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응징수위에 달려 … 위기는 기회 ‘명심’

뉴욕과 워싱턴에서 일어난 미국 테러 대참사 다음날인 9월12일 우리 증시는 사상최대의 지수하락률을 기록했다. 이번 사태는 세계경제의 엔진인 미국경제의 훼손과 세계금융의 혼란 야기란 측면에서 부담이 적지 않다. 앞으로 국내경제와 금융시장의 방향은 이 사태의 수습추이, 특히 미국의 응징 정도와 그 파장, 유가동향, 세계 각국의 정책공조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문제는 본질과 파장을 잘 판단해 대응하는 일인 데 과거에도 위기는 항상 기회가 아니었던가. 시야를 멀리 두고 좌우로 치우치지 않는 냉정함만이 손실을 최소화하고 기회를 얻는 비결일 것이다.이번 사태의 거시경제에 대한 영향은 공급(인플레, Cost) 측면보다는 수요측면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가 중동의 석유생산에 차질을 줄 정도로 심각하게 발전된다면 장기간 고유가 행진은 불가피하다. 이 경우 국제 금융시장의 혼란은 가중되고 고유가로 인한 세계경기 침체는 모든 국가의 이익에 마이너스가 될 것이다.그러나 사태가 중동전으로 발전되지 않는 한 유가를 비롯한 국제상품 가격은 안정을 찾을 것이다. OPEC의 석유공급 확대와 미국 등 선진국의 유류소비 둔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제 금융시장도 뉴욕의 통신설비 등 인프라가 복구되고 공포와 패닉에서 다소 벗어나는 9월 셋째주부터는 진정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수요측면(소비, 투자)에서 부정적인 영향은 적지 않다. 현재 국면이 마침 경기회복의 기로에 있고 정보통신(IT) 공급과잉에 시달리는 미국경기가 민간수요(GDP의 3분의2)의 회복만 쳐다보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한 분기 정도는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소비심리를 크게 억제, 경기전망을 하향 수정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현재로서는 민간 소비심리가 금년 중 뚜렷하게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미국은 국방비의 추가지출과 피해 복구비 지출 등 적극적인 정부지출과 공공투자, 감세 및 추가 금리인하 등 재정금융정책을 통해 경기침체를 방어할 것으로 보인다.국내경기 회복 1, 2분기 지연될 듯IT경기 회복지연과 대미수출 둔화로 우리경제도 당초보다 경기회복이 늦어질 것이 분명하다. IT재고와 산업활동을 종합할 때 GDP 저점은 올 하반기로 보이지만 경기회복의 탄력은 상당히 약해질 것이다. 올해 우리나라 GDP도 당초 컨센서스인 3.3% 내외에서 2.5~ 3.0% 수준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경기회복은 최소 1, 2분기 지연되고 수출단가의 의미있는 회복과 교역조건 개선은 당초 예상(2002년 2분기)보다 늦어져 내년 4분기 정도로 미뤄질 수밖에 없다.국내 금융시장은 유가급등과 같은 악재만 없다면 저금리 저성장 기조에서 안정을 보일 것이다. 전세계의 동반적인 추가금리 인하와 유동성 공급으로 국내금리도 안정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고 부동산 경기는 물가상승률이 점차 안정되는 상황에서 자산운용의 단기화 경향마저 있어 추가확산은 어려워 보인다. 그럼에도 중장기적으로 향후 1년간 종합주가지수는 이번 ‘테러충격’으로 당초보다 10% 정도 낮아진 460~650선의 변동범위로 하향수정하는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한편 현재 진행 중인 구조조정은 은행과 정부에 대한 부담으로 계속 작용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해외경기 둔화는 우리 수출기업의 체력을 떨어뜨리고 금융기관의 수지개선과 구조조정 역량을 저하시킬 수 있다. 현대증권 매각과 대우차, 그리고 하이닉스반도체의 외자유치는 절차상 지연은 있겠지만 기본 틀이 흔들릴 우려는 적어 보인다.김한진·피데스투자자문 상무한국경제 “어찌 하오리까” / 대미수출반도체·IT업종에 직격탄 … 위축 불가피우리나라의 대미수출은 지난 8월20일 현재 1백93억달러로 전체 수출의 20.2%에 달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미국의 대형 테러로 국내기업들의 수출에 어느 정도 지장을 초래해 올 전체 수출에 영향을 줄 것으로 추측된다. 다만 그 영향이 ‘단기간에 미칠 것이냐’ 아니면 ‘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이냐’에 따라 피해규모가 달라지게 된다.단기간에는 당장 항로운항 재개시까지 수출차질이 예상되고 장기적으로는 미국의 대응조치에 연계돼 환율 및 미국 경기에 크게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다소 희망적이라면 달러가치가 예상과 달리 급락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달러가치 하락은 국내 수출기업들에 치명타이기 때문이다.경기침체 장기화될 경우 차 수출도 타격산자부는 미국 테러사건이 있은 후 이틀 동안 반도체에서만 5백만달러의 수출 차질이 생긴 것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항공기를 이용하는 휴대폰과 기타 소형 전자부품까지 포함할 경우 피해규모는 2천5백만달러를 웃돌 것으로 분석했다.●반도체=반도체의 경우 세계적 불경기까지 겹쳐 수출은 지난해의 2백60억달러보다 31~35% 감소한 1백70억~1백80억달러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수출이 2백억달러 미만으로 내려간 것은 98년 이후 처음이다. 이에 따라 반도체 수출비중은 지난해 15.1%에서 올해 9.8~10.4%로 크게 낮아질 것으로 반도체 업계는 보고 있다.컴퓨터 수출도 예사롭지 않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PC를 수출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이번 테러가 PC 수출에 절대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분석했다.삼성전자측은 “이번달 선적물량인 2만5천대가 테러로 선적이 중단된 상태”라며 “미국 현지 창고에 10일 정도의 재고물량이 남아 있긴 하지만 선적중단이 장기화될 경우 PC 수출이 큰 타격을 입게 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와 함께 미국의 국경 봉쇄로 멕시코 현지 PC 생산공장의 선적에도 적지않은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자동차=그동안 대미수출에 활기를 띠었던 자동차는 단기적으로 큰 영향이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산업자원부 관계자는 “자동차 2천31대를 싣고 뉴욕항에 도착하려던 선박이 항만 폐쇄에 따라 인근 항구로 회항했지만 미국 현지 재고량이 2개월반∼3개월 가량 확보돼 있어 당장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자동차공업협회 관계자도 “미국 현지에 완성차를 통관시키는 데 시간이 다소 지체되겠지만 현지 재고물량으로 충분히 충당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심리적 충격에서 벗어난 이후 단기적 영향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3개월 이후 중장기적 측면에선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 수출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조심스럽게 내다봤다.현대차 관계자는 “미국 현지법인이 LA에 소재하고 있어 별다른 인명피해는 없다”며 “오히려 가격경쟁력있는 국산 소형차들의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애써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현대차는 지난 8월 중 미국시장의 수출이 3만4천대로 창사 이래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현대차는 지난 5월 처음으로 대미수출이 3만대를 넘어선 이래 4개월째 3만대를 넘어서는 수출 증가세를 보여왔다.대우차 관계자는 “미국내 현지판매를 위해 뉴욕항에 하치해 둔 6천여대의 라노스 누비라 레간자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9월 선적분 4천여대는 이달말 선적 예정이어서 피해는 없겠지만 이번 테러사건으로 현지판매는 소폭 감소에 불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IT=소프트웨어 업계의 수출차질도 예상된다. 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소프트웨어 수출계약액 1억2천4백만달러 가운데 44%인 5천5백만달러가 미국 수출부분으로 대미 수출의존도가 높은 편이다.이창희 기자 twin92@kbizweek.com한국경제 “어찌 하오리까” / 증시미 소비심리 최대 변수 … 보수적 자세 필요통상 이벤트 리스크가 그간 진행돼 온 경제 펀더멘털의 추세를 변화시키지 못한다는 점은 주식시장의 통설이다. 다만 그 속도를 둔화시키거나 혹은 가속화시키는 역할을 할 따름이다.이번 미국 테러사태의 파장은 두가지 측면에서 고려해야 한다. 첫째는 일반적인 국지테러가 아닌 미국의 심장부를 강타했다는 점에서 그 미칠 파장이 예상보다 클 것이라는 점이고 둘째는 현재 하강추세에 있는 경제 펀더멘털의 악화를 더욱 가속화시킬 우려감이다. 현 국면에서는 무엇보다도 미국의 소비심리 동향이 중요하다. 연초 이후 500~600P 박스권의 하단 지지력 확보는 미국의 금융완화와 견조한 소비 역할이 컸기 때문이다.당초 필자의 견해는 이 박스권의 하단 지지력이 연말이나 내년 1분기께 시험받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왜냐하면 미국의 추가적인 금융완화 정책 여지가 남아 있고 소비지출 둔화가 상대적으로 완만했기 때문이다. 미국 금융완화의 긍극적 목표는 90년대 초 경험으로 미뤄 볼 때 실질 연방기금금리의 제로 수준으로 볼 수 있다.이런 관점에서 볼 때 아직 추가 금리인하의 여유는 남아 있다. 소비둔화 문제 역시 첫째, 본격 임금조정 시기가 1분기인 점, 둘째, 영업마진율 축소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광범위한 고용조정을 아직 단행하지 않고 있는 점, 셋째, 미국 상위 소득 계층의 90년대 이후 축적된 가용 부(Wealth) 규모가 아직 크게 축소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미국 소비 부분의 이른바 ‘항복(Capitulation)’ 시기는 어느 정도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바로 이같은 이유로 연초 이후 종합주가지수가 박스권내에서 제한적인 순환매가 가능했으며 심리적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미국 소비자 신뢰 아직은 높은 수준하지만 9월11일 미국 테러사건이 향후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은 그간의 구도 이탈을 의미하는 중요한 방향전환 요소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현 국면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인 미국의 소비자심리를 살펴보자.에서 보는 바와 같이 중요한 것은 지표의 역사적인 수준이지 정치적 사건 자체가 아니었음을 잘 알 수 있다. 예컨대 경기순환 하향추세에서 발생한 4차 중동전쟁(73년 10월)과 걸프전(90년 8월)의 경우는 소비자신뢰를 추가적으로 크게 악화시키면서 경기침체를 더 가속화시켰다. 반면 이미 소비자 심리가 바닥 수준에 있었던 아프가니스탄(79년 12월)과 이란·이라크 전쟁(80년 9월)에서 소비자심리의 악화는 제한적이었다.결국 문제의 핵심은 현재의 소비관련 지표의 수준이 아직 높고 경기는 이제서야 본격 하강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사태는 이러한 리스크 요인을 보다 앞당기는 요인으로 봐야 한다. 다만 미국의 정치적 조절능력이 아직 유효한 이상 급격한 달러약세나 유가인상 시나리오는 적절치 않아 보인다. 금융시장은 오히려 빠르게 안정될 수 있다. 문제는 오히려 소비를 축으로 하는 실물변수의 중기 동향이다.이번 테러 사태를 통해 소비부분 조정의 중요한 계기가 발생하고 있고 향후 미국의 추가 금융완화 여지가 크지 않은 만큼 당분간 보수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종합주가지수 박스권 국면이 하향 채널 국면으로 이전할 것 같다. q이정호·미래에셋증권 투자전략팀장한국경제 “어찌 하오리까” / 환율‘엔화 강세 원화 약세’ 가능성 높다미국 뉴욕과 워싱턴의 테러사건으로 인한 외환시장의 움직임은 생각보다 그리 심각한 상황은 아닌 것 같다. 이번 사건이 발발한 9월11일 국제 외환시장 상황을 보면 엔화의 경우 1백21엔 후반에서 1백18엔선까지 약 3엔 정도 달러화가 하락했으나 생각보다는 환율움직임이 적었다는 느낌이다. 과거 걸프전 발발 당시 하루에 10엔 가까이 환율이 요동친 데 비하면 이번 달러화 움직임은 그리 심각한 수준은 아닌 듯하다.이번 경우처럼 미국내 불안이 달러화 약세를 유발시키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나 지난 10년간 더욱 공고해진 Safe Heaven 통화로서 미 달러화의 위상을 감안한다면 이번 사태가 세계 다른 지역으로 확대될 경우 미 달러화의 수요증가로 환율이 돌변할 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12일 갑자기 목소리를 높이는 일본의 환시장 개입(달러매입) 가능성이 달러화가 폭락할 경우 서방 주요국까지 끌어들이는 공조개입 가능성으로 발전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유로화에 비해 엔화에 대한 달러화의 급격한 하락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국내 외환시장의 원/달러 환율도 이번 테러사건 직후인 12일 전일비 10원 정도(종가기준) 하락해 최근 극도로 안정된 시장분위기가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일중 변동폭이 6원(1천2백82~1천2백88원)에 불과해 여전히 안정적인 환율 움직임의 틀을 벗어나지는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향후 원/달러 환율의 움직임은 여전히 일본 엔화에 연동되는 모습은 계속 되겠으나 그연관성이 서서히 약해지면서 엔화강세, 원화약세의 추이로 변화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할 것 같다.이번 사태로 그동안 하강국면을 보이던 미국내 경기가 더욱 어려운 상황으로 전개돼 회복시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이는 물론 세계 경제전반에 악영향을 주고 특히 수출로 경제회복에 기대를 거는 우리나라의 수출신장에 큰 장애요인이 될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최근 수개월간 흑자규모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무역수지 악화 가능성이 많아 수출로 국내 달러공급을 확대하기란 상당히 벅차 보인다.무역수지에 문제가 생기면 국내의 달러화 수급해결에 큰 역할을 하는 것이 외국인들의 국내 투자에 따른 달러화 유입인 데 이 역시 이번 미국내 테러사건으로 여건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특히 세계 유수 보험회사들의 보험금지급 부담이 막대할 것은 자명한 데 특히 현대투신의 해외매각과 관련해 외자유치 협상을 벌이고 있는 미국 AIG사의 부담도 상당할 것이란 보도가 있다. 또한 GM과 협상하고 있는 대우자동차의 해외매각도 이번 사태로 영향을 받는다면 전반적으로 국내 외자유치가 부진해질 가능성이 있어 분명 국내 외환시장에는 악재가 될 것이다.국내 금융기관들의 외화차입 여건도 우리 자신의 문제보다 해외 금융기관들의 내부사정으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로 건물이 붕괴된 세계무역센터내에 본사를 두고 있던 모건 스탠리 등 일부 금융기관들이 상당수의 직원을 잃었고 여러가지 업무기능이 마비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원화 절하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완전한 복구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며 또한 향후 사태발전 상황에 따라 해외 금융시장은 다소 혼란스러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우리 금융기관과 일부 기업들의 외화조달 일정 및 여건 등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할 것 같다.이상에서 거론한 여러가지 부정적 요인들을 감안할 때 설령 일본 엔화가 강세기조를 유지하더라도 원화의 동반상승을 기대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당장은 국내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엔화강세에 따라 하락할 가능성이 있지만 1천2백80원선에서는 강하게 지지될 것으로 보이며 달러/엔이 1백15엔 선 이하로 추가 하락하더라도 1천2백70원 선이 붕괴되기는 수월치 않을 것 같다.국내 달러수급에 여유가 없어진다면 달러약세-엔화강세-원화강세의 틀이 무너지면서 원화가 절하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할 것 같다. 이 경우 현재 1엔당 10.7원선에서 안정되고 있는 엔/원 환율이 1엔당 11원선을 상회할 가능성도 충분해 보인다. 현재의 외환시장 분위기를 감안할 경우 국제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의 급격한 환율변동은 어려워 보이며 따라서 연말까지 원/달러 환율은 1천2백70원에서 1천3백원 범위 내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된다.이성돈·국민은행 국제금융팀장한국경제 “어찌 하오리까” / 자금시장안전자산 선호현상 두드러질 듯맨해턴과 워싱턴을 울린 폭발음은 정치·외교적 관점을 넘어서 경제적 관점에서 엄청난 쇼크를 가져오고 있다. 테러의 타깃이 된 건물들의 의미도 크지만 무엇보다 세계경제 움직임의 키를 쥐고 있는 미국경제의 부진이 바닥을 다지고 이제 회복시점을 점치고 있던 시점에서 벌어진 외부적 충격이 경기부진을 한층 더 심화시킬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사건 이후 나타나는 것처럼 주식시장의 출렁임은 단기간내 안정될 수도 있지만 이후 세계 경제상황에 미치는 영향은 그보다 훨씬 오래 갈 것이다. 이 점에서 우려되는 것이 미국내 소비다.미국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는 이번 사건의 영향으로 일단 어느 정도 심리적 위축이 불가피하다. 이는 결국 미국경기의 회복시점을 당초 예상에 비해 지연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게 할 것이다.사건 이후 변화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많은 편이다. 이번 사건 자체가 미국 본토에서 일어난 전쟁 수준의 테러라는 초유의 사건이기 때문이다. 그 심각성 때문인 지 미 연준리 등 정책기관은 이번 사태가 가져올 거시경제적 영향에 대해 공식적 판단을 유보하고 있다.그러나 일차적으로 자금시장에서는 상당한 정도의 안전자산 선호(Flight to Quality) 현상이 두드러질 것이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경기회복이 더 지연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즉각적 반응은 금융권에서의 자금유출로 나타나며 자금은 주식에서 채권과 현금으로 이동할 것이다.특히 주식시장의 경우 미국시장은 물론 이머징 마켓, 특히 국내시장과 같이 상대적인 성과가 양호했던 시장에서 자금유출이 나타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국내처럼 외국계 투자자금의 동향에 큰 영향을 받는 시장에서는 외국계펀드가 환매압박을 받고 국내시장 유출을 시작할 경우 그 파급효과가 엄청나게 커질 수 있다.국내 ‘주식 약세-채권 강세’ 국면 예상국내에서도 ‘주식약세-채권강세’의 국면이 예상된다. 기업 구조조정이 완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나타난 외부적 충격은 안전자산으로서 국채의 매력을 높이게 될 것이다. 실제 국채금리는 3년물(당발)을 기준으로 사건이 일어난 다음날인 9월12일이 전일에 비해 13bp 하락한 5.05%에 달했고 13일에는 5%선이 다시 깨지는 강세를 보였다. 예상되는 강세요인 외에 미 연준리의 금리인하 예상, 한국은행의 보다 조속한 또는 예상보다 큰 폭의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도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판단된다.향후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은 사태의 진행과 함께 줄어들 것이다. 가장 큰 변수는 ‘범인’의 확정과 미국 부시정부의 대응 정도. 만일 미국내 여론조사 결과와 같이 전쟁을 불사하는 대규모 보복이 이뤄질 경우 충격은 이번 사태에 이어 중첩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이 경우 금리-달러-국채로의 안전자산선호현상은 보다 장기간, 보다 심각하게 나타날 것이다. 미국 정책당국의 경제적 대응의 폭과 신속성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일단은 신속한 사후정리가 중요하다. 불확실성을 줄인다는 점에서 그렇다. 만일 군사적 움직임이 최소화되는 가운데 조속한 심리안정이 도모되고 재정지출의 확대, 추가적인 과감한 금리 인하가 이뤄진다면 급격한 자금이동이 완화되고 이번 테러사태가 가져올 영향을 어느 정도 중립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장영규·삼성증권 채권분석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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