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쿠웨이트 침공시 세계 주가 15~20% 하락 … 단순 정치적 사건은 충격 적어
이번 미국에서 발생된 테러 사건으로 인해 한국증시가 매우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 비록 사건이 정치적 동기에서 발단된 것이지만 이번 경우는 단순히 정치적 측면만을 평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의 경우는 정치적 요인에 덧붙여 부정적 경제요인의 포함 가능성이 높은 데 그 결과 증시는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 같다.실로 이번 사건이 단순 정치적 사안이라면 별다른 문제가 될 게 없다. 지난 60년 이후 세계적으로나 국내적으로나 비중 큰 정치적 사안이 있었지만 정치적인 것에 국한된 사안은 주가에 별다른 타격을 끼치지 않았기 때문이다.예컨대 구 소련 고르바초프 실각은 매우 큰 정치적 사건이었다. 고르비 실각은 수십 년간의 냉전체제를 종식시키는 사안이었고 그 과정에서의 혼란은 전 세계에 큰 부담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사건 발생 이후 각국 주가하락은 경미했다. 당시 미국의 주가하락률은 2.3%에 불과했고 주가가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던 독일 주가하락률은 9.7%였다. 당시 각국 주가하락은 4~6%였는 데 한국 주가하락은 4.2%에 그쳤다. 또 환율이나 금값 추이는 0.04~2% 안쪽의 변동에 그쳐 가격변수들이 별달리 동요하지 않았다. 통상적 수준의 등락에 그쳤던 것이다.이와 함께 국제사회에서 큰 사건이라 할 수 있는 사안은 63년 11월 케네디 암살, 64년 10월 흐루시쵸프 실각, 89년 6월 천안문사태 등을 꼽을 수 있는 데 각국 주가하락률은 대체로 0~5%에 불과했다. 하락기간도 1~3일에 그쳤다. 다만 74년 닉슨 사임의 경우 그 여파가 장기화된 데 따라 다소 부담됐지만 사건의 영향은 대체로 미국 주식시장에 국한됐다. 당시 미국 주가는 다우지수 기준으로 23.1% 하락했지만 한국 일본의 주가하락은 10.9%, 7.8%에 그쳤다. 단순 정치적 사건의 영향은 그리 크지 않거나 해당 국가의 문제로 국한된 셈이다. 참고로 국내적으로 큰 사안이었던 부마사태, KAL기 피격, 미얀마 랭군테러사건으로 인한 주가하락은 0.2 ~ 2%였다. 또 우리로서 가장 큰 정치적 사건이었던 79년 10.26 박정희대통령 시해사건 당시 주가하락기간은 12일에 불과했고 하락 폭은 9.5%였다.WTC테러사건, 쿠웨이트 침공과 맞먹어그러나 정치적 사건이 경제적 문제와 맞물릴 경우 그 파장은 적지 않았다. 대표적 사례가 지난 90년 8월 걸프전쟁의 원인인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인 데 각국 주가는 사건 발발 이후 15 ~ 25% 가량 하락했다. 하락기간도 1개월에서 2개월 가량 됐는 데 국내 주가는 사건 발생이후 16.6%나 하락했다. 물론 당시 주가하락이 단지 이 사건 여파 때문만은 아니었다. 당시 우리 경기는 취약해지던 시점이었고 또 사건 발생 이전에도 주가가 하락세를 타고 있어 엄밀하게 말하면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은 주가하락을 좀 더 증폭시켰을 뿐이었다.그러나 미국 등 여타 국가들의 경우는 주가가 상승하던 시기여서 이 사건의 영향이 컸다. 전쟁발발로 인해 유가가 폭등하고 그 결과 세계경기가 침체될 것이란 우려가 컸기 때문이었다.실제로 사건 발생전 배럴당 20달러이던 유가는 한때 40달러를 넘어섰고 국제 금값도 온스당 3백65달러에서 4백20달러에 근접했다. 달러 값도 폭등해 달러는 1백45엔에서 1백25엔으로 치솟았다. 불과 2개월도 안돼 국가경제 안정성의 중요한 잣대인 환율이 20엔이나 변동한 것이다. 다만 우리의 경우는 고정환율제인 탓에 별다른 변동은 없었다.또 금리도 미국의 경우 10년물 채권수익률이 8.3%에서 9.1%로 상승했다. 가격으로 환산하면 불과 2개월만에 채권투자에서 7.1%나 손실을 입었는 데 국내적으로는 3년만기 회사채수익률이 15.7%에서 18.7%까지 상승했다.당시 국내 실물경기는 사건발생 1분기 늦게 반응을 보였다. 90년 3분기 10%이던 성장률이 4분기에는 6.7%로 낮아졌다. 미국의 성장률도 3분기 2.9%에서 1.5%로 떨어졌다. 이같은 점은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보다 당시 세계경기가 둔화기간으로 접어든 것과 연관성 높다.결론적으로 직전분기 대비 급격한 경기위축은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에 대한 우려를 다소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90년 상반기 중 10.7%에 달하던 우리의 소비증가율이 3분기에 9.7%로 4분기에는 9.2%로 낮아진 점에서 보면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은 심리적 위축을 상당히 초래시킨 듯하다.실로 이같은 국내외 경제 및 가격변수들의 추이에 비춰볼 때 당시 주가하락은 피하기 어려웠을 듯한 데 문제는 이번 미국에서 발생된 테러사건이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당시와 비견될 수 있는 점이다. 즉 이번 사건은 정치적 사안과 부정적 경제적 요인이 맞물린 것이다.물론 현재까지 진행 상황은 종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당시와는 차이가 있다. 유가가 사건 발생 이후 한때 10% 이상 상승했지만 곧 안정됐고 OPEC도 상황에 따라서는 산유량을 늘리겠다고 했다. 금값과 금리도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유럽 쪽에서는 오히려 금리가 떨어졌으며 우리나라 금리도 사건발생이후 소폭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환율은 엔화를 중심으로 한때 2~3% 가량 변화를 보였지만 환율변동은 진정되고 있다. 이 사건으로 세계 각국의 주가만 상당 폭 떨어졌을 뿐이다.침체된 세계경기 더 위축될까 우려그러나 현재 국제주식시장에서는 일반 가격변수보다는 실물경기에 관심을 두고 있다. 즉 그간의 각국 주가하락이 위축된 실물경기 때문이었기에 이번 미국의 테러 대참사로 인해 가뜩이나 침체된 경기가 더 위축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결국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당시나 현재나 과정은 차이가 있다. 주가가 경기에 매달려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현재로서는 종전보다 경기전망이 밝지 못한 듯하다. 실로 그간 가능성 높을 것으로 보았던 올해 4분기 또는 내년 초를 기점으로 한 세계경기의 회복지연 개연성이 없지 않다. 우리 경제의 활로인 세계경기 회복이 내년 후반기로 넘어갈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이번 미국의 테러에 의한 대참사로 현재 세계경제를 그나마 지탱하고 있는 미국의 소비가 줄어들 가능성은 크다. 이렇게 될 경우 가뜩이나 투자가 위축된 상황에서 미국의 소비마저 줄어들면 우리로서는 적지 않은 타격을 입게 된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현재 우리나라 주식시장 입지는 종전보다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이 시점에서 감안할 것은 주가가 이미 큰 폭으로 하락한 뒤 다소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현재의 주가 수준이 상황을 충분히 반영했는 지 여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대체로 외부 충격에 의한 주가하락은 사건발발 초기에 상당부문 반영됐던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당시에도 사건발발 2주간의 하락 폭이 이 사건으로 인한 총 하락 폭의 절반이 넘었다. 특히 현재는 90년과 달리 가격제한 폭이 넓어져 정보의 반영이 빠르게 진행된다고 볼 수 있다. 부연하면 사건 발생 이후 주가가 폭락한 만큼 현재 주가는 사건 발생에 따른 상황변화를 어느 정도는 흡수했지 않나 싶다. 물론 사태가 악화돼 전쟁 등 극단적 상황이 발생된다면 증시 여건에 대한 평가를 더 낮춰야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가정하면 9월14일 이후 유럽시장의 반등 시도를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주가하락이 진정돼도 빠른 시일 내 주가가 추세적 상승으로 전환되기는 힘겹겠지만 세계는 물론 한국주가가 상당 폭 하락해 외부충격을 어느 정도는 흡수한 것으로 보인다. 조만간 단행될 미국의 보복공격으로 세계 자본시장은 다시 요동을 치고 있다. 그러나 그 골은 그리 깊지 않을 듯싶다.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해 선직국은 물론 한국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마련, 시행에 들어갔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