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운서 손미나(30)가 최근 KBS 의 여성 MC로 최장수 기록을 세웠다. 5년동안 MC를 맡고 있기 때문. 허참과 함께 초대 여성 MC를 맡았던 정소녀(4년)보다 1년이 더 길다.그녀는 요즘 외에도 의 앵커로, 의 MC로, FM라디오 의 DJ로 활약중이다. 방송사 자체적으로 하루 8시간 근무토록 시간을 조정해줘 그녀는 저녁 6시에 출근, 새벽 2시에 퇴근한다.그녀는 방송사마다 아나운서들의 프리랜서 선언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서도 KBS 전속 아나운서로 벌써 5년째 활동하고 있다. 거기에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다.“프리랜서든 전속이든 일장일단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전 아직 프리랜서 선언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생각해요. 아직 배울 것도 많고요. 좀더 진행이 무르익으면 그때가서 생각해보려고요.”좀더 배우기 위해 프리랜서 사양아나운서들의 프리랜서 선언의 가장 큰 장점은 다양한 수익창출에 있다. CF나 연기 등 다른 활동에 제약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월급쟁이 생활을 하는 그녀가 벌어들이는 수입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그녀는 불평을 늘어놓지 않는다. 오히려 그 규모에 생활을 맞추고 있다.“너무 부담스럽지 않은 액수를 일정하게 불입하는 적금을 이용해 나름대로 돈을 모아요. 워낙 재테크에 문외한이어서 투자 개념보다는 단순하고 안전한 방법을 쓰고 있어요. 나머지는 생활하고 거기서 남은 것은 몽땅 어머니에게 맡겨요. 쓰시든 모아두든 상관하지 않고요.”월급 액수를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그녀는 외국기업의 초봉수준이라고 귀띔했다. 외부에 알려져 있는 것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것. 그녀는 “비록 밤에 일하지만 8시간의 근무원칙이 지켜져 매우 만족스럽다”고 말한다.그녀는 방송용 정장은 모두 협찬을 받고 있기 때문에 평소 캐주얼한 복장으로 다닌다.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을 좋아해 명품을 살 필요가 없고 사고 싶은 욕심도 없다는 것. 그런 그녀가 한달에 쓰는 돈은 40만~50만원선.“교통비와 식대가 지출의 대부분을 차지해요. 가끔 친구들과 만나 차마시고 식사하면 좀더 쓰는데 요즘에는 생활패턴이 다르다보니 만나기로 했다가 취소할 때가 많아요.”그녀가 유일하게 돈을 많이 쓰는 부분은 여행. 거기에는 남다른 사연이 있다.그녀는 고려대학교 서어서문학과 3학년 때 스페인에 교환학생으로 1년, 또 호주에서 2년 간 공부했다. 그곳에서 그녀는 많은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를 벌었다. 한국어를 가르치고 식당에서 서빙을 하면서도 그녀는 스스로 벌어 공부한다는 자부심이 대단했다. 또한 성적도 남들보다 월등히 나았다. 그런데 뜻밖의 행운으로 파리여행을 공짜로 다녀온 적이 있었다고 한다.“프랑스 정부에서 아주 멋진 여행 이벤트를 가졌는 데 거기에 갈 수 있는 기회가 저에게 왔었어요. 우리학교에서 선발된 몇 명의 학생을 보내주는 거였는데 거기에 운 좋게 끼었어요. 여행을 갔다가 정말 멋지게 인생을 즐기는 부부를 만났어요. 20년 동안 모은 재산을 모두 털어 큰 배 한 척을 사서 전 세계를 다니며 여행을 다니는 그런 부부였어요. 그러다 마음에 드는 나라가 있으면 그곳에서 배를 팔아 장사를 하고 또 싫증나면 모은 돈으로 또다시 배를 사서 여행하는 거죠. 짧은 인생을 그렇게 멋지게 즐기는 그 부부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그 때부터 매년 휴가철에는 과감히 쓴다는 그녀가 지난해 여름휴가에 다녀온 곳은 필리핀의 무인도였다. 함께 다니는 코디네이터 2명과 함께 표만 끊어 필리핀으로 가서 6박7일간 배낭여행을 한 것. 미리 현지 사정을 충분히 조사하고 간 덕분에 왕복 비행기 값을 제외하고 그녀가 쓴 돈은 총 10만원 안팎이었다. 올 가을 그녀의 휴가 예정지는 유학 시절의 추억이 서린 스페인. 그녀는 “멋진 여행을 위해 한두달 가난하게 살겠다”고 한다.“전 돈이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돈 욕심이 많기 때문이 아니라 인생을 멋지게 살기 위해서에요. 여행도 마음껏 다니고 배우고 싶은 것 다 배우고 남에게 아쉬운 소리 안하면서 살려면 돈은 반드시 필요하죠. 대신 땀흘려 번 돈이 아니면 절대 사양이에요. 학창시절부터 모험같은 생활을 즐기는 것을 좋아해 힘든 일을 하면서도 그 속에서 보람을 찾았어요.”너무 절약하다 못해 궁핍해 보이는 ‘짠순이’보다는 ‘쓸 때는 써야 한다’는 머니철학을 그녀에게 심어준 분은 아버지다. 그녀는 “구두는 걸어서 불편하지 않으면 되고 옷은 입어서 불편하지 않으면 된다”는 아버지의 말씀을 늘 가슴 한구석에 새기고 산다.“어쩌면 화려한 연예계에서 제가 휩쓸리지 않고 중심을 지키며 살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인 것 같아요. 쇼핑할 때도 전 충동구매를 하지 않아요. 필요한 것만 메모해서 그것만 사가지고 와요. 지금은 바빠서 쓸 시간이 없지만 금전출납부도 유학시절에는 참 열심히 썼어요. 매일매일 수입과 지출을 각 용도별로 비교해가면서 돈 모으는 재미가 쏠쏠했죠.”존경하는 경제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알뜰한 그녀가 가장 존경하는 경제인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현대중공업을 일으킬 당시 외국인이 우리의 조선기술을 의심하자 고 정명예회장이 거북선이 그려진 오백원짜리 지폐를 꺼내 “이것이 우리나라가 5백년전에 만들었던 배인데 지금은 어떤 배를 만들겠는가”라며 세계적 조선회사 현대중공업을 일군 그의 놀라운 마케팅 능력에 감동받았기 때문이다.“돈이란 많이 버는 것보다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비록 그것이 자선이 아니라 자신을 위해 쓰는 돈이더라도 얼마나 가치있고 보람있게 쓰는가가 중요하잖아요.”그녀가 즐기는 문화생활은 독서. 좋은 책은 아낌없이 산다는 그녀를 최근 밤새도록 울게 만든 책은 . 주변에 지인들에게 한권씩 선물했더니 다들 “너무 고마워”라며 감사인사를 잊지 않았을 만큼 감동적인 책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