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재벌’… 수입 대부분 은행 예치

‘코리안 특급’ 박찬호(28, LA다저스)가 미국 진출 8년만에 메이저리그의 ‘지존’을 넘보고 있다. 94년 한양대에 재학 중이던 박찬호가 메이저리그 무대에 처음 ‘상장’됐을 때만 해도 그는 가능성 있는 ‘벤처기업’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는 시즌마다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더니 ‘블루칩’ 단계를 넘어 마침내 ‘황제주’ 자리까지 노리고 있다.지금부터 8년 전 박찬호가 미국 프로야구의 명문구단 다저스와 입단 계약을 체결하면서 받은 연봉은 고작 1만7천달러. 반면 박찬호의 2000시즌 연봉은 9백90만달러. 8년만에 무려 5백82.4배나 뛴 셈이다. 요즘 미국 매스컴이 전망하고 있는 것처럼 박찬호가 2001시즌부터 2천만달러를 받는다면 9년 동안 몸값이 1천1백67.5배 뛰는 대기록을 세우는 셈이다.8년 동안 박찬호가 벌어들인 연봉 총액(계약금 포함)은 1천7백62만달러. 이것은 달러 환율을 1천3백원으로 계산할 때 2백29억6백만원에 달한다. 얼마 전 기아자동차가 해태 타이거즈를 인수하면서 치른 금액이 2백10억원. 박찬호는 이미 한국 프로야구의 최고 명문구단을 인수할 수 있을 만큼의 거액을 챙긴 셈이다.이쯤 되면 박찬호를 가리켜 ‘움직이는 재벌’이라 표현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듯 싶다. 기업이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것처럼 박찬호도 ‘스포츠 재벌’로 변신하기 위한 물밑작업을 시작한 지 오래다. 하지만 그는 현재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시장의 추이를 관망하며 자본을 축적하는 것으로 보인다. 박찬호가 특별한 재테크를 시도하지 않고 대부분의 수입을 국내 은행에 분산 예치하고 있는 점이 그 증거다.박찬호가 효과적으로 재테크를 하기 위해서는 국내 금융기관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세법상 미혼 외국인 프로선수에게는 최고 40%의 세율이 매겨진다. 이것은 한국 프로야구 선수들이 평균 3%를 세금으로 내는 것에 비하면 엄청난 부담이다. 금리 역시 한국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이런 까닭에 지난 겨울 국내 은행업계에서는 박찬호를 고객으로 맞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기도 했다.밤나무 과수원 매입, 아버지에게 선물캘리포니아의 갑부들이 모여 산다는 비버리힐스의 대저택을 소유한 박찬호. 하지만 그의 돈 씀씀이는 의외로 소박하다. 그가 요즘 타고 다니는 벤츠 승용차는 대리점에서 1년 동안 무료로 제공한 ‘선물’이다. 그는 물건값을 깎는 데도 일가견이 있으며 값싸게 사들인 액세서리를 기자들에게 자랑하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고향이나 모교에 장학금을 내놓을 때는 ‘억’ 소리가 나올 만큼 화끈하다.한국에서 스포츠로 성공한 사람들의 재테크 방법을 조사해보면 부동산이 압도적으로 많다. 운동선수들은 우직한 성격대로 ‘돈 생기면 무조건 묻어야 한다’는 말을 중요하게 여긴다. 박찬호 역시 메이저리그 초년병 시절 아버지에게 계룡산 자락의 밤나무 과수원을 선물한 일이 있다. 이것을 두고 한때 ‘박찬호가 고향에서 부동산을 대거 매입한다’는 소문이 나돌았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박찬호는 ‘떼돈’을 벌어서 무엇을 할까. 야구인들은 그가 스포츠계의 실력자로 성장하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하지만 그를 잘 아는 사람들은 다르게 본다. 그는 차원이 다른 사업가를 꿈꾸고 있다는 것이다. 얼마 전 그가 호텔사업에 관심을 보인 것도 그런 맥락이라는 얘기다. 내년 시즌 2천만달러 연봉을 달성하게 되면 박찬호는 본격적으로 장기적인 사업구상을 펼쳐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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