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레저업 ‘골드산업’으로 뜬다

이틀간의 직장탈출, 가족중심 여가문화 정착 기폭제 … 도·농 교류 활성화도 기대

주5일 근무제의 실시는 필연적으로 놀이와 여가에 인식변화를 수반한다. 우선 ‘개미와 베짱이’ 얘기부터 해보자.한여름 뙤약볕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열심히 일한 개미는 따뜻하고 편안한 한겨울을 보내고 반대로 한여름에 나무그늘에서 노래를 부르며 한가롭게 지내던 베짱이는 겨울날 추위와 배고픔에 굶주린다는 것이 유명한 이솝우화의 기본 줄거리다.그러나 ‘선(善)’도 시대에 따라 변한다고 했던가. 요즘 신세대들에게 이 얘기를 해주면 십중팔구 정반대의 버전을 들고 나온다. 즉, 여름에 열심히 일한 개미는 가을 태풍으로 농사를 망쳐 완전히 알거지가 된 반면 나무그늘에서 노래만 부르던 베짱이는 유명가수가 돼 돈방석에 올랐다는 식이다.국민 10명 중 7명, 주5일 근무제 찬성비단 신세대뿐만이 아니다. 상당수의 국민이 열심히 일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데 동의하고 있다. 국정홍보처가 8월초 한길리서치연구소에 의뢰, 전국 만 20세 이상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74.1%가 ‘주5일 근무제’ 도입에 찬성했다. 이들 중 77.2%는 이 제도의 시행으로 노동생산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주5일 근무제 도입에 반대하는 사람은 25.6%에 불과했다.동아닷컴이 네티즌 1만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주5일 근무제가 경제에 미칠 영향’ 설문조사에서도 60.6%가 ‘고용분배 효과로 경제회복에 기여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노동연구원도 주5일 근무제 실시로 근로시간이 현재 주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줄어들 경우 68만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기고 잠재성장률이 4.7%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경총 대한상의 등 주로 사용자 입장의 경제단체들은 노동연구원의 이런 산출근거에 이의를 제기하며 부정적 의견을 내놓고 있지만 전체적인 국민 정서는 일단 주5일 근무제 실시를 환영하는 쪽에 가깝다.그렇다면 주5일 근무제가 실시될 경우 이들이 가장 하고 싶어 하는 것은 무엇일까. 한길리서치가 지난 5월 직장인 7백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30%가 (남는 시간을) 가족과 함께 보내겠다고 대답했고 취미활동 및 여행을 하겠다는 응답도 28.6%에 달했다. 결국 직장중심의 문화가 가족중심으로 바뀌면서 여행이나 취미를 즐기겠다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아진다는 뜻이다.이는 곧 여행 레저 및 호텔 콘도업계가 쌍수를 들어 주5일 근무제를 환영하고 있는 근거기도 하다. 여행업계는 줄잡아 국내 여행객이 10~20% 증가하면서 관련업계의 수익도 그만큼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리보다 앞서 주5일 근무제를 실시한 중국이나 일본의 사례도 이같은 전망을 뒷받침 해 준다.95년부터 주5일 근무제를 도입했던 중국의 경우 국내 여행객은 해마다 20% 가까이 늘어났고 해외여행객은 40% 정도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2박3일 주말여행이 신풍속도로 자리잡으면서 도로망 숙박시설 등 관련 산업이 급성장, 중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은 것으로 보고됐다. 87년부터 97년까지 단계적으로 주5일 근무제를 실시한 일본의 경우에도 실시 1년째 국내 여행객이 12%, 2년째 21% 등으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국내 관광산업을 총지휘하고 있는 문화관광부는 이런 일본의 사례를 근거로 주5일 근무제가 실시될 경우 국내 관광수요 증가로 관광분야의 경제적 효과가 수조원대에 달할 것이라는 어림전망을 내놓기도 했다.농림수산부 및 농협도 주5일 근무제에 거는 기대가 크다. 특히 농촌의 농업소득 감소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농협의 경우 주5일 근무제로 도시민의 체험여행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농촌지역의 생활방식 또한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농가들이 도시민들에게 농촌체험 및 숙박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농업외 소득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도농교류가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그러나 많은 사람이 꿈꾸는 장밋빛 전망이 저절로 현실화되는 것은 아니다. 주5일 근무제가 국내 관광산업 활성화 등 긍정적인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선결과제도 적지 않다는 뜻이다. 가장 우선적인 문제는 관광 인프라의 부족. 즉, 주5일 근무제가 실시될 경우 당일여행보다는 자가용을 이용한 1박2일 또는 2박3일간의 숙박여행이 늘어날 것은 자명한 데 가족단위로 묵을 만한 숙박지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높다. 또한 교통체증을 포함한 교통불편 안내판 부족 화장실 불결 등도 지방관광을 경험한 여행객들의 불만사항들이다.'부익부 빈익빈’ 현상 심화 우려이와 함께 정부 및 여행업계의 충분한 여행정보 제공 및 다양한 여행상품 개발도 국내 관광활성화에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주5일 근무제가 오히려 해외여행 활성화로 이어져 ‘죽 쒀서 개주는 격’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보다 심각한 문제는 여가 및 취미생활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 즉, 돈 있는 사람들은 어디로든 떠나는 데 급급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집에 죽치고 앉아 TV만 보면서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는 등 오히려 부정적인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에 따라 저렴한 숙박시설은 물론 복지차원의 서민층 여행을 지원할 수 있는 프로그램 등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외식·엔터테인먼트도 수혜 예상주5일 근무제의 파급효과를 놓고 관련업계가 들썩이고 있는 가운데 최근 대한투자신탁증권이 ‘주5일 근무제 도입에 따른 수혜 예상종목’을 선정, 발표했다.대한투신측은 주5일 근무제 실시는 국내 관광산업 진흥에 기여함은 물론 생활패턴의 변화에 따라 기타산업으로의 파급효과도 클 것이라 전망했다. 이에 따라 수혜가 예상되는 산업분야는 1차적으로 관광 호텔 및 운송 레저업계가 꼽혔다. 이와 함께 생활패턴 변화에 따라 외식업계와 게임 비디오 등 엔터테인먼트, 할부금융 이용이 가능한 카드업계도 직간접적인 수혜를 입을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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