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취업 “비상구 있다”

@@@@1200270지난 2월 졸업한 취업 재수생 김진표씨(28)는 요즘 하루에 두 번 PC방을 찾는다. 학교 도서관에서 영어단어 몇 개 외우는 것 못지않게 취업정보를 살피는 게 중요해서다. 그리고 이따금 괜찮다 싶은 회사의 채용공고가 나면 재빠르게 응시하기 위해서다.김씨는 지난해 대기업 정기채용 시험에 응시했지만 떨어졌다. 김씨는 대학시절 기업들의 취업설명회는 쫓아다녔지만 학교의 취업정보실은 거의 이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별 소용이 없을 것’이라는 막연하고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대학 취업정보실 두드려라“대학의 취업정보실을 그저 기업의 취업서류 정도만 받아 두는 곳으로 알았는 데 그게 아니더라구요. 오히려 대기업에 입사한 친구들 얘기를 들어보니 거의 취업정보실에서 살다시피 했다더군요.”대학들은 졸업생들의 취업비상이 걸리자 학생 못지않게 적극적이다. 경남정보대학은 지난해부터 출장면접제도를 도입, 구인업체에서 원하는 학생들의 조건과 면접일시만 통보하면 대학이 조건에 적합한 학생들을 사전에 선발했다가 업체가 대학을 직접 방문하면 면접을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경희대는 취업정보를 위한 특강을 실시, 정규수업을 빼먹어도 출석 확인서를 발급하고 있고 동국대는 기업체에서 취업의뢰가 들어올 경우 기업이 필요로 하는 학과나 전공 학생들을 취업희망원을 통해 선별한 후 적합한 학생을 선정해 취업이 1백% 이뤄지게 한다.중앙대는 ‘직업 개발’이란 취업 강좌를 정규과목으로 개설해 유망 직종 소개는 물론 입사원서 작성방법과 면접요령 같은 실무적인 내용까지 체계적으로 가르쳐 취업에 대비하도록 하고 강사진도 기업이나 정부기관의 인사 담당자로 구성하고 있다.그후 김씨는 도서관에 쳐박혀 정기공채 시험준비를 해왔다. 그런 어느날 김씨는 취업한 친구들로부터 “정기채용에만 목을 매달지 말고 상시채용하는 기업들을 알아보라”는 조언을 듣고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다.“예전엔 인터넷에 올려진 취업정보는 크게 신경쓰지 않았어요. 죄다 중소기업들만 있으려니 했거든요. 그런데 막상 취업정보 사이트를 살피면서 대기업들이 가끔 적은 인원이지만 수시로 채용한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습니다.”상시채용 눈여겨 봐야실제 기업들은 정기채용보다 상시채용을 늘리는 추세다. IMF 구조조정 등으로 인원이 감축된 이후 기업들이 신축적인 인력운영을 위해 상시채용을 더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LG화학은 해당부서에 결원이 생기면 상시채용을 통해 인원을 보충한다. 물론 신청자들의 면접은 해당부서장과 인사담당자가 함께 한다. LG화학 홍보부 김동식 차장은 “각 부서에서 필요한 업무의 사람을 직접 채용할 수 있고 실제 이렇게 뽑힌 사람들이 제 능력을 발휘해 각 부서장들이 정기채용보다 상시채용을 더 바란다”고 전했다.구인정보전문 검색사이트 ‘잡마니(www.jobmani.com)’에 따르면 기업들의 상시채용은 지난 8월 1만3천1백44개사의 3만1천4백75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무별로는 사무직이 3천2백33명으로 가장 많았고 영업(2천5백78명) 경리(2천3백23명) 연구(1천3백34명)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표 참조) 이는 상시채용이 전문직에서 일반직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김씨는 이런 취업 트렌드를 뒤늦게 알고 대기업 중심으로 상시채용에 응시했지만 번번이 떨어졌다. 가끔 면접까지 봤지만 경력이 없다는 게 큰 흠으로 작용했다.“전 처음엔 한 회사에서 경력자를 뽑는다면서 전혀 경력이 없는 저에게 면접을 보러 오라는 것에 대해 의아해했어요. 그런데 옆사람이 학창시절 파트타임으로 일했던 것이며 사소한 것이라도 회사에 도움이 될 만한 것이면 모두 늘어놓는 것을 보고 꼭 경력이라는 게 일정기간 어느 회사에 다녀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후 그 친구는 그 회사에 다니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그동안 학교에서 공부만 한답시고 도서관에만 다녔던 것이 후회가 되더라고요. 아르바이트라도 사회경험을 했어야 했는데….”김씨는 한때 취업이민도 심각하게 고려했었다고 한다. 취업 이민은 투자·초청 이민과는 달리 이민국 정부가 이민 신청자의 학력 경력 기술자격 등을 점수로 매겨 일정 점수 이상 고학력 능력자에게 이민을 허가하는 제도다. 따라서 대학 졸업을 앞뒀거나 갓 졸업한 사회생활 초기에 이민을 떠나 현지 취업하려는 젊은층이 급증하고 있다.사실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이민자 1만5천여명 중 취업 이민은 8천3백여명으로 처음 절반을 넘어섰고 올 상반기 역시 6천6백여명 가운데 3천7백여명(56%)이 취업 이민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김씨는 나중에 취업이민도 쉬운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잊기로 했다고 한다.김씨는 그후 큰 돈벌이가 되지 않더라도 사회경험을 쌓기 위해 벤처기업 등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면서 다양한 사회경험을 쌓았다. 이젠 예비취업생으로 가져야 할 것들을 다 갖춘 셈이다.그럼에도 김씨는 불안한 마음이 가시질 않는다. 하반기 경기가 썩 좋아보이지 않기 때문이다.취업전 낙담은 ‘금물’실제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향후 경제전망과 정책과제’ 보고서에서 “지난해 4분기 이후 내수가 크게 감소한 데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을 비롯한 세계경제의 회복 지연으로 수출마저 7월, 8월에 20% 가까이 감소하는 등 최근 실물경제의 둔화추세가 심화되고 있다”며 “올 4분기 성장률도 기술적 반등에 불과한 수준인 3.1%에 그치고 저성장추세는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져 내년 상반기 중 성장률도 4%를 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욱이 느닷없이 터진 미국의 대형테러로 하반기 이후 경기는 설상가상의 길을 걷고 있다.올 하반기 예상되는 일자리는 모두 7만여개. 하지만 취업 희망자는 43만명에 달해 경쟁률이 6대1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교육인적자원부가 밝힌 2002학년도 대학입시 경쟁률 1.52대1 보다 몇 배나 센 수치다. 하지만 이도 어쩌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미국 테러사태 이후 간헐적으로 흘러 나오고 있다.취업전문가들은 취업전략을 세우기에 앞서 낙담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한결같이 입을 모은다. 특히 기업들이 면접에서 신입사원들의 적극적인 사고여부를 크게 판단하는 만큼 실망스런 자세로는 취업률 ‘제로’라는 것이다. 따라서 ‘하면 된다’는 적극적인 생각을 갖고 취업전선에 뛰어들면 틀림없이 방법이 나온다는 게 취업전문가들의 지적이다.이와 함께 취업전문가들은 눈높이를 약간 낮추도록 권하고 있다. 대기업들이 상시채용을 통해 꾸준히 경력자 모집을 하는 만큼 다시 시험을 보기 위해 시험공부에만 매달리는 것보다 중소기업 벤처 등을 1차로 지원, 경험을 쌓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사실 중소기업들은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특별위원회가 전국 6천5백50개 중소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인력수급 실태를 조사한 결과 올해 평균 인력부족률은 3.98%로 여전히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취업전문가들은 최근 중소기업들이 대기업 못지않게 열린 경영은 물론 사원복지가 잘 돼 있어 승부를 걸어볼 만하다고 강조하고 있다.취업 성공사례윤수환 LG화학 홍보실 사원“자기능력 살린 사회경험이 취업 1순위”지난 98년 군대를 제대하고 3학년(한양대 국문과)으로 복학했을 때 학교 도서관은 취업준비를 위한 복학생과 예비졸업생들의 치열한 경쟁터가 돼 있었다. 시험기간이 아닌 평소에도 쉽게 자리를 구하기 어려울 정도였다.‘무엇을 해야 하나’라는 고민으로 3학년을 보낸 나는 4학년으로 올라가며 나름대로 취업방향을 설정하고 전략을 짰다. 나는 뭔가 기획하고 글을 쓰는 직종을 택해야겠다고 어느 정도 마음을 정했다. 이에 먼저 취업에 필요한 실용영어회화 방송작가구성법 마케팅 홍보 등에 관한 과목을 수강했다. 특히 영어는 취업에 필수인 만큼 토익시험을 정기적으로 보면서 점수관리를 했다.그러던 중 우연찮게 방송 보조작가 일을 하게 됐다. 과제물로 낸 보고서가 방송작가구성법을 강의하던 교수님의 눈에 들었는 지 내게 보조일을 맡겼던 것이다.모처럼만에 주어진 사회경험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일했다. 그 덕에 4학년 2학기부터는 어엿한 방송작가로 일할 수 있었다. 당시 나는 KBS라디오의 다큐멘터리 등 다수의 글을 쓸 수 있었다.하지만 방송작가 생활이 안정적 직업이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아 꾸준히 취업정보를 챙겼다. 2000년 졸업 후에도 방송작가 생활을 계속하다 선배 추천으로 10대를 위한 인터넷사이트를 운영하는 벤처회사의 면접을 보게 됐다. 그동안의 방송국 경험과 실용적인 취업공부 덕택에 나는 기획홍보직 정식사원으로 발령을 받았다. 하지만 직장은 내가 나름대로 쌓은 지식보다 더 많은 것을 요구했다. 그래서 일을 하면서도 광고회사 신문사 등에서 실시하는 강의를 틈틈이 들었다.그렇게 직장생활을 1년여 할 때쯤 벤처업계가 극심한 불황에 빠지면서 많은 고민을 했다. 온통 구조조정 얘기만 나돌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직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당시 벤처회사 직원이었던 만큼 무작정 취업공부에만 매달려있을 수 없었다.취업정보를 얻고자 시간만 나면 인터넷을 뒤졌고 필요한 회사가 나타나면 이력서를 e메일로 보내기도 했다. 가능한 한 안정적인 직장을 찾기 위해 대기업들을 유심히 살폈다. 그러나 예전 같은 그룹공채는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수시채용 공고만 나왔다.마침 LG화학에서 홍보요원을 뽑는다는 공고를 접하고 응시했다. 2명을 채용하는 홍보요원에 모두 1천3백명이 몰렸다. 운이 좋았는 지 면접시험까지 치르게 됐다. 면접에는 홍보담당 중역 및 차장 등 5명이 면접관으로 나왔다. 면접관들은 10가지 정도를 물었는 데 대체로 가족과의 관계 등 가족생활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문했다. 나중에서야 알았지만 가족생활이 원만해야 직장생활도 무리없이 지낼 것이란 뜻에서였다고 한다. 10년 후의 자기 모습을 그려보라는 질문도 인상적이었다.요즘은 공채시험을 통한 정기채용은 많이 줄어드는 추세다. 대학졸업과 함께 시험을 치르고 정기채용으로 입사를 할 수 있다면 물론 좋은 일이다. 하지만 기업들은 이런 방법을 원하지 않는 것 같다. 취업시 곧바로 현업에서 얼마나 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지를 보는 경향이 짙다. 따라서 외국어와 전공 모두 중요하지만 자기능력을 살린 사회경험을 기업들이 많이 참고한다는 것을 취업희망자들에게 조언하고 싶다.기업에서 필요한 인재가 되기 위해서 먼저 노력하고 기다리면 자신이 원하는 시기에 언제든지 취업은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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