보험료가 비싼 편에 속하는 연령대인 24세 아반떼 승용차 운전자 최씨(남)의 경우에는 신동아화재의 보험료가 1백1만6천9백50원으로 가장 저렴했다. 쌍용화재가 1백1만8천60원, 동양화재가 1백15만6천1백80원으로 뒤를 이었다. LG화재는 1백25만3천4백50원, 제일화재가 1백29만8천6백20원으로 비싼 편에 속했다. 최고보험료와 최저보험료의 차이는 27만원이나 된다.라노스줄리엣 승용차 소유자인 26세 회사원 이모씨(여)는 49만2천9백90원이 나온 삼성화재에 가입하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 동양화재가 54만5천4백40원, 현대해상이 55만3천6백80원으로 뒤를 이었다.보험사 관계자들은 “싸다, 비싸다로 자동차 보험을 단순 비교하면 안된다”고 주장한다. 보험료에는 고객에 대한 서비스 비용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부실 보험사와 우량사 등 재정적 여건, 보상 서비스망, 보험금 지급 분쟁률 등 실제 사고가 났을 때 이뤄지는 서비스를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이다. ‘싼 게 비지떡’일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 자동차 보험에 가입하려는 사람이 ‘제품’의 가격과 질을 모두 꼼꼼히 비교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때문에 인터넷 가격 비교 사이트나 국내 66명 가량이 활동하고 있는 보험 중개인을 찾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가격을 비교하고 중개하는 인터넷 사이트는 보험넷 (www.bohemnet.co.kr ) 인스밸리(www.insvalley.com) 보험합리주의(www.insdream.com) 인슈나라(www.insu-nara.co.kr) 등 많은 업체가 영업중이다. 보험중개인을 통하는 것은 아직 널리 일반화된 방법은 아니다. 그러나 이들은 특정 보험사에 소속되지 않았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상품을 비교해 가입자에게 맞는 상품을 골라준다.(중개인협회 www.ikiba.or.kr)자동차 보험료 자유화란그간 자동차보험료는 감독당국에서 엄격히 통제해 왔다. 손해보험사의 지급보험금이 늘어나면 보험료를 인상하고 줄어들면 보험료를 인하해야 하지만 이를 탄력적으로 조정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 자동차 보험의 가격산출을 전적으로 보험사에 일임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자동차보험료는 보험개발원에서 제시한 ‘참조 순보험료’를 기준으로 회사에 따라 이를 조금씩 바꿔서 써 왔다. 그러나 이제 회사들은 자체 기준에 따라 보험료를 정하게 된다. 예컨대 사고율이 높은 위험한 보험을 많이 취급하는 것을 전략으로 택한 보험사는 비싼 보험료를 받는다. 사고율이 낮은 ‘우량 물건’을 취급하는 보험사는 상대적으로 쌀 것이다. 보험료 차이에 영향을 미치는 건 이 뿐이 아니다. 긴급출동과 같은 다양한 서비스를 포함시킨 보험사라면 보험료가 더 비쌀 수 있다. 당국은 지난 1월 승합차, 4월 영업용 차량, 그리고 이번 8월 개인차량 등 모두 3번에 걸쳐 보험료를 단계적으로 자유화했다.가격 자유화 이후가격 자유화를 실시한 지 약 2주일이 지난 지금 아직 보험료 자유화가 본격화됐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경쟁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보험사들이 극심한 눈치 작전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 보험영업인은 “8월1일 가격이 발표된 이후 타사보다 보험료가 더 비싸게 나타나면 판매가 어렵기 때문에 영업인들이 본사에 항의를 했다. 그러자 지난주 3개 보험사가 다시 보험료를 낮췄다. 앞으로 1~2주 안에 또 낮추는 회사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8월말쯤에 이르러야 가격이 안정될 것 같다”고 전했다. 일부 영업점에서는 오히려 보험료가 오른 고객의 항의가 나오자 편법으로 8월1일 이전의 보험료로 계약을 해주기도 한다. 이에 대해 각 보험사 관계자들은 모두 최근 1주간 가격 변동이 없었다며 이를 부인했다. 대외발표용 가격과 영업 일선에서의 실제 가격이 다른 것이다. 다만 중소형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 삼성화재 담당자는 “자체적으로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고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기 때문에 다시 가격을 조정하는 것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면서 “시장 점유율 변동 추이를 봐 결정할 사항”이라고 말했다.현대증권 조병문 애널리스트는 “아직 2주밖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보험사들도 우왕좌왕 하는 형편”이라면서 당분간 보험사들이 서로 눈치를 보면서 인하 경쟁을 벌이거나 실질적으로는 인하 효과가 적지만 대외적으로는 이를 과장해 내보인다 해도 결국 인상이 대세를 이룰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우리나라 자동차 보험료는 준공공요금으로 간주돼 인상 요인이 생겨도 이를 반영하지 못하는 등 가격 통제가 이뤄져 왔다. 그래서 보험료가 너무 낮다. OECD국가 중 사고율은 최고인 데 반해 보험료는 최저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몇몇 대형사를 제외하고는 많은 손해보험사들이 지금도 자동차부문서 적자를 내고 있는 형편이다. 자유화는 점차 가격 인상으로 연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 또한 “재무건전성이 나빠지면 자동차사고 보험금도 제대로 지급할 수 없게 된다. 손해보험사 부실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보험료 인하는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고 주장했다.또한 조애널리스트는 신차 위주의 영업, 젊은 층 위주의 영업 등 업체별 특화 전략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시장은 너무 작은 데다 충분한 경험률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어려운 일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일본 자동차보험시장의 경우 외국사가 진출하면서 리스크 세분형 상품들을 내놓고 특정 고객층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던 사례가 있다. 그러나 국내 시장은 너무 단순하기 때문에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기는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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