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오름세, 내년까지 간다

아파트시장을 보는 주택수요자들의 눈길이 불안하다. 올 들어 오름세를 타기 시작해 비수기에도 쉬지 않고 오르더니 한여름을 넘기면서까지 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가격상승과 맞물려 매물이 시장에서 자취를 감춘 지 오래됐다는 말도 여기저기서 나온다. 아파트값이나 전셋값이 폭등하는 것은 아닐까, 행여 내집마련이 멀어지는 것은 아닐까, 신혼방 한 칸이라도 구할 수 있을까 등 집값 얘기만 나오면 불편하다. 계속된 가격상승과 매물부족으로 불안심리까지 가중되는 상황이다.주택은행에서는 매달 15일을 기준으로 전국 28개 주요도시의 3천2백60여개 부동산중개업소를 대상으로 해당지역의 주택매매 및 전세가격 변동상황을 조사해 발표한다. 이를 보면 올해 아파트 가격상승세는 유난스럽다. 지난 95년말을 기준으로 지수 1백으로 했을 때 올 7월15일 현재 매매가격종합지수는 98.3, 전세가격종합지수는 1백25로 나타난다.(그림 참조)가파른 상승, 매물부족에 ‘아우성’매매의 경우 91년 봄을 정점으로 하강곡선을 그리기 시작해 97년 잠시 반등하는 듯 싶더니 IMF로 97년 하반기에 급강하, 이후 98년말께 다시 완만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으나 올 들어 가파른 상승세다. IMF로 바닥까지 갔던 전세가격지수도 98년부터 상승세를 타다가 지난해 하반기에 다시 하락하는가 싶더니 올 들어서는 가파른 비탈길을 오르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나마도 전국을 평균한 것이다. 주택가격문제가 항상 거론되며 그때마다 은유적으로 표현되는 국지적인 현상의 ‘국지’에 해당하는 서울과 수도권만을 골라보면 지수 상승폭은 더욱 커진다.지난해 하반기만 해도 주춤하면서 하락세까지 보였던 주택시장이 올 들어 이처럼 급변한 원인에 대한 전문가들의 진단은 경중을 어디에 두느냐의 차이일 뿐 대개 일치한다. △수급상의 불균형 △지속된 저금리 △정책의 실패 등이 커다란 원인으로 꼽힌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은 수급의 불균형. 97년말 IMF이후 건설업체들의 경영이 극도로 악화되면서 건설물량이 대거 감소, 지금의 집값상승을 야기했다는 것. 현대경제연구원의 김선덕 연구위원은 “건교부의 착공통계자료를 보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 상반기 사이의 입주물량이 최저수준이었다”고 말했다. 통상 아파트건축에 2~3년 정도 소요되는 것을 고려하면 지금의 집값상승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던 셈이다.또 다른 수급상의 불균형은 재개발 재건축 붐. 주로 일선 중개업소에서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 내용이다. 재건축 규제가 완화돼 사업을 추진하는 곳이 늘면서 해당 아파트의 거주자들이 일시에 주택수요자로 변하고 이처럼 급작스레 증가한 수요가 이사철 수요와 맞물리면서 아파트 전세가격을 부추기고 전세값 상승이 다시 매매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경기도 일산신도시 레인콤부동산중개 황홍구 사장은 “재건축으로 서울을 빠져 나온 사람들이 가격상승에 많은 영향을 줬다”며 “비수기인 4~6월 가격이 오른 것도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저금리도 가격상승에 한몫을 단단히 했다. 안전하고 수익성이 보장된 소형아파트를 중심으로 시중의 자금이 몰려 들었다는 것이다. 특히 임대주택사업이 완화되고 중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전세가가 매매가의 70~80% 안팎인 아파트가 늘어나면서 저금리를 바탕으로 임대주택사업에 나서거나 매수세력으로 변한 사람들이 중소형 아파트의 가격상승을 자극했다는 것이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한 중개업자는 “은행에서 1억원을 대출받으면 원리금으로 한 달에 50만원 정도만 내면 돼 전세를 끼고 담보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구입, 임대주택사업을 하려는 사람들이 적잖다”고 말했다.상승기조 지속 전망, 일부 조정가능성 제기정책의 실패도 중요한 이유로 꼽힌다. 특히 소형아파트 의무건축비율 폐지나 재건축규제 완화 등 문제의 소지가 지적됐던 사안들이 결국 시장을 왜곡시켰다는 것이다. 경기도 분당신도시 동부공인중개 이정호 사장은 “올해 초부터 시작된 집값 상승은 소형아파트의 공급부족이 문제였다”며 “(소형의무비율을 폐지한)정책의 실패가 가격상승을 가져왔다”고 말했다.그렇다면 현재 집값은 오를 만큼 올랐는가 아니면 더 오를까. 오른다면 언제까지 이어질까.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일반적으로 주택가격에는 경기 소득 금리 물가 정책 수급 등 많은 요인들이 작용한다. 이러한 요인들을 감안했을 때 전문가들의 예측은 다소 차이가 있다. 하지만 대다수는 현재의 상승기조가 이어지거나 조정을 받더라도 보합세 정도로 갈 것이라는 견해가 대세다. 특히 소형아파트의 강세와 전세가의 상승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입을 모으고 있다.먼저 부동산컨설팅업계와 일선중개업소에서는 짧게는 내년, 길게는 2003년까지 상승세 내지는 강보합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이런 전망에는 경기회복이 더디고 소득이 크게 늘지 않더라도 아파트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는 심리가 수요자들에게 각인된 데다 1~2년간은 여전히 소형아파트를 중심으로 공급물량이 딸릴 것이라는 분석을 바탕으로 한다. 여기에 국민주택규모의 생애최초주택구입자금에 대한 저금리대출도 중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매매수요를 일으킬 것이라는 관측도 힘을 보태고 있다. 때문에 올 가을이 내집마련의 적기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내집마련정보사의 김영진 사장은 “아파트값이 앞으로 2년 정도 오름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가급적이면 청약통장을 빨리 써서 분양받는 것이 유리하며 “전세 거주자의 경우 하반기 입주예정 아파트를 부지런히 찾아보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말했다.(표 참조)이와 달리 다소 조심스럽거나 하향의 가능성을 점치는 분위기도 만만찮다. 현대경제연구원 김연구위원은 “상승여력은 있지만 지금 가격이 정점의 8부 능선에 해당하는 가격으로 올 연말이나 내년 초쯤 (상반기처럼 오르지 않는)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때문에 내년초 조정을 받을 때 소형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중대형을 겨냥해 저점에 주택을 구입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게 김연구위원의 말이다. 그러나 내년에 월드컵 대선 등이 있음을 감안했을 때 “만약 시중에 자금이 풀리고 경기가 빠르게 회복된다면 다시 크게 상승할 소지도 배제 못한다”며 “정부의 정책이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LG경제연구원의 김성식 연구위원은 “전세는 내년까지 오름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지만 매매는 지금이 정점으로 9월 하순부터 꺾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연구위원은 한발 더 나아가 “임대주택 20만가구 건설, 제2 신도시 건설 등 공급이 늘어난 3~4년 후면 공급과잉에 이르는 데다 현재 집값이 소득수준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점을 감안하면 하향조정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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